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퍼블리싱이라는 말은 누가 사용할까?
아마도 추측컨대 스스로를 퍼블리셔라는 직업군으로 분류하는 분들, 그리고 퍼블리싱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이미 웹 표준, 더 나아가 웹 접근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숙지하신 분들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혹은 아직 대중화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퍼블리싱'이라는 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에이전시 사장님이나 PM 일수도 있겠네요. :)
아무튼 퍼블리셔, 퍼블리싱이라는 단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의 기본 전제는 웹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다양한 패러다임이 쏟아져 나오고,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퍼블리셔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런지요?
지금 이 퍼블리싱 강좌를 읽고 계신 분들처럼 말입니다.

퍼블리싱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잘 차려진 한끼 식사를 배부르게 먹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김치찌개, 보쌈, 족발, 한정식, 짜장면, 돈까쓰, 초밥, 쌀국수, 추어탕 외 종류가 무엇이든 맛있게 차려진 식사를 배불리 먹고 나면 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으시던가요?
요리사가 너무 맵지도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담백하면서도 원재료가 가진 자연의 맛을 잘 살린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퍼블리셔 역시 웹 사이트가 가진 목적과 의미를 잘 살려내 이용자들에게 대접하는 일이 바로 퍼블리싱일지도 모릅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창조하고 생산한 원재료를 논리적, 의미론적인 마크업으로 다지고, 여기에 적절한 효과의 스크립트를 양념처럼 버무려서 접시에 담아 내놓으면, 보기도 좋고 이해하기도(기계에) 좋고 사용하기도 좋은 웹 사이트가 완성되는 것처럼요.

한가지의 요리법만 존재하는 요리는 없다. 퍼블리싱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단 한가지의 요리법만 존재하는 요리는 없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달걀을 살펴볼까요? 달걀을 깨면 끈적한 점성 액체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입니다. 이 액체에 열을 가하면 부드러운 고체가 되기도 하고, 물을 넣고 끓이면 걸죽한 죽처럼 되기도 합니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달걀로 후라이를 해먹기도 하고, 찜을 해먹을 수도 있고, 탕을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원재료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퍼블리싱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창조물을 잘 이해하고 이를 논리적인 구조로 표현해 낼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CSS 와 스크립트 등의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배치와 테마로 웹 사이트를 포장하고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작업시간은 줄어들고, 고객의 만족도는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테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포만감과 즐거움을 얻는 것처럼요. 요리왕 비룡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용을 타고 하늘을 날라다니기도 하던데 전 그 정도 미식가는 아니어서 이런 표현은 생략하겠습니다. ㅎㅎㅎ

만화 요리왕 비룡 中, 맛의 피라미드를 올라간다!!

단, 과해서는 안 된다.
저에게는 아직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초보 요리사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려다 보니 양념장을 너무 많이 섞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원재료가 품을 수 있는 양을 훌쩍 넘겨버리니 일단 원재료의 맛도 살지 않고 다른 부재료의 맛도 살리지 못하니,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가 맛있을리 만무합니다.
퍼블리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효과나 기능을 사용하려 욕심을 내다 보면 스크립트를 남용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양념장을 너무 많이 섞은 것처럼). 너무 과한 효과를 쫓아 불필요하게 많이 넣게된 스크립트는 클라이언트 사이드의 실행 속도를 저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양의 기능과 효과를 조절하는 것은 좋은 요리사가 적절한 양의 양념을 가미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사공이 많아야만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과한 효과는 자칫 웹 사이트를 산으로 가게 만들 수도 있다.

끝으로,
퍼블리셔라는 말을 쓰다 보면 '퍼블리셔가 뭔데?', '개발자나 디자이너나 퍼블리셔나 그게 그거 아니야?' 같은 냉대나 낮은 인식에 자주 부딪힐 수 있습니다. 아직 퍼블리셔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지 않았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굳이 기존의 방식대로 해도 상관없는데 퍼블리싱이라는 어려운 말을 들먹거리며 웹 표준이니 웹 접근성이니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퍼블리싱을 하는 것은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저의 퍼블리싱 개똥철학을 상기하시면서 다시 한번 화이팅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더 질좋은 강좌로 함께 하시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릴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