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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2007.09.07 04:11

은전 한 잎 /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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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戰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으로 몇 닢씩을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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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적마다 반성하고 뒤돌아 볼수 있어 제가  좋아하는 수필 중에 하나 입니다.

피천득님의 별세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나 올려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nce in the long ago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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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본 기사를 스크랩하였습니다. (본 게시판은 네이버에 싱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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