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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방송에 '개고생'이란 말을 쓸 수 있을까.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비속어를 쓸 수 있다지만 엄연히 심의란 것이 존재하는 공중파 광고에서 개고생이란 말이 나온단 말인가. 시청자들이 당혹스러워했죠. 오죽하면 세계적 산악인인 엄홍길이 자기비하를 했다며 논란으로까지 비화되었을까요.

사람들이 개고생이란 말을 비속어로 인지하고 있어서 이 광고는 성공했죠. 사실 개고생은 우리말이며 국어사전에도 포함돼 있는 표준말입니다.

개고생 [ 네이버 국어사전 ][ 다음 국어사전 ]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어감은 간혹 가다 당황시킬 때가 있죠.

지난 번 '꼴'과 '따위'에 대한 당황스러운 경험담을 이야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딴에는 표준어에 틀리지 않은 표현이라서 쓰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저속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2009/04/14 [꼴]과 [따위] 에 대한 변명
그래서 몇 가지 재미있는(?) 비속어 같은, 또는 듣는 상황에 따라 저속하게 들릴 수 있는 표준말이나 사전에 등재돼 있는 관용어를 찾아봤습니다.

■ 설레발[ 다음 국어사전 ]
설레발은 '설레발이'입니다. 설레발이는 그리마과에 딸린 절족동물입니다.
설레발이는 어둡고 습기찬 곳에 사는데 몸길이는 25밀리미터 정도, 몸빛은 어두운 황갈색에 얼룩무늬가 있고 19개의 마디로 되어 있고, 각 마디마다 발이 두 개씩 달린 곤충입니다. 설레발이는 우리가 집안에서 간혹(또는 흔히) 볼 수 있는 다리가 많은 작은 곤충입니다.

이 설레발이는 많은 발을 움직이며 이동하기 때문에 그 행동이 몹시 부산해 보여 사람이 지나치게 나대고 소란을 떠는 것을 '설레발치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관용어구로 '설레발치다'도 맞고 '설레발놓다'도 맞는 표현입니다.
■ 싹쓸이[ 다음 국어사전 ]
싹쓸이 역시 아무래도 도박(주로 고스톱)에 쓰이는 용어라서 매우 저속하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도 싹 쓸어버린다의 명사형인 '싹쓸이'는 '판돈을 싹쓸이했다'나 '도둑이 살림살이를 싹쓸이해 갔다' 등으로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비속어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엄연히 표준어랍니다.

■ 갈가리(가리가리)[ 다음 국어사전 ]
갈가리는 보통 얼마 전 개그콘서트에서 무를 갈던 한 개그맨의 별명으로 통용되곤 했는데요. 사실 '갈갈이'와 '갈가리'는 다른 말입니다.

'갈갈이'가 잘못된 말이지만 개그맨 스스로 상표처럼 고유명사화 시켰다면 반드시 잘못된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뚝이와 오뚜기처럼 말이죠. 또는 '무를 갈다'에서 나온 '갈갈이'와 '가리가리'의 준말인 갈가리를 굳이 같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갈가리는 뭔가 찢어 흩어놓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옷이 갈가리 찢겼다' 식으로 말이죠. 비속어스럽다기보다 혼동되는 유행어와 병행되면서 약간 다른 뜻으로 읽힐 수도 있는 단어입니다.

■ 씨부렁[ 다음 국어사전 ]
아마 광고에서 '어디서 씨부렁거려?'라는 말이 사용된다면 '개고생'처럼 담당자가 개고생 좀 하겠죠? 하지만 씨부렁은 엄연히 우리말이며 '씨부렁대다'와 '씨부렁거리다'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어입니다. 약한 표현으로는 '시부렁거리다'가 있겠죠.

비슷한 표현으로는 ' 씨불' 도 있습니다. 역시 표준어죠.
■ 수작질[ 다음 국어사전 ]
가뜩이나 어감도 안 좋은 '수작'에 '질'까지 붙으면 정말 극도로 저속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단어 역시 표준어입니다. 함부로 쓰기 힘든 표준어이지요? 이 정도면 욕이지만 표준어인 '개새끼'와 견줄 만 하겠습니다.

■ 오입질[ 다음 국어사전 ]
함부로 입에 올리기 참 민망한 표현이죠. 오입질의 오입은 '성관계'를 의미하는 말이고요. '질'이란 어미가 붙어서 '못된 짓'의 어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여기에 '오입쟁이'라고 하면 욕으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표준어입니다.

그런데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어디서 지적질이야'란 표현은 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더군요.
여기서 잠깐 욕으로 쓰이는 '염병할'이라거나 '빌어먹을', '육시랄' 같은 단어의 어원을 생각해보니 매우 험상궂습니다. 염병할은 장티푸스처럼 돌림병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사지로 만들었던 시절의 욕으로 '염병을 앓을'이란 뜻이죠.

빌어먹을은 먹고살기 힘든 시절 거지처럼 빌어먹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말이고요. 육시랄은 오래 전 사지와 머리까지 묶은 줄을 소가 당기게 해 사람의 몸을 6등분시켰던 '육시'라는 잔인한 형벌에서 유래됐습니다.

표준어란 것이 광범위한 우리 어휘를 포괄하여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표준어스럽지' 않은 표현이나 어감상 절대 '점잖은 표준어'의 반열에 오를 것 같지 않은 단어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대화란 말하는 이의 뜻을 듣는 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능한 소통 방식입니다. 한쪽에서 같은 단어를 두고 다른 의미나 어감으로 받아들이면 서로에게 좋지 않겠죠. 문득 '개고생'이란 광고 때문에 밤늦게까지 사전을 뒤적이고 검색해보느라 '개고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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