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쿠마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허락없이 스크랩한 글입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koguma2?Redirect=Log&logNo=30035660393
도서관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포스터 하나. '자본주의연구회'란 동아리의 하반기 회원모집을 알리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연구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 하면, 담론은 확실하게 죽어버린 대한민국 캠퍼스에서 의식이 살아있는 대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겠노라 말하는 연합동아리란다. 재테크니 주식이니 하는 잡기를 경제의 본질인양 아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조금 찔렸다. ^^;;) 진짜 경제를 보여주겠노라 단언하더이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다가 포스터를 보고는 바로 "어! 이거봐라!"를 외쳐버렸지.
그리고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가입신청서 버튼을 클릭까지 할뻔 했으나 지나치게 세련된 포스터, 포스터 보다 더 세련된 그 안의 미사여구에서 의심이 조금 생겼다. 워낙 세상이 험하다 보니... 그리고 확인해보니, 한대련 소속 동아리였네. 일주일에 한번씩 세미나를 한다고 하는데, 주로 하는 일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강독하는 것이다.
오피니언 리더로써 성장하고 싶은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마르크스의 고민들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혁명'을 위함이 아닌 '다양성'을 위함이다.
그러한 까닭에 누군가의 시각으로 투영된 마르크스를 읽는 거라면 거부하겠다. 강독이란 미명 아래 강습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이미 담론의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닌가? 그럴거라면 도서관 구석에서 마르크스와 단 둘이 고민하는게 백배는 낫겠다. 길러진 토론꾼들과의 언쟁도 사실 토론의 본질이 아닌 토론의 잡기에 집중하게 할 것이다. 경제의 본질을 논하자면서 언쟁의 잡기를 배워올 수도 있다는 거지.
어찌되었던, 작은 것들에 사로 잡혀 학문의 본질을 잊으려 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이러한 담론의 장(단, 어떠한 배후도 조종도 없는 순수한 곳)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세삼 크게 느끼고 있다. 이 블로그를 보다 열심히 관리해서 이 곳을 그렇게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사실 굳이 일주일에 한번씩 꼭 얼굴 맞대면서 토론 하자는 저 동아리의 규칙에서 아날로그적인 쌍팔년도 운동권 냄새가 물씬 풍기기도 했다. 그 때 그 분들의 정신은 지금의 애송이들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겠으나, 굳이 그 방법까지 따라해야 하는가? 이렇게 월등하고 진보된 수단이 있는데도 말이야. 어쩌면 extensive하고 dense한 조직에 집착하는 '오래된 진보세력'의 버릇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보시는 젊은이들 중에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분이 몇 분만 계신다고 하면 진짜 저런 담론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이 블로그를 통하든 아님 다른 매체를 통하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소통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잔아요! 강제하는 어떠한 규칙도 없이, 그저 시국을 걱정하고, 때로는 서로의 적이 되어주기도 하며 학문 그 자체의 탐구에 동참하실 그런 뜨거운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하늬바람 //
자본주의 연구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연구회에서 활동하는 회원이예요. 뭐 몇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만, 우리가 맑스의 정치경제학만을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문제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가지는데 아직 정치경제학만한 틀을 찾지 못해서 공부하고 있는 거죠. 올해 가입하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올해 커리큘럼을 읽지 못하셨나 보네요. 자본론 강독을 하던 건 2006년 같은데, 경향신문 기사를 보신 모양이네요. 더구나 한대련 소속 동아리란 생각은 어디서부터 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같이 대학생 대안 문화를 만들자는데 관심있는 한국대학생문화연대(한문연)소속이긴 하지만요.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관심에 감사하구요. 저희가 주최하는 강연이나 캠프에 참여해주셔서 함께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고쿠마//
우선 이 포스트를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포스트가 작성되기 전, 제 나름대로 자본주의연구회란 곳을 조사한 후 만들어졌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실제 회원이신 분께서도 리플을 달아주셨는데, 제가 직접 자연이란 단체에 참여하여 습득한 정보가 아닌 바 오류의 여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연의 정보가 제 포스트 속 내용인 점은 회원분들께서도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부분에 오류가 있다면 자연이 대외적으로 본래 모습과는 다르게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 되겠지요. 이 포스트가 생각보다 파장이 컸었던 것인지 자연이라는 단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신 분들께서 많이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분들 중 실제 자연의 회원이셨고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고 계시다는 어떤 분께서(저에게 이름과 소속을 밝혀주셨지만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진 않겠습니다.) 말씀해주시길, 자연에 참여하는 일년여동안 '집회'에 상당히 많이 (수십차례이상) 참여하셨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강제하는 부분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이 분의 경험담 외에도 지난 촛불 집회 당시 현장에서 자본주의연구회라 쓰여진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있더군요. 자연에 대한 제가 아는 모든 부분들이 오류고 오해라 할지라도, 이 부분 만큼은 자본주의연구회란 단체의 성격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품게하였습니다.
자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현재의 자본주의의 대안을 마련하는 학술공동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러한 정치적 액션에 대해선 언급이 없더군요. 이러한 집회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강의실 속에 갇힌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을 하실 것 같네요. 하지만 다분히 짙은 정치적인 색을 지닌 집회활동이 건강한 대안제시의 과정인지는 의문입니다. 순수하게 학문적으로라면 정치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지만 실제로 집회와 같은 행동은 거부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자연이라는 단체가 겉과 속이 다르게 보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저 또한 한국의 대학 내 담론의 장이 부족하며, 이러한 부분이 필요하다는 점은 깊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자본주의연구회'란 대안이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집니다. 하지만 양비론을 언급하신 분의 말 처럼 그 곳에서의 담론은 이미 일정한 방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에 대한 실천의 차원에서 집회와 같은 실질적인 정치적 액션이 가능하다고도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그 곳을 이끄는 분들의 생각의 방향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여 배후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부분은 억측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미 방향이 설정되었다는 점은 자연이 갖는 분명한 한계입니다. 그 곳의 구성원들이 이미 일정수준 이상 학문적 능력을 갖추었다면 방향 설정이 문제가 없겠으나 구성원들이 같이 공부하고 같이 성장하는 단체라면 이는 분명 정치경제적으로 편협한 시각을 갖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제 생각이 자연의 구성원 분들께도 전해질 수 있다면, 그래서 저와 같이 망설이는 많은 분들이 그 단체에 의심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