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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시 쓰고 혼났다

2014년 01월 24일

일기장 한 바닥 꽉꽉 채워 쓰라고 할 때

그러나 오늘도 어제와 똑같을 때


꾸미지 말고 솔직히 쓰라고 할 때

그러나 너무 솔직했다고 엄마한테 혼날 때


자기 생각을 많이 쓰라고 할 때

그러나 아무 생각 안 날 때


읽은 책은 줄거리도 꼭 쓰라고 할 때

그러나 밖에서 친구가 부르고 있을 때


뚝딱뚝딱 설렁설렁

시를 쓴다. 짧게 짧게!


그리고, 딥따 혼났다


어린 아이가 빌려간 책을 반납하며 연체된거 같은데 라고 묻는다.

다행히 오늘까지가 반납기간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10살 배기 김동희씨에겐 2014년 6월 6일까지의 가혹한 대출 정지 기간이 떠있다.

엄마의 가족회원카드로 빌리는데 오늘은 안 가져왔나 보다.

언제부터 앉은 자리였는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책을 읽는다.


반납한 책들. 오렌지 소스, 저녁별, 초록 바이러스. 그 중 한 권의 책 안을 훅 훑어본다. 

내가 어릴 때에도 이런 동시집을 읽곤 했는데. 나는 얼마나 그 어린 시절 동심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걸까.

순수하리라고 믿었던 나는 어느 새 10살짜리 아이에겐 마냥 흐뭇해지는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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