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병의 경우 어느 정도의 전조 증상이나 예측이 가능하다지만 사고야말로 순식간에 당하는 일. 특히 골목 구석에 빙판이 많을 뿐 아니라 분위기가 들뜨고 술자리가 많은 연말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잘 일어나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치과 영역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와 거기에 따른 응급 처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사고에 의한 응급 상황의 경우 후유증과 치유의 예후는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나는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했는지', 또 하나는 '현장에서 적절한 응급처치가 됐는지'다. 특히 집에 어린이가 있는 부모라면 가까운 대학 병원의 위치를 알아두고 특히 해당 병원이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모두 치과당직의를 두고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 병원 저 병원 옮기면서 수속하느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전반적인 주의사항은 이 정도로 하고 각각의 상황에 따른 응급 처치에 대해 알아 보자.

1. 턱이 부러졌을 때





▲ 아랫턱 뼈가 부러진 환자 사진 턱이 부러지면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부러진 면이 어긋나므로 자연스러운 치유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신 마취 하에 오른편 사진 처럼 철판을 데어서 턱뼈를 원래 위치로 해야한다. 수술 후 한달 가량은 유동식을 해야한다.

ⓒ 이승훈


턱에 강한 충격을 받아 갑자기 이가 원래대로 물리지 않고 벌릴 때마다 통증이 온다면, 구타를 당했거나 어딘가에 부딪힌 후에 이가 이상하게 물린다면 턱이 부러졌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턱이 부러졌을 때는 가능한 턱을 움직이지 않도록 가볍게 고정한 채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을 때는 부목으로 고정해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턱은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계속 움직여야 하고 생긴 형태 자체가 직선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부목으로는 자연스러운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신 마취 하의 수술을 통해 턱을 원래 위치로 잡아 주고 한 동안 윗턱과 아랫턱을 고정 시킨 후 유동식이나 액체만 섭취해야 한다.

턱이 부러진 상태에서 계속해서 음식을 저작하면서 방치하면 이후 골수염 등의 발생으로 최악의 경우 아래턱 뼈 전체를 다 들어내는 사태가 발생 할 수 있으므로 교통 사고, 낙상, 상해를 입은 후 위 아래 치아가 정확히 안 물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빨리 치과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겠다.

2. 턱이 빠졌을 때





▲ 턱이 빠졌을 때 넣는 방법 왼 쪽 사진과 같이 원을 그리듯 맛사지를 시행한다. 이 방법으로 턱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오른편 사진 처럼 잡고 안쪽 아랫 방향으로 힘을 가해서 밀어 넣어야 한다. 2~3회 시도 후에도 턱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가능한 빨리 응급실을 향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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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크게 벌리거나 측면에서의 충격 등으로 턱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턱을 원래 위치로 움직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빠진 쪽을 전체적으로 누르면서 마사지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이다. 부드럽게 턱을 누르면서 원을 그리듯 마사지하면 턱이 원위치로 들어간다.

이 방법으로 안 될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환자를 침대나 바닥에 눕히고 술자(턱을 넣을 사람)가 환자의 허리나 가슴 쯤에 올라탄 후 엄지 손가락으로 환자의 어금니를, 나머지 손가락으로 환자의 아래턱을 꽉 쥐고 있는 힘껏 턱을 아래 안쪽방향(머리의 반대 방향)으로 밀어준다.

작은 경사를 넘는 기분이 들었다면 턱은 자연스럽게 원위치에 도달할 것이다. 단, 이때 환자가 반사적으로 이를 꽉하고 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턱을 넣는 사람의 엄지 손가락을 거즈 등으로 감아서 보호하는 것이 좋다.

턱이 빠진 채로 1시간 이상 경과하면 근육의 경직이 심해져서 전문가라 해도 근육 이완제 없이는 턱을 원위치 시키기가 어렵다. 따라서 1~2회 정도 시도해보고 실패했다면 계속 시도하기보다는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3. 치아가 부러졌을 때





▲ 앞니가 부러졌을 때 부러진 선이 신경까지 닿지 않았다면 사진과 같이 복합레진으로 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부러진 정도가 심하다면 근관치료를 시행하거나 뽑는 경우도 있다.

ⓒ 이승훈


치아가 부러졌을 때는 부러진 선이 어디까지 도달했느냐에 따라 예후가 천차만별이다. 경미할 경우 주변부를 가볍게 갈아내는 정도의 진료만 받으면 되지만 심한 경우 치아를 뽑아야 한다.

부러진 선이 치아 안의 신경까지 도달했다면 환자는 강한 통증을 느낀다. 따라서 이가 부러졌을때 통증이 크지 않다면 일단 응급으로 근관치료(신경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치아가 단순히 부러졌는지 아닌지를 일반인이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치아가 손상됐을 경우 일단 응급실을 찾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어린이의 치아사고 역시 빈발한다. 특히 윗앞니는 넘어지거나 부딪힐 때 가장 먼저 접촉하기 때문에 사고가 많은 편이다.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보호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한 후에 어린이를 잘 달래서 응급실에 데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다쳤다는데 놀라서 보호자가 정확한 정황설명을 하지 못하고 응급실의 의사에게 윽박지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부모의 동요는 그대로 어린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겁에 질린 어린이는 치료 자체를 거부, 응급 치료를 더욱 힘겹게 만든다. 일단 치아 관련 사고가 났을 때는 이 말을 떠올리면서 의연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기껏해야 치아 하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참고로 영구치가 아닌 유치는 위치가 변하거나 심하게 부러지는 등의 손상을 입었을 때 무리해서 살리기보다는 미리 뽑아서 안에 있는 영구치를 보호하는 것이 낫다. 수년간 이가 없이 지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린이가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4. 치아가 움직였을 때, 완전히 빠졌을 때





▲ 이가 완전히 빠진 상황 빠진 치아를 주워서 가능한 빨리 응급실로 가야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으면 치아를 살릴 가능성이 올라간다.

ⓒ 이승훈


치아가 아예 부러졌을때 보다 안으로 밀려들어 갔거나 옆으로 움직이거나 튀어나오는 등의 치아 변위가 더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어떻게 초기 처치를 받았느냐에 따라 예후가 천차 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빨리 치아를 원위치 시키고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만약 통증이나 기타 저항으로 치아를 원위치 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더 이상 시도하지 말고 바로 응급실을 찾도록 하자. 제때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는다면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아가 통째로 빠져 나왔을 때 역시 큰 차이는 없지만 이때는 빠진 치아의 처치가 중요하다. 당황한 나머지 정확한 처치를 못하는 바람에 아까운 치아를 잃는 경우가 많다. 치아가 빠졌을 때 가장 좋은 처치는 다음과 같다.

①빠진 치아를 줍는다.

②주운 치아를 흐르는 물에 가볍게 닦아서 흙 등의 찌꺼기만 가볍게 제거한다.

절대로 세제를 사용하거나 화장지 등으로 물기를 닦아서는 안 된다.

③치아를 우유, 식염수 등에 담가 가능한 빨리 응급실로 온다. 우유, 식염수 등이 없다면 치아를 입에 물고 오고 환자의 나이가 어려서 삼킬 위험이 있을 때는 보호자의 입에 보관해서 온다.

완전히 빠진 치아의 예후는 치아 주변 조직의 손상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의사의 처치까지 걸린 시간과 초기 응급처치가 다 주요 요인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치아의 보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아가 움직였거나 빠졌을때는 옆의 치아를 이용해서 고정한 후 치아가 고정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치과의사가 별도의 지시하지 않았을 경우 가급적 해당 치아로는 음식물을 씹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1~2주 정도 후에 근관치료를 받고 예후가 좋을 경우 보철치료를 시행하면 해당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릴 수 있다.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로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자녀가 갑자기 치아 관련 사고를 당했을 때 기자의 짧은 글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다음번에는 최근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치과 관련 보험을 연말연시 겪기 쉬운 상황과 연관지어서 이야기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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