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우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1본부장 "반도체·건설·은행株 유망"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따로 공부해야 하는 수고가 싫다면 유능한 PB(프라이빗뱅커)나 수익률이 좋은 펀드상품을 찾으세요. "

전정우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에게 지금 주식에 투자해도 괜찮을지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마치 증권사 영업맨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묻지마 투자를 권할 때 하는 말처럼 들린다. '두바이 쇼크'로 국내외 증시가 크게 출렁인 게 불과 십여일 전으로 의구심과 불안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답변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다.

물론 전 본부장도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바닥에서 많이 올라와 올해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왔지만 민간부문의 심리적 이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물증이 부족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본부장은 "상승의 기울기가 완만하고 변동성도 커지겠지만 방향성은 경제회복 쪽으로 가고 있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한국 기업들은 위기국면을 거치며 더 강해져 당분간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른 대안들에 비해 주식투자의 매력이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 본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조정은 낙관적이던 당초 전망과 달리 상장사들의 내년 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때문"이라며 "이럴 경우에도 1 · 2분기 뒤를 걱정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갖춘 종목을 찾으면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반도체가 유망하다며 첫손으로 꼽았다. "반도체산업은 사이클상 상승 초입에 진입했다"며 "경쟁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메모리분야에서 승리한 회사의 주가가 유망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중동이나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참여하며 해외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건설주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재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IT와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올해의 약진이 원화약세 덕분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에 기인한 것인지를 검증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회복 수혜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은행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주가 수준이 높아진 유통주에 비해 저가 매력이 있는 데다 인수합병(M&A) 이슈가 살아 있고,경기회복 국면에서 금리가 올라갈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발생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소비확대도 투자포인트로 지목했다. 국제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내수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돼 소비 주체인 여성을 위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설명이다.

펀드매니저를 주식시장의 '꽃'으로 비유한다면 전 본부장은 화려한 색채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기보다 오랜 기간 은은하게 향기와 꽃봉오리를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몇 년 전 대한투신운용 시절 4000억원 규모의 '파워매트릭스펀드'를 운용할 때 한 게임업체에 장기투자해 무려 200%의 수익을 뽑아낸 데서도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올초부터 삼성투신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삼성당신을위한리서치펀드'(8600억원)와 '삼성우량주장기'(3925억원)를 맡고 있다. 이후 성과도 좋아 '삼성우량주장기'펀드의 수익률은 59.25%로 비교지수(벤치마크)를 9.6%포인트 앞질렀다.

삼성투신은 이달 초 국민연금이 선정한 6개 위탁운용(아웃소싱)사에 포함된 뒤 연금에서 받은 300억원의 운용도 전 본부장에게 맡겼다. 그는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돈이라 부담이 크지만 'GREEN'이라는 투자방침에 따라 고수익을 올릴 계획"이라며 일반투자자들도 참조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다가올 미래사회의 키워드로 △정부정책(Government) △글로벌 불균형 재조정(Rebalancing) △신흥시장(Emerging Market) △환경(Environment) △인터넷세대(Network Generation)를 꼽고 이 트렌드에 부합하는 종목에 집중해 볼만하다는 설명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창조적인 생각과 이를 위한 휴식이 필수요건입니다. 컴퓨터 앞에서 일희일비하며 오래 앉아 있는다고 좋은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휴식을 취하며 신문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창조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읽어야 합니다. "

문혜정/사진=양윤모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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