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생활 기록ㆍ저장… 필요할 때 꺼내봐
'디지털 슈퍼 일기장'
사물에 정보처리 기능 부여한 '지능형 가젯' 통해
사용자 경험정보 자동 수집… 언제든 검색도 가능
#사례. 2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쫓깁니다. 그래서 매번 뭔가 하나씩 빼놓고 출근하곤 하는데요. A씨는 이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출근하기 위해 현관에 다가서면 현관에 있는 현관 가젯(전자기기)이 A씨의 오늘 일정과 평상시 휴대하는 소지품을 확인한 뒤 휴대하고 나갈 소지품 목록을 만들어 제대로 휴대하고 나가는지 확인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관 가젯은 A씨가 빠뜨리고 가는 소지품을 발견하고 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A씨의 모든 소지품이 지능형 가젯으로 구현돼 있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음으로써 현관 가젯이 소지품의 휴대여부를 점검할 수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위의 내용은 지능형 가젯 기반의 라이프로그 서비스를 활용한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라이프로그 서비스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실현 가능한 개인화된 서비스 기술 중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라이프로그 서비스는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향후 활용하기 편리하도록 적절히 분류,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한 경우 꺼내어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종이로 된 일기장에 일상생활에 겪은 일들을 기록하는 것처럼 디지털 장치에 기록하는 일종의 `디지털 슈퍼 다이어리 기술'인 셈이다.
기존의 일기장과 달리 라이프로그 기술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경험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물에 정보처리 기능을 부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처리가 가능한 사물을 통해 사용자의 별다른 개입 없이도 이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경험 정보를 수집, 가공해 라이프로그 서버로 전송, 기록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보처리가 가능한 사물을 지능형 가젯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IT의 급격한 발전은 지능형 가젯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라이프로그 서버에 사용자 경험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시대가 실현되고 있습니다.
라이프로그 기술은 수집되는 정보의 다양성이 기존의 일기장에 비해 엄청나게 방대합니다.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온도, 조도, 습도 등과 같은 환경정보, 호흡, 혈압, 맥박 등 생체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라이프로그 기술은 이처럼 방대하게 수집된 정보를 자동 분류해 기록함으로써 추후 사용자가 원할 때 유용한 정보를 원활하고 편리하게 검색하도록 지원해 줍니다.
라이프로그 기술의 토대가 되는 개념은 미국 과학연구개발사무국 국장을 지낸 바네바 부시가 지난 1945년 7월 애틀랜틱 먼슬릭 잡지에 기고한 `As we may think'라는 기고문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호두보다 별로 크지 않은 크기의 카메라가 포함된 장치를 장착하고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저장하는 개념과 개인별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분류, 관리하는 `메멕스(Memex)'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 개념은 1980년대부터 캐나다 토론대 대학의 스티브 만 교수에 의해 실현되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몸에 착용하기 불편한 크기였던 장치가 1990년대 후반에는 소형화돼 안경이나 허리띠와 같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물에 부착하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착용형 컴퓨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용자가 경험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장치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후 2003년 미국 국방성에서 각종 센서와 정보 기록에 의해 군사훈련에 대한 평가와 훈련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라이프로그 관련 기술개발을 시도했으나 사생활 보호를 우려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을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라이프로그 기술은 웹 2.0과 UCC 등의 활성화 덕분에 민간 부문에서 기술개발 및 서비스 모델의 제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MS의 고든 벨은 바네바 부시가 제안한 메멕스의 개념을 확장, 구현하기 위해 마이라이프비츠란 프로젝트를 통해 2004년부터 자신의 실제 생활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고든 벨은 펜던트처럼 목에 거는 정보 수집장치인 센스캠을 통해 사용자가 보는 정보를 수집, 저장합니다. 이 센스캠은 사진 이외에 빛, 열, 위치를 검출하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만 영상을 저장하는데요.
센스캠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매일 저녁 마이라이프비츠에 분류, 기록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정보는 추후 필요할 때 언제든지 검색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ETRI와 KIST가 라이프로그 서비스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각종 센서와 디스플레이 장치를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탈부착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종류의 정보를 용이하게 로깅할 수 있도록 지능형 가젯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한국전자통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