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고 나서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벤처스토리의 네번째 주인공인 스팟엔진 오규석 대표 말이다.

사실 그에게는 ‘대표’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 조차 어색하다. 그는 불과 만 15세, 중학교 3학년 학생이기 때문이다. ‘오규석 군’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나이이지만, 그는 한 기업체의 창업자이자 CEO로서 ‘대표’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마 독자들은 ‘철없는 애들의 장난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만나 잠깐만 대화를 나눠보면 그가 어떤 벤처 창업가보다 더 구체적인 비전과 기술,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오규석 대표는 현재 동인천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자,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부문 2006년 전국은상, 2008년 전국금상을 수상한 정보기술 방면의 인재다.

오 대표는 지난 5월 스팟엔진(spotengine)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후 소셜 미니로그 서비스 ‘스틱스(www.stix.me)’를 선보였다. 

놀라운 것은 스팟엔진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사람이 미국인 고등학생이라는 점이다. 한국 중학생과 미국 고등학생이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한 사례가 또 있을까.

오 대표와 에반 월쉬 CTO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났다. 웹 상에서 오픈소스 형태로 마이크로 블로그 툴을 개발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함께 개발했던 블로그툴을 기반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오 대표는 비록 중학교 3학년 학생이지만,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그는 매일매일 영어 테이프를 반복해 청취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메일, 채팅,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를 통해 의견을 나눴고, 결국 스틱스라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스틱스는 어떤 서비스?
스틱스는 일반 블로그와 마이크로 블로그의 중간 정도의 서비스다. 블로그처럼 전문적이고 긴 글을 쓰는 공간도 아니고, 단순 중심의 마이크로 블로그도 아니다. 일기처럼 간단한 생활과 사진 등을 기록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제목을 꼭 달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을 간단히 기록할 수 있다. 

블로그의 '편의성'과 마이크로 블로그의 '소통'을 결합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오 대표는 "국내 문화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필요 없다. 이런 라이프 로그는 미국이나 일본 성향을 담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기 생활을 웹에 일일이 쓰지 않지만 미국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스틱스는 현재 영어 버전으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스틱스는 단순히 글을 적는 편집기의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있는 주제의 글을 쓴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서의 기능을 제공한다. 

글을 작성한 후 씽크 카테고리(think-category)를 지정해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표출하고, 비슷한 관심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스틱스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선비스가 아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계획됐으며, 현재도 영어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서버도 미국에서 운영 중이다.

오 대표는 “스틱스의 아이템을 국내에서 현실화하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고, 사업적으로 봤을 때도 국내에서 수익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오 대표는 미국의 유력 벤처투자사로부터 투자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6개월~1년 정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오 대표는 “매우 긍정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투자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투자가 확정되면 아예 미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그는 "투자를 받으면 미국에 가서 직접 법인을 세울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가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오 대표는 "수익모델을 확정하고 시작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틱스는 이미 3가지 정도의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상태에서 비슷한 서비스인 미국의 트위터(twitter.com)는 50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아 압력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 수준의 스틱스는 트위터의 확장판인 격이지만 내년에 보여질 완전한 서비스 모습은 모든 웹에 있는 정보를 스틱스 안에 엮고, 다른 서비스 정보도 스틱스 안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 모든 정보는 모바일과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참으로 겁없는 10대가 아닐 수 없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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