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기 비법 따로 있다

이온디
2009년 03월 14일
ZOOM IN_글 잘 쓰기 비법 따로 있다

글 잘 쓰기 비법 따로 있다

인터넷이 인간의 글쓰기를 후퇴시킬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인터넷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각종 글쓰기의 경연장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우편, 홈페이지, 카페, 포털의 댓글, 메신저, 쪽지, 쇼핑몰의 상품 판매 등 공적인 글쓰기를 사적인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돋보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글도 순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글 잘 쓰는 비법은 뭘까? 사례별로 알아보자.
송병년 객원기자


홈페이지 글쓰기 _ 게시판은 제목으로 승부하라

홈페이지는 개인, 기업, 단체의 얼굴이다. 가장 쉬운 세상에 말 걸기 방식 또는 공개 구혼장과도 같다. 만약 아직 홈페이지나 블로그, 미니홈피가 없다면 성공하겠다는 야심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도 될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 글쓰기는 프로슈머 시대의 경쟁력이 된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신뢰가 생명이다. 친목이든, 취미활동이든, 기업의 영업 전략이든 마찬가지다. 연예인 축구단의 홈페이지 인사말은 프렌즈가 무슨 단체이며,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밝히면서도 숫자를 활용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연예인 축구단 프랜즈 단장 안정훈입니다. 제 차 번호는 9707입니다. 저희 프랜즈 축구단이 만들어진 1997년 7월을 상징합니다. 창단 이래 지금까지 프랜즈 축구단은 양지보다는 음지에 계신, 또 그네들보다 더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 계신 분
들을 위해 봉사해 왔습니다.”

회사 소개는 더 꼼꼼하게, 접근하기 쉽게 써야 한다. 정보를 줄 때는 시시콜콜하게 주고, ‘참지 말자, 아직은 덥다. 선풍기 19,000원’같이 재치 있게 꾸며야 한다.

눈에 확 띄는 게시판 글쓰기는 필수다. 마치 장거리 약 장수가 약을 팔 듯 노련하게 써서  사람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이고, 구매의욕을 부추겨 결국 사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제목으로 승부하는 것. 마케팅 글쓰기 기법을 도입해, 간단명료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딱 집어 만족시켜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머, 정보 가치가 있는 내용(명절을 앞둔 시점이면 갓난아기 데리고 장시간 자동차 여행하는 요령 등)을 제공하거나 단 한 가지만 제안하는 방식, 예를 들어 ‘빠르고 안전한 DHL’이 아니라 ‘서류든 화물이든 전 세계 어디서나 3일 이내에 DHL’ 식으로 쓴다. 

이때 마케팅 글쓰기의 절대법칙 WIFM(What's in it for me?)을 염두에 두고 홈쇼핑에서 물건 팔듯이, 영화 포스터 쓰듯이 쓴다. 즉 ‘출입 차량이 많아 주차장 입구가 혼잡합니다. 주차 차량은 비상등을 켜 주세요.’가 아니라 ‘주차 차량은 비상등을 켜 주세요. 우선 주차해 드립니다.’라는 식으로 쓰라는 것이다.

숫자를 활용(비만이 무서운 진짜 이유 7,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 등)하거나, 특정 고객을 겨냥(말로만 듣던 66년 말띠시군요)하거나 기발하게 비유(두드리면 열립니다, 난타)하는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공모, 사용 후기 등 각종 이벤트가 넘쳐나는 홈페이지에서 당첨되는 비법도 알아보자. 일단 글쓰기 공모는 다를 공모에 비해 경쟁률이 낮다.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만큼 당첨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생긴 경품계 명언은 잘 쓴 수기 하나 열 퀴즈 안 부럽다는 점. 명심할 것은 호감도와 성의를 보이면서 기존 당첨 글을 많이 보는 게 유리하다.

‘플러스존’의 예)

플 ~ 플러스존으로 오세요! 영화, 음악, 게임 등 당신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러~ 러브하고 싶다구요? 아하!  걱정 마세요. 플러스존 운세로 풀어 드리죠.
스~ 스릴 있는 즉석 만남을 원하신다면
     플러스존 댄스로 당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드리겠습니다.
존 ~ 존 하루 존 세상 언제나 플러스존이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연하장, 감사편지, 청첩장 등_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써라

“변함없이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을 함께 기뻐합니다. 축하해요.”, “새해를 맞이하여 행운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제 이런 지루한 패턴은 버려라. 이왕이면 구체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인용하자.

사실 각종 편지, 초청 인사말 등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쉬운 점은 우선 독자가 분명하고, 독자의 취향과 성격, 수준이 분명하다는 것. 목적도 분명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네루가 쓴 명저 『세계사 편력』은 딸에게 보낸 편지형식이고, 고도원의 ‘아침 편지’ 시리즈는 편지라기보다는 명상 글이나 경구로 쓰기 좋다. 『백범일지』나 『난중일기』가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 그만큼 문장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오드리 헵번이 죽기 전,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메시지나 내용이 한 편의 시이자 감동 그 자체다.


예)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전문은 인터넷검색으로 확인하기를.
청첩장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글쓰기도 드물다. 최근 인터넷에 회자된 모 영화감독의 청첩장은 내용은 특별하지 않지만 글쟁이의 노련함과 개성 있는 청첩장 쓰기의 모델이 될 만하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도 꿔보지 못한 채 37년, 27년을 살아왔습니다.’로 시작하면서 하객을 초청하고 조언자가 돼 줄 것을 귀엽게 부탁한다.

예)
‘…그리고 행여 저희 삶에 힘들고 모진 날이 와서 기운 없고 아파할 때가 오거든
들려 주세요. 오늘 저희의 모습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이 모습이라면 어떤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중에, 나중에 말해 주세요.‘

축사와 연설문 쓰기_한문 투나 형식적인 미사어구는 NO

최근 각종 시상무대에 오른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이 종종 어록의 반열에 오른다. 〈너는 내 운명〉의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이 대표적. ‘스태프 60여 명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순식간에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의 사람일수록 책을 많이 읽는다. 자신만의 이야기 주머니가 필요하기 때문에 늘 좋은 인용구나 이야기 소재를 찾아서 기록해 뒀다가 활용한다. 김제동 같은 사회자나 개그맨 그리고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잘나가는 경영자들의 독서량이 엄청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독서와 함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의 생명은 진실에 있다. 연설자에 따라 내용이 좋아도 표현력이 부족하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단점이 있지만, 취임사, 퇴임사, 입학과 졸업 축사, 연설문 등에서 한문 투나 형식적인 미사어구가 통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취임을 축하하며 앞날에 더 큰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영예로운 퇴임이 새 인생의 힘찬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입학을 축하한다. 더욱더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졸업을 축하하며 큰 뜻 펼치기를 바란다.” 같은 종류의 인사말은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고 기억에 남지도 못한다.

글과 표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대표적인 경우가 하버드대 졸업식장의 빌 게이츠 연설문일 것이다. 세계의 불평등을 얘기하며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그의 연설은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와 비교되며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와 쌍벽을 이룬 스티브 잡스의 축사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인생 역정을 간결하지만 강한 메시지로 전달해 그가 왜 연설의 대가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예)
‘여러분들의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타인의 소리가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중략)
저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둔 여러분이 여러분의 분야에서 이런 방법으로 가길 원합니다. 계속 갈망하라. 꾸준히, 우직하게.
stay hungry. stay foolish.‘

전자우편, 메신저, 핸드폰 인사말 등_ 한눈에 내용이 파악되도록 써라

메신저와 문자 보내기가 난무하는 요즘 이모티콘, 컬러 문자, 예쁜 문자 등 그림을 그리듯 쓰는 회화적인 글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만큼 날것(글이라고 하기에는 함량 미달)은 읽는 이를 황당하게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예의를 갖춘 정석의 글쓰기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점만 유의하면 될 것이다. 메신저는 누구나 알기 쉬운 대화명을 사용하고, 수다 떨지 말 것, 업무용 전자우편 요점만 빠짐없이, 한눈에 내용이 파악되도록, 숫자보다 의미를 전달할 것.
 
꼭 지켜야 할 글쓰기의 ABCDE 원칙

직업인이라면 이제 글쓰기는 필수요소가 됐다. 잘 쓰는 데에는 왕도가 없다.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만이 최선이다. 꼭 지켜야 할 글쓰기의 ABCDE 원칙이 있다면, Attractive(재미와 감동을 줘라), Brief(짧고 간결하게 써라),  Correct(바른 문장 쓰기는 기본), Dignified (신뢰성을 확보하라. 바른 표현과 정확한 통계, 사실, 인용구), Easy(쉽게 써라) 정도일 것이다.

중요한 점은 유치하고 서툰 글이라도 글쓴이의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이야말로 읽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글을 잘 쓰는 노하우일 것이다.

TIP_ 글쓰기 고수가 되는 지름길

고수에게 배운다 _ 소설가 안정효의  40년 노하우 따라잡기

20대 때 연애도 안 하고 방학에도 도서관에 틀어박혀 영어 소설을 읽고 번역하고, 습작 원고를 썼다는 안정효. 그때 하도 열심히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제는 무슨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 40년 노하우를 묶어서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라는 책도 냈다. 경험은 작가에게 재산이므로 시행착오와 실수조차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말하는 노하우는 세 가지다. 첫째,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 둘째, 요령이나 비법은 없다. 끈기, 발과 엉덩이로 글을 써라(『하얀전쟁』은 10년간 썼고,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무려 17년간 썼다.). 셋째,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 즐겨라. 마흔 이후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려고 먹을 것 이상은 벌지 않기로 각오했다는 그는 실제로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다. 글 쓰고, 작품 번역하고, 낚시 가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본다.  

타산지석이 될 만한 글쓰기 참고 자료

문장연구가 장하늘 님의 칼럼과 저서, 짧고 간결한 메시지 전달자인 우리말 대가,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의 칼럼 및 저서, 기자 출신 소설가 김훈의 작품,  바른 문장, 정확한 표현의 소설가 김소진의 작품,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운영의 옛날 칼럼 및 저서, 전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의 칼럼,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엔도슈사쿠, 『전략적인 편지 쓰기』 이태준 『문장 강화』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루돌프 플레시 『잘 읽히는 글쓰기』,
케빈 라이언 『성공한 CEO가 직접 말하는 비즈니스 글쓰기 노하우』

출처 http://nara.sbc.or.kr/enewspaper/articleview.php?aid=1007&sid=77&hosu=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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