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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의 왕노릇은 이제 그만

이온디
2008년 12월 19일
기사 아래 달린 ‘자알~한다’는 정녕 선플일까, 악플일까? 이야기에 대한 반응인 리플을 두고 이토록 설왕설래한다는 건 많은 이들이 그만큼 이야기에 관심이 크다는 증거다. 더욱이 스타에 대한 이야기라면 눈빛이 더욱 반짝일 수밖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선 항시 연예인들의 말말말이 넘친다. 그런가 하면 한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떠난 뒤에야 그의 속 이야기를 쓸쓸하게 내놓았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명랑 히어로>(문화방송)와 <샴페인>(한국방송) 그리고 잇달아 연예인 다큐를 내놓은 〈MBC 스페셜〉(문화방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명랑 히어로〉를 보며 나의 장례식을 상상함
〈MBC 스페셜〉 ‘무릎팍 도사’ 재탕 될까 걱정

신광호 <명랑 히어로>는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는 프로다. 예능프로는 연예인들끼리 모여서 질펀하게 놀다 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 데굴데굴 구를 만큼 큰 웃음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명랑 히어로>가 시사 문제를 다룰 땐 꼭 ‘리틀 백분토론’을 보는 느낌이었다. 잠옷 입고 볼 수 있는 세상 이야기랄까. 전문가가 아니라 친숙한 연예인들이 자기 개성을 갖고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 그랬던 프로가 갑자기 ‘장례식 시리즈’를 하고 있다.

정석희 처음 <명랑 히어로>의 등장은 획기적이었지. 김구라랑 박미선 입장이 다르고 이하늘은 또 엉뚱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느껴지니까 그게 신선했던 거다. 막상 예능에선 비난하고 독한 말 퍼붓는다 해도 끝에서는 다 흐지부지 화해하잖아. 그런데 <명랑 히어로>는 현실적인 주제를 놓고 ‘너 이건 틀렸어’를 말하니까 속~시원했지. 똑같은 물에서 노는 같은 ‘라인’ 연예인들만 모은 게 아니라 다른 물에서 헤매는 패널들이 모였던 거다.




» 가상 장례식 형식으로 토크를 진행하는 〈명랑 히어로〉. 문화방송 제공



윤종신 요새 노랫말을 못 쓴다더라


처음에 비해서 출연자들의 색깔이 모호해졌다. 이경규가 투입된 시점부터 달라졌는데. 은근슬쩍 게스트로 들어가서 하루만 묵겠다 했던 그가 이젠 중앙에 앉아서 진두지휘를 한다. 이경규의 왕 노릇! 왕같이 웃기면 또 모르겠는데, 웃기는 후배들을 보고 본인만 웃고 가시는 건 쫌.(웃음)

각자 포지션을 못 지키고 있다. 가상 장례식이란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각자 개성과 의견을 잃은 게 아쉽다.

시사 문제를 다룰 때 매력은 패널들의 솔직함이었지. ‘나, 무식한 거 보이지 말아야지’ 했던 게 아니라 무장해제한 상태로 있었으니까. 양희은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땐 똑소리 나게 이건 맞다 아니다 설전이 오갔고, 말발 신해철이 왔을 때도 팽팽했다.

지난주 김건모의 가상 장례식은 의외였다. 게다가 웬 원더걸스? 뭐 사실 내 장례식에 빅뱅이 온다면 죽어서도 흐뭇한 일이지만 말이다.(웃음) 개인적으로 병원 입원했을 때 죽기 직전까지 갔던 때가 있다. 밖에서 의사가 ‘오늘 밤 못 넘길 수도 있다’는데 딱 속으로 ‘아! 베란다 청소 안 했는데 어떡해?’가 1번, ‘나랑 싸운 사람 나 계속 미워하면 어떡해?’가 2번이더라. 인생 중간정리 확실히 한 거지.(웃음) 그때 생각하면 사실 가상 장례식이라는 기획 자체는 시사하는 바 크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는 충분한 거지. 가상 장례식의 첫 타자가 이경규였다. 스스로 진지해지는 게 민망했는지 버럭 화내는 특유의 장난기를 발휘하더니 그쪽으로 확 틀더라. 시청자들이 웃음을 기대하는 건 맞지만 연예인의 진짜 속내를 듣고 싶었던 것도 있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만 까발리는 건 너무 많이 봤잖아.(웃음)

장례식이 되면서 김성주의 역할이 사라졌다. 출연자가 독한 말을 하면 중화제 역할을 하곤 했는데 이젠 박미선이 균형을 너무 잘 잡아 준다. 악동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범생이랄까. 악동 패널들과 명랑하게 어울리려고 하는데 괜히 안 노는 애가 ‘나 놀았다구’ 하는 느낌이 드는 거지.

<명랑 히어로>는 이하늘의 재발견이다. 갈 데까지 간 것 같은 애가 알고 보면 가장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일 때 와락 밀려오는 감동? 유재석의 <놀러와>(문화방송)에서 요새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고정이 됐더라.




» 성인들을 위한 본격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샴페인〉. 한국방송 제공



아직 <명랑 히어로>엔 발군의 캐릭터들이 있다. 가수 윤종신 요새 가사를 못 쓴다더라.(웃음) 가수 할 땐 뮤지션하고 어울렸는데 요즘엔 개그맨하고 노니까 밤에 집에 가서도 애드립 나온다며. 오락 프로그램은 특히 출연진이 누구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패밀리가 떴다>(에스비에스)는 게스트 상관없이 누가 들어와도 인기잖아. 그런 점에서 <명랑 히어로>와 같은 시간대 토크쇼인 <샴페인>처럼 뜬금없는 게스트의 조합도 못 봤다. 연령, 분야 막론하고 이홍렬, 이의정, 성대현, 조수빈 아나운서 등 총출동이던데.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한국방송의 야심인가?

엠시인 신동엽과 신봉선의 조합은 조금 더 두고 보고 싶다. 개그 작렬하는 신봉선은 엠시 울렁증이 있다는데 약간 주눅 들어 보인다. 노사연과 조형기 같은 선배 패널들에게 눌려서 그런가?

아무래도 최근 토크쇼의 내용을 채우는 게 출연자들의 ‘폭로’ 입담 대결이다 보니. 서열을 무시할 순 없을 거다.(웃음). <명랑 히어로> 장례식도 그렇고 <샴페인>의 토크도 부부 사이를 폭로하잖아. 폭로가 무조건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단 대상이 되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거. 어떤 연예인 중에는 그 폭로만 가지고 연예인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지. 그런 점에서 <샴페인>에 나온 이홍렬을 다시 봤다. 오랜 연예인 생활에 인맥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을 거다.

이홍렬의 입담 여전히 대단하네

그런가 하면 〈MBC 스페셜〉이 최근 잇달아 연예인을 소재로 다뤄 화제다. 연예정보 프로그램 같다, 홍보성이란 평가도 있던데 난 재밌게 봤다. 이영애가 티셔츠 차림에 빅뱅 노래 듣고 삼각김밥 먹고 다니는 거, 우린 몰랐잖나. 사람들 우르르 대동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웃음) 신선했다.

우리나라 연예인 다큐는 특히 취약하다. 일본만 봐도 연예인을 비롯한 인물 다큐가 풍부하다. 연예인 관련 자료가 방대하고 세간에 화제가 될 때 이미 그 인물 다큐를 보여줄 만큼 반응도 빠르다. 최근 스페셜에 나온 비, 이영애는 다 국민스타급이었지. 최정상만 보여주는 건 식상하지만 이들의 다큐를 볼 수 있다는 건 어쨌든 생큐다.

언론에 노출이 덜 된 이영애에 비해 비의 얘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박진영도 항상 비와의 에피소드를 말하잖아. 이제 유년 시절 고생이나 성공신화가 딱히 새롭지도 않다. 비는 정말 미친 듯 연습하고 짜릿한 성취감에 중독된 사람 같더라. 외국 배우나 트레이너들이 하나같이 ‘놀라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데, 그렇게 미친 듯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해줘야 한다 싶더라니까. 내가 별반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웃음)

최진실, 옆집 언니와의 이별




» 고(故) 최진실 추모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MBC 스페셜〉.문화방송 제공



사실 스타 다큐가 며칠 만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 지난주 최진실 추모 다큐를 봤는데 시간상 급히 만들어진 것이 분명할 텐데, 내겐 최고였다. 아, 사람이 죽은 후에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마음 쓰리면서도 한 편의 역사를 보는 느낌이더라. 문화방송만큼 그의 자료를 많이 가진 데가 어디 있겠나. 그만큼 감정이입이 된 다큐는 평생 처음이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침착한 인터뷰가 맘에 와닿더라. 보면서 90년대 초 ‘최진실의 진실’이란 <인간시대>를 봤던 기억도 나고.

그 수제비 먹는 장면! 내 곁에 있던 사람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인 거다. 중학교 땐 최진실 책받침을 썼었는데, 정말 최진실을 잊고 살았다 싶었다. 방송국도 어떤 면에서 무심했고. 최진실의 매력은 이영애와 다르다. 소탈하고 솔직하고 옆집에 가면 있을 것 같은 거지. 그 당시엔 미운 짓을 해도 ‘우리 누나가 잘됐으면’ 하는 심정처럼 그를 보곤 했다. 얌전이나 빼고, 신비스럽고 싶어 하는 그런 연예인이 아니었고. 다큐 하나가 여러 생각을 하게 하더라.

다큐를 보면서 어떤 톱스타든 곁에서 진심으로 충고해 주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꼭 필요하구나 싶더라.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곁에서 누가 봐주고 함께 가주느냐가 중요한 거지.

박혜진 아나운서의 잔잔한 내레이션도 인물을 보는 시선에 안정감을 실어줬다. 다음 〈MBC 스페셜〉은 역도 장미란 선수라는데. ‘무릎팍 도사’에서 인기 끌었던 스타들을 다시 불러와 다큐멘터리로 재탕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살짝 된다.

비나 장미란 등 다 토크쇼에서 의외의 반응을 끌어낸 인물이었다. 역도할 땐 상상도 할 수 없던 장미란의 유머, 〈MBC 스페셜-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가 어떻게 아름다울지 궁금하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당신 선방했어! 토크쇼 게스트 진선미


|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이완

버라이어티의 매력을 아는 뜻밖의 게스트였다. 누나 김태희 험담을 대놓고 하면서, “소파에서 자는 거 보면 추하다”고 말하는 남동생이라니.(웃음) 하나하나 톡 쏘는 발언을 하는 이완, 그렇게 웃길 줄 기대도 못했다.(정석희)


|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양희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녀의 포스! 가끔 아줌마에 대한 편견이 느껴지는 토크쇼 ‘세바퀴’에서, 슬기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반짝이는 게스트. 의지박약인 사람이라면 찾아가서 상담받고 싶다!(신광호)


| <샴페인>의 이홍렬

한때 토크쇼의 작은 왕자였던 그, 여전히 뒤집어지게 웃겼다. “이 말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말하는 거 정말 귀여웠다. 아직 죽지 않은 홍렬 형, 간만의 약진이었소.(신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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