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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등학교의 독서 지도

이온디
2009년 09월 15일

 현행 고등학교는 외고나 예고 ,과학고 등과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중에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고등학교가 강원도 횡성에 자리잡은 민족사관고등학교입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 졸업생 대부분이 하버드나 예일 등과 같은 대학에 진학할 뿐만아니라 소수 정예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다음에 소개된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독서지도는 고등학교로서는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의 언덕에 자리잡은 민족사관고(교장 이돈희)에서 가장 학생들이 북적대는 곳은 커다란 석조 기와집처럼 생긴 충무관 1층 만경도서관이다. 이곳은 마치 대학생들처럼 참고서적들을 서가에서 찾고 검색하는 학생들로 늘 붐빈다.

○ 매달 필독서 두권씩 읽고 토론

이처럼 학생들을 책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시스템으로 이 학교는 올해 제11회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위원장 김낙준)의 ‘독서대상’에서 큰 상을 받았다. 도서관의 사서담당 김동명 교사(35)가 독서대상 지도교사 부문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고, 학생 부문 최고상인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이선경)와 특별상 수상자(이재원)도 이 학교에서 나왔다.

지난달 29일 이 학교 다산관 1층 강당을 찾아가자, 김 교사가 내년에 입학할 예비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영국 소설가인 조지 오웰과 윌리엄 골딩의 원서들이 포함된 필독서 목록들을 나눠주며 한창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3월 입학한 1학년생부터는 2학년을 마칠 때까지 각 분야 50권의 필독서를 읽게 돼 있다”며 “각 과목 선생님들은 정규 고교 교과를 가르칠 뿐 아니라 매달 2권꼴로 정해진 필독서들을 놓고 학생들이 자료를 찾고 토론하고, 리포트도 제출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셰익스피어의 ‘햄릿’ ‘리어왕’을 원서로 읽고 각 인물들의 가치관을 나름대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사실 수능이나 논술에는 직접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 오히려 미국 대학 강의에 가깝다.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필독서에 원서가 많으며, 상당수 리포트나 독후감을 영어로 제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에 특별상을 받게 된 이재원양(국제반 1학년)은 “존 스튜어트 밀이나 막스 베버의 책을 읽는 게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점점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안목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영재 수준의 학생들’을 뽑아놓은 이 학교의 현실을 반영한 교육”이라며 “전체 학생 300명이 1년간 빌려가는 권수를 합하면 놀랍게도 1만권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은 국내 서적 1만5000권, 원서 5000권을 갖추고 있다. 원서 소장으로는 국내 고교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학교측은 책벌레 학생들을 위해 연간 5000만원을 책 사는 데 사용하고, 도서관 서가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마음대로 이용하게 한다. 이 같은 지원 때문에 김 교사는 “이번 상은 사실 저보다는 학교에 준 것”이라고 말했다.

○ 연간 도서구입비 5천만원

그러나 포항공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지망하는 자연계 학생들 가운데는 문학 역사학 경제학 등에 걸친 다채로운 독서보다는 벌써부터 실험실에 틀어박히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나 김 교사는 “이런 학생들일수록 다양한 독서체험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학교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필독 도서목록은 석·박사 출신의 각 교과 교사들이 추천하고, 교과 수석교사-교장-교감-사서교사의 토론을 통해 매년 12월 결정된다. 도서목록은 민족사관고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 볼 수 있다.

동아일보 기사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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