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은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화해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토록 소중한 말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그것은 나라마다 말이 다르고, 문화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나라에 따라, 말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큰 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재미교포가 돈을 벌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방 안에 두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출근했다가, 집에 불이 나 아이들이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는 너무나 슬프고 한스러워 “우리 애들을 내가 죽였다”며 절규했는데, 이웃에 사는 미국인이 자기가 애들을 죽였다고 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경찰에 알려, 그 어머니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나라에 따라 말의 차이,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말과 외국말의 차이는, 우리나라의 톱은 앞쪽으로 당길 때 나무를 자르지만 서양 톱은 밀 때 자르는 것만큼이나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외국말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충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 나가봐야 애국자 된다 조동일 선생은 우리 민족의 조건을 세 가지 들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말을 모국어로 사용하는가?’ 하는 것을 첫째로 꼽았습니다. 그만큼 우리말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조병화 시인의 시에 “낙엽끼리 모여 산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같은 말을 쓰고 문화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은 매우 편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외국에 나가봐야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을 만나 손짓 발짓을 다해가며 의사소통에 애를 먹어 보아야, 내가 한국어 회화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소중한 유산인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잘 대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말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아 말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을 많이 남겼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거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혀 속에 도끼 들었다”는 등의 속담들은 우리에게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거나, “나이 먹으면 자식 촌수보다 돈 촌수가 가깝다”거나 “마누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돈으로 틀어막아 안 되는 것은 재채기 뿐”이라는 속담들은 우리 조상들의 오랜 삶의 체험에서 터득한 지혜들입니다. 하기야, 유태인의 탈무드에도 속일 수 없는 세 가지에 ‘재채기, 좋아하는 것, 가난한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이란 것이 공통점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선인이 남긴 속담이나 민요 그리고 이야기들에는 이러한 지혜가 듬뿍 들어 있는 보물 창고와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작품을 많이 읽으면, 우리말도 잘 하게 되고, 글도 잘 쓰게 되며 삶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고 깊어지게 될 것입니다.
‘좋은 책 한권’ 읽는 추석을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삶에 공감하고, 지혜로운 표현에 감탄하며, 몰랐던 새로운 것을 아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이 가을에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는 문학 작품을 한두 권이라도 읽으면서 행복한 중추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석은 아주 오래전부터 조상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입니다. 가족과 이웃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지내며 살아왔기에 “일년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으로 마음까지도 넉넉하고 너그럽게 되는 추석에 ‘좋은 책 한권’은 더더욱 행복과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