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2008.11.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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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내 앞에서는 웃지 않는 그대를 보면서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찡그리며
싫은 내색 감추지 않고 표현하면서
남들 앞에서는 실없이 웃고 있는 당신을 보면서
나는 참 바보 같단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주름이 맺히는 것은
그대를 생각하면
떨어진 낙엽에서도 초록빛이 물들고
안개빛 창연한 새벽에도 환한 햇살이 드는 일처럼
그토록 신기로운 일입니다

이런 나도 종종은 나는 그대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너무 예쁜 옷을 입고 화려한 당신이
남들보다 너무나 예뻐서
초라한 나의 행색과는 맞지 않는다는 염려에
너무 밝은 당신은 나의 어설픈 미소와는
천지차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대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찬바람이 불 때나 어두운 공기가 내 뺨을 스칠 때나
나트륨 조명이 내 이마에 내려앉을 때에도
나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를 생각하지 않고 있으면 그때의 내가 없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 속에 머물고 내 하루를 함께 하며
내 이불에서 같이 잠들고 내 밥, 내 연필, 내 책에
심지어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도서관의 벽에마저도
그대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내 피가 되어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이런 나는
정말로
그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이준의 지금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를 다시 들으며 도서관 2열람실 269번 자리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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