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한 치과'... 이렇게 해야 바가지 피할 수 있어
글 | 김민희주간조선 기자
사례 1
40대 직장인 이상호(가명)씨는 최근 사랑니 통증으로 종로구에 있는 A치과를 찾았다. 치아관리 모범생인 이씨가 스케일링 이외의 목적으로 치과를 찾은 건 처음이다. 매년 스케일링을 받는 단골 B치과는 예약이 밀려 버스광고에서 본 A치과가 생각나 무작정 찾아갔다. 치과에 들어서자 여성 상담사가 반갑게 맞더니 엑스레이 촬영과 치아 전체 촬영을 착착 진행했다. 상담사는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아픈 사랑니가 90도로 기울어져 있어 뽑을 때 감염이 우려된다. 스케일링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6개월 전에 스케일링을 받은 이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감염’이라는 말에 겁이 나 스케일링에 동의했다. 상담사는 이번엔 CT 촬영을 권유했다. 이씨는 “B치과는 CT 촬영 얘기가 없었다. 꼭 해야 하나?”고 되물었지만 “신경 위치를 알 수 없으면 수술 중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상담사의 말에 CT 촬영도 동의했다. 이번에는 수술 방법. 상담사는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 수술법인 물방울 레이저로 잇몸을 절개한다”며 추가요금이 나온다고 했다. ‘칼 절개냐, 물방울 레이저 절개냐’의 선택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 분위기라 또 동의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상담사는 치아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어금니 5개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바늘 끝만 한 검은 부분을 확대해 보여주며)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충치가 심각하다. 썩은 부위를 파내고 충전재로 채워야 한다”고 충치 치료를 권유했다. 충치 치료비 견적은 125만원. 치아 하나당 25만원이었다. 이씨는 충치 치료는 미루고 사랑니 발치만 하기로 했다. 발치를 위해 수술대에 누워서야 이씨는 치과의사를 대면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날 때까지 이씨는 치과의사의 얼굴도 제대로 못 봤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수술 중 의사가 환자에게 한마디도 걸지 않은 데다가, 조명이 강해 의사 얼굴을 쳐다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씨가 사랑니 하나 발치에 든 비용은 18만원. ‘물방울 레이저 절개’ 추가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이씨는 “미용실에서 가위를 쓰든, 바리캉을 쓰든 미용사의 마음 아니냐, 바리캉으로 커트를 한다고 돈을 더 내는 법이 있냐?”며 따졌지만 상담사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칼로 절개하면 감염 위험이 있지만 물방울 레이저는 그런 위험이 없다. 손님 수술이 잘된 건 물방울 레이저 절개 때문이다.”
뭔가 찜찜하다고 느낀 이씨는 단골 B치과를 찾았다. B치과에서는 이씨에게 “치료할 만한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검은 점이 충치는 맞지만 아직 치료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얼마 후 이씨는 종합건강검진 구강검진에서도 ‘치아상태 양호’ 진단을 받았다. 치과의사는 이씨에게 “어떻게 이렇게 치아 관리를 잘하셨냐”며 칭찬했다.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A치과 상담사의 권유대로 했다면 125만원을 들여 치료할 필요가 없는 치아 5개를 갈아낼 뻔했다.
사례 2
초등학교 4학년 박성우(가명)군은 충치 치료를 위해 성동구에 있는 C치과를 찾았다. 정부에서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구강검진’ 당시 어금니 충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작은 점만 한 크기인데, 치과의사는 충치 부분을 파내고 충전재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충전재 설명은 간호조무사가 맡았다. 간호조무사가 권유한 충전재는 레진. 아말감은 보험이 적용돼 7000~80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수은 중독이 우려되는 데다 미관상 좋지 않아 ‘요즘 엄마’들은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레진은 치아 하나당 10만원. 박군의 엄마는 10배가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레진을 선택했다. “아말감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간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 돈만 아끼려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는 분위기였다.
치과의사는 충치 치료 전 박군의 치아 엑스레이 촬영을 권했다. 의사는 박군의 치아 사진을 보여주더니 “송곳니의 ‘예방적 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송곳니 유치는 빠진 상태인데, 빠진 부분의 치아 사이 간격이 새로 올라오는 영구치보다 1㎜ 좁기 때문에 덧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의사는 “덧니가 된 후 교정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이도 힘들지만, 양쪽 치아를 벌려 놓는 예방적 교정을 하면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아이도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비용을 묻자 의사는 “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으시라”고 보냈다. 간호사가 제시한 ‘예방적 교정’ 비용은 500만~600만원. 박군의 엄마가 “예방적 교정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간호사는 “예방적 교정이나 덧니 교정이나 비용은 같다”며 하나마나한 답변만 내놨다.
박군은 예방적 교정을 하지 않았다. 1㎜의 오진을 기대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박군은 새 송곳니가 났다. 엑스레이 사진 분석을 통한 우려와 달리 고르고 예쁘게 자리 잡았다. 결국 의사가 말한 ‘예방적 교정’은 전혀 필요없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에 예방적 교정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돈은 돈대로 내고, 아이는 아이대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의사는 “거 봐라. 내 말대로 예방적 교정을 해서 이렇게 치아가 고르게 나지 않았냐?”라고 말했을 것이다.
40대 직장인 이상호(가명)씨는 최근 사랑니 통증으로 종로구에 있는 A치과를 찾았다. 치아관리 모범생인 이씨가 스케일링 이외의 목적으로 치과를 찾은 건 처음이다. 매년 스케일링을 받는 단골 B치과는 예약이 밀려 버스광고에서 본 A치과가 생각나 무작정 찾아갔다. 치과에 들어서자 여성 상담사가 반갑게 맞더니 엑스레이 촬영과 치아 전체 촬영을 착착 진행했다. 상담사는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아픈 사랑니가 90도로 기울어져 있어 뽑을 때 감염이 우려된다. 스케일링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6개월 전에 스케일링을 받은 이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감염’이라는 말에 겁이 나 스케일링에 동의했다. 상담사는 이번엔 CT 촬영을 권유했다. 이씨는 “B치과는 CT 촬영 얘기가 없었다. 꼭 해야 하나?”고 되물었지만 “신경 위치를 알 수 없으면 수술 중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상담사의 말에 CT 촬영도 동의했다. 이번에는 수술 방법. 상담사는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 수술법인 물방울 레이저로 잇몸을 절개한다”며 추가요금이 나온다고 했다. ‘칼 절개냐, 물방울 레이저 절개냐’의 선택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 분위기라 또 동의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상담사는 치아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어금니 5개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바늘 끝만 한 검은 부분을 확대해 보여주며)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충치가 심각하다. 썩은 부위를 파내고 충전재로 채워야 한다”고 충치 치료를 권유했다. 충치 치료비 견적은 125만원. 치아 하나당 25만원이었다. 이씨는 충치 치료는 미루고 사랑니 발치만 하기로 했다. 발치를 위해 수술대에 누워서야 이씨는 치과의사를 대면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날 때까지 이씨는 치과의사의 얼굴도 제대로 못 봤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수술 중 의사가 환자에게 한마디도 걸지 않은 데다가, 조명이 강해 의사 얼굴을 쳐다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씨가 사랑니 하나 발치에 든 비용은 18만원. ‘물방울 레이저 절개’ 추가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이씨는 “미용실에서 가위를 쓰든, 바리캉을 쓰든 미용사의 마음 아니냐, 바리캉으로 커트를 한다고 돈을 더 내는 법이 있냐?”며 따졌지만 상담사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칼로 절개하면 감염 위험이 있지만 물방울 레이저는 그런 위험이 없다. 손님 수술이 잘된 건 물방울 레이저 절개 때문이다.”
뭔가 찜찜하다고 느낀 이씨는 단골 B치과를 찾았다. B치과에서는 이씨에게 “치료할 만한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검은 점이 충치는 맞지만 아직 치료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얼마 후 이씨는 종합건강검진 구강검진에서도 ‘치아상태 양호’ 진단을 받았다. 치과의사는 이씨에게 “어떻게 이렇게 치아 관리를 잘하셨냐”며 칭찬했다.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A치과 상담사의 권유대로 했다면 125만원을 들여 치료할 필요가 없는 치아 5개를 갈아낼 뻔했다.
사례 2
초등학교 4학년 박성우(가명)군은 충치 치료를 위해 성동구에 있는 C치과를 찾았다. 정부에서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구강검진’ 당시 어금니 충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작은 점만 한 크기인데, 치과의사는 충치 부분을 파내고 충전재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충전재 설명은 간호조무사가 맡았다. 간호조무사가 권유한 충전재는 레진. 아말감은 보험이 적용돼 7000~80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수은 중독이 우려되는 데다 미관상 좋지 않아 ‘요즘 엄마’들은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레진은 치아 하나당 10만원. 박군의 엄마는 10배가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레진을 선택했다. “아말감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간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 돈만 아끼려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는 분위기였다.
치과의사는 충치 치료 전 박군의 치아 엑스레이 촬영을 권했다. 의사는 박군의 치아 사진을 보여주더니 “송곳니의 ‘예방적 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송곳니 유치는 빠진 상태인데, 빠진 부분의 치아 사이 간격이 새로 올라오는 영구치보다 1㎜ 좁기 때문에 덧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의사는 “덧니가 된 후 교정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이도 힘들지만, 양쪽 치아를 벌려 놓는 예방적 교정을 하면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아이도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비용을 묻자 의사는 “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으시라”고 보냈다. 간호사가 제시한 ‘예방적 교정’ 비용은 500만~600만원. 박군의 엄마가 “예방적 교정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간호사는 “예방적 교정이나 덧니 교정이나 비용은 같다”며 하나마나한 답변만 내놨다.
박군은 예방적 교정을 하지 않았다. 1㎜의 오진을 기대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박군은 새 송곳니가 났다. 엑스레이 사진 분석을 통한 우려와 달리 고르고 예쁘게 자리 잡았다. 결국 의사가 말한 ‘예방적 교정’은 전혀 필요없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에 예방적 교정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돈은 돈대로 내고, 아이는 아이대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의사는 “거 봐라. 내 말대로 예방적 교정을 해서 이렇게 치아가 고르게 나지 않았냐?”라고 말했을 것이다.
치과 과잉진료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치과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닌 걸 확인할 수 있다. ‘과잉진료를 하지 않습니다’를 광고처럼 내건 치과도 꽤 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되는 ‘믿음치과’만 49곳에 달한다. 치과 불신시대를 역으로 보여주는 현실이다. ‘과잉진료 안 하는 치과’를 공유하는 카페도 속속 등장한다. 치과의사 불신은 치과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남의 M치과 김소희(가명) 원장은 “나도 치과의사지만, 치과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주변에서 믿을 만한 치과 선택법을 알려 달라고 하면 아무 곳이나 무작정 가지 말고 지인이나 단골을 찾아가시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치료비 편차가 치과만큼 큰 병원도 드물다. 주간조선은 가격 비교를 위해 서울시내 치과 여덟 곳의 견적을 비교해 보았다. 착한치과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의 그린서울치과, 성동구의 동네치과 두 곳(행당동 S치과, 성수동 K치과) 등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저렴한 네 곳과 서울 강남구의 Y치과, 서울 종로구의 R치과 등 럭셔리 시설을 갖춘 네 곳이 대상이었다. 견적 비교 결과 충치 하나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저 6000원에서 최대 25만원으로 40배 넘는 차이가 났다. 같은 재료라도 가격 편차가 컸다.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이나 GI(글라스 아이오노머)로 할 경우는 최저 6000원에서 최고 1만원으로 두 배 정도 차이 났지만, 비보험 재료인 레진의 경우 최저 5만원에서 최고 25만원까지 5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랑니 발치는 최저 2만3000원에서 최고 18만원까지 8배가 차이 났다. 이번 비교 견적 대상 치과는 아니지만, 사랑니 발치에 100만원이 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강남의 치과도 있다. 기본 패키지는 80만원(국산 국소마취제+국산 봉합사+일반 부분마취), 고급 패키지는 100만원(수입 국소마취제+수입 봉합사+진통제 주사), 로열패키지는 150만원(수면마취+수술 후 회복실에서 진통제와 링거)이다. 최저가 사랑니 발치(2만3000원)와 최고가 사랑니 발치(130만원)가 무려 56배 차이다.
환자는 답답하다. 치과의사의 말을 믿어도 될지, 각기 다른 치과의사의 진단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치료 재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온통 선택거리 투성이다. 치과처럼 소비자의 적극적 선택을 요구하는 진료도 드물다. 선택의 기로마다 환자는 혼란스럽다. 생사를 가르는 치료가 아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치과 발길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김모씨가 그 경우다. 김씨의 말이다. “충치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치과에 안 가게 된다. 큰맘 먹고 치과에 한번 갔다가 치료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다. 다른 치과도 가 보고 치료받으려 했는데 회사 일이 바쁘다 보니 잊어버렸다.”
치과 진료비의 편차가 큰 원인에 대해 전문가는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네트워크 치과의 유행이고, 또 하나는 임플란트의 대중화다. 1990년대 중후반에 출현한 네트워크 치과는 치과 불신 현상을 촉발한 주범으로 거론된다. 물론 네트워크 치과의 긍정적 측면도 많다.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진료시스템, 진료철학 등을 나누고, 공동구매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곳도 속속 생기고 있다.
네트워크 치과 자체는 죄(罪)가 없다. 문제는 네트워크 병원의 이윤 추구형 시스템이다. 네트워크 치과는 실소유주가 따로 있고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치과기공사 등 의료진을 기용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본급은 아예 없거나 매우 적어 성과급제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직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반값 임플란트 등의 저가정책을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것이 네트워크 치과의 마케팅 기법이다. 김소희 원장은 “일단 네트워크 치과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치의의 개념이 아니라 같은 브랜드의 네트워크 병원 내부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책임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의사가 자주 바뀌니 문제가 생겨도 AS를 요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임플란트의 대중화는 진료비 편차를 벌려놓은 또 다른 원인이다. 임플란트 초기만 해도 임플란트 하나를 심는 데 300만원을 육박했다. 하지만 임플란트를 제작하는 업체도 많아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시술환자도 늘어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100만원 이하를 받는 곳도 흔하다. 임플란트 대중화는 네트워크 치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임플란트가 절실한 환자 중에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치과에서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워 가격 덤핑을 하면서 치료비 편차가 커졌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다. 매년 700~800개의 치과가 문을 닫는다. 2010~2012년 3년간 3444곳이 개원했고, 같은 기간 2321곳이 폐원했다. 치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 전체 질병의 건강보험 보장률(60~65%)의 절반인 30%에 불과하다. 감기 치료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에서 70%의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것과 비교된다. 생사가 좌우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낮은 것이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해주는 돈이 너무 적어 보험 치료만으로는 치과 운영이 힘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치과의사들은 하나같이 “정직한 진료만 고집하면 치과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자체가 치과의 과잉진료를 부른다는 얘기다.
동네 치과가 사랑니 발치를 꺼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랑니 발치의 경우 약 10만원의 진료비 중 7만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3만원이 환자 본인 부담금이다. 치아색 재료(레진이나 세라믹)로 충치 치료를 할 경우 10만~15만원을 버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이 안 맞는다. 레진 충치 치료와 사랑니 발치는 시간과 난이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사랑니 발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최대 30분) 수술 난이도도 높은 데다가 수술 후 부작용과 위험성도 크다. 치과 입장에서는 경영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리스크만 큰 치료다.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과연 착할까?
믿을 만한 치과를 추천해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은 없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측에 문의하자, 상담사는 “특정 병원을 추천해주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터넷 카페 여기저기에서 공유지식으로 ‘착한치과 리스트’를 모으고 있으나 신뢰도에 한계가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최남섭·이하 대한치의협)에서는 올 8월부터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을 실시한다. 11월 11일 현재 대한치의협에 등록된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855곳. 참가 신청은 1000여곳이 넘는다. 전국 1만6000여곳의 치과 중 5~7%가 등록돼 있거나 등록 예정 중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좋은치과가 과연 착한지는 알 수 없다.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등록제이지 인증제의 개념은 아니다.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외부 기관이 따로 없다. 대한치의협에 성실히 연회비 30만원을 납부하고 건전한 치과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자정적인 약속을 하는 캠페인 차원이다. 치과 내부에서 과잉진료를 안하고 양심진료를 하겠다는 자정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좋은치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우리동네 좋은치과가 있다면 우리동네 나쁜치과도 있지 않나”며 “캠페인에 등록만 한다고 면죄부를 받고 거듭날 수는 없다”(박용호 치과신문 논설위원)는 날선 비판도 있다.
치과를 사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단골 치과를 만들어 꾸준히 자신의 치아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믿고 다닐 만한 곳이 없다면 동네 치과를 단골로 만드는 것도 좋다. 과잉진료를 권하는 치과의사의 변명은 “환자가 언제 다시 치과에 올지 몰라서”였다. 충치를 수년간 방치했다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다는 이유다. 2013년부터 스케일링도 연 1회 보험이 적용된다. S병원 서모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이 6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일을 치과 검진일로 정해두고 생일 때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한 번, 6개월 후 한 번 치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치료비 편차가 치과만큼 큰 병원도 드물다. 주간조선은 가격 비교를 위해 서울시내 치과 여덟 곳의 견적을 비교해 보았다. 착한치과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의 그린서울치과, 성동구의 동네치과 두 곳(행당동 S치과, 성수동 K치과) 등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저렴한 네 곳과 서울 강남구의 Y치과, 서울 종로구의 R치과 등 럭셔리 시설을 갖춘 네 곳이 대상이었다. 견적 비교 결과 충치 하나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저 6000원에서 최대 25만원으로 40배 넘는 차이가 났다. 같은 재료라도 가격 편차가 컸다.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이나 GI(글라스 아이오노머)로 할 경우는 최저 6000원에서 최고 1만원으로 두 배 정도 차이 났지만, 비보험 재료인 레진의 경우 최저 5만원에서 최고 25만원까지 5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랑니 발치는 최저 2만3000원에서 최고 18만원까지 8배가 차이 났다. 이번 비교 견적 대상 치과는 아니지만, 사랑니 발치에 100만원이 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강남의 치과도 있다. 기본 패키지는 80만원(국산 국소마취제+국산 봉합사+일반 부분마취), 고급 패키지는 100만원(수입 국소마취제+수입 봉합사+진통제 주사), 로열패키지는 150만원(수면마취+수술 후 회복실에서 진통제와 링거)이다. 최저가 사랑니 발치(2만3000원)와 최고가 사랑니 발치(130만원)가 무려 56배 차이다.
환자는 답답하다. 치과의사의 말을 믿어도 될지, 각기 다른 치과의사의 진단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치료 재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온통 선택거리 투성이다. 치과처럼 소비자의 적극적 선택을 요구하는 진료도 드물다. 선택의 기로마다 환자는 혼란스럽다. 생사를 가르는 치료가 아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치과 발길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김모씨가 그 경우다. 김씨의 말이다. “충치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치과에 안 가게 된다. 큰맘 먹고 치과에 한번 갔다가 치료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다. 다른 치과도 가 보고 치료받으려 했는데 회사 일이 바쁘다 보니 잊어버렸다.”
치과 진료비의 편차가 큰 원인에 대해 전문가는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네트워크 치과의 유행이고, 또 하나는 임플란트의 대중화다. 1990년대 중후반에 출현한 네트워크 치과는 치과 불신 현상을 촉발한 주범으로 거론된다. 물론 네트워크 치과의 긍정적 측면도 많다.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진료시스템, 진료철학 등을 나누고, 공동구매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곳도 속속 생기고 있다.
네트워크 치과 자체는 죄(罪)가 없다. 문제는 네트워크 병원의 이윤 추구형 시스템이다. 네트워크 치과는 실소유주가 따로 있고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치과기공사 등 의료진을 기용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본급은 아예 없거나 매우 적어 성과급제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직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반값 임플란트 등의 저가정책을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것이 네트워크 치과의 마케팅 기법이다. 김소희 원장은 “일단 네트워크 치과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치의의 개념이 아니라 같은 브랜드의 네트워크 병원 내부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책임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의사가 자주 바뀌니 문제가 생겨도 AS를 요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임플란트의 대중화는 진료비 편차를 벌려놓은 또 다른 원인이다. 임플란트 초기만 해도 임플란트 하나를 심는 데 300만원을 육박했다. 하지만 임플란트를 제작하는 업체도 많아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시술환자도 늘어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100만원 이하를 받는 곳도 흔하다. 임플란트 대중화는 네트워크 치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임플란트가 절실한 환자 중에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치과에서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워 가격 덤핑을 하면서 치료비 편차가 커졌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다. 매년 700~800개의 치과가 문을 닫는다. 2010~2012년 3년간 3444곳이 개원했고, 같은 기간 2321곳이 폐원했다. 치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 전체 질병의 건강보험 보장률(60~65%)의 절반인 30%에 불과하다. 감기 치료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에서 70%의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것과 비교된다. 생사가 좌우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낮은 것이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해주는 돈이 너무 적어 보험 치료만으로는 치과 운영이 힘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치과의사들은 하나같이 “정직한 진료만 고집하면 치과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자체가 치과의 과잉진료를 부른다는 얘기다.
동네 치과가 사랑니 발치를 꺼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랑니 발치의 경우 약 10만원의 진료비 중 7만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3만원이 환자 본인 부담금이다. 치아색 재료(레진이나 세라믹)로 충치 치료를 할 경우 10만~15만원을 버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이 안 맞는다. 레진 충치 치료와 사랑니 발치는 시간과 난이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사랑니 발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최대 30분) 수술 난이도도 높은 데다가 수술 후 부작용과 위험성도 크다. 치과 입장에서는 경영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리스크만 큰 치료다.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과연 착할까?
믿을 만한 치과를 추천해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은 없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측에 문의하자, 상담사는 “특정 병원을 추천해주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터넷 카페 여기저기에서 공유지식으로 ‘착한치과 리스트’를 모으고 있으나 신뢰도에 한계가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최남섭·이하 대한치의협)에서는 올 8월부터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을 실시한다. 11월 11일 현재 대한치의협에 등록된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855곳. 참가 신청은 1000여곳이 넘는다. 전국 1만6000여곳의 치과 중 5~7%가 등록돼 있거나 등록 예정 중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좋은치과가 과연 착한지는 알 수 없다.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등록제이지 인증제의 개념은 아니다.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외부 기관이 따로 없다. 대한치의협에 성실히 연회비 30만원을 납부하고 건전한 치과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자정적인 약속을 하는 캠페인 차원이다. 치과 내부에서 과잉진료를 안하고 양심진료를 하겠다는 자정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좋은치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우리동네 좋은치과가 있다면 우리동네 나쁜치과도 있지 않나”며 “캠페인에 등록만 한다고 면죄부를 받고 거듭날 수는 없다”(박용호 치과신문 논설위원)는 날선 비판도 있다.
치과를 사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단골 치과를 만들어 꾸준히 자신의 치아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믿고 다닐 만한 곳이 없다면 동네 치과를 단골로 만드는 것도 좋다. 과잉진료를 권하는 치과의사의 변명은 “환자가 언제 다시 치과에 올지 몰라서”였다. 충치를 수년간 방치했다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다는 이유다. 2013년부터 스케일링도 연 1회 보험이 적용된다. S병원 서모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이 6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일을 치과 검진일로 정해두고 생일 때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한 번, 6개월 후 한 번 치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좋은 치과 구별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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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치아를 가능한 한 남기려고 노력하는가. 자연치아는 각종 인공치아보다 우수하다. 치주염이 심해 잇몸뼈 상당 부분이 망가져 인접 치아의 잇몸뼈마저 파괴하거나 치아 뿌리가 부러졌거나 신경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다. 충치가 심한 자연치아는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든 자연치아를 살리려는 노력 없이 자연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손쉽게 권한다면 좋은 의사가 아니다. 2. 스케일링이나 검진을 무료로 해주는 등 미끼 상품을 내세우지 않는가. 의료계에서 미끼 상품을 통한 영리 추구가 문제시된 적이 종종 있다. 이는 환자 유인 행위로 호객행위다. 진료 자체에는 상업성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 공짜 심리를 이용해서 환자들을 유인하는 의료인이 환자 중심의 윤리적인 진료를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3. 광고를 과도하게 하지 않는가. 전문의약품 광고 제한은 정보 제공이라는 순기능보다 오남용이라는 역기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광고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광고비를 많이 내는 의료기관들이 먼저 뜬다. 막대한 광고비를 어디서 충당할지 생각해보라. 4.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가. 이런 경우 대대적인 광고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는 박리다매에 한계가 있다. 한 의사가 정해진 시간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환자 진료는 1+1 행사나 바겐세일하듯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낮은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는 치과들은 보험진료 회피, 부실진료, 과잉진료 등 비윤리적 의료행태를 많이 보인다. 5.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가 치과의사보다 먼저 환자를 보고 진단하고 설명하지는 않는가. 치과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진단이다. 정확한 진단이 치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의사가 아닌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진단하는 행위는 의료법상으로 불법이다. 자료 : ‘이 상한 나라의 치과’(개마고원) |
출처 | 주간조선 2382호
출처 :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3&nNewsNumb=20151118814&nidx=18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