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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이재준·이대희 기자]

지난 6일 오전. 각종 온라인상에서 경찰 활동과 관련한 동향을 체크하던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직원은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에 웃으며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우리딸'이라는 제목의 이글은 29세의 결혼을 앞둔 딸이 남자친구의 오피스텔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며 어느 어머니가 피끓는 심정으로 올린 것이었다.

이 직원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했고, 관련 부서는 즉각 문제의 글에 대한 자초지종 파악에 나섰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한 문제의 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 수뇌부는 형사과장 명의로 재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답글을 아고라 게시판에 게시토록 했다.

이 글은 당시 10만 페이지뷰를 넘어선데 이어 500명 넘게 헌화하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샀다.

이 글이 삽시간에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 등 다른 매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음은 물론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현재 이 사건에 대해 별도의 팀을 꾸려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선 경찰서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상급부서가 재조사에 착수하는 일은 전례가 드물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그대로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7일에도 아고라에 성폭행범에 저항하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딸의 사연을 실은 어머니의 비슷한 글이 실렸다.

이 글에 대해서도 경찰은 재수사 카드를 꺼내 들며 더 이상의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 했다.

수사결과에 상관없이 사법기관 특유의 안일함과 보신주의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13만명의 거대 권력기관인 경찰이 개개 네티즌들의 힘에 굴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지은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아고라의 힘' 이라기 보다도 '인터넷의 힘'이라고 겸연쩍어 했다.

정 팀장은 "이번처럼 특정 글에 대해 수사기관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경우는 많지 않지만 아고라가 네티즌들이 청원을 내고, 그 청원이 해소되는 장으로 활용되는 일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역의제 설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인터넷진흥원 주용완 인터넷기반진흥단장은 "과거에는 방송이나 신문 등 전통 언론이 공공의제를 설정했던데 반해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특정 이슈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거꾸로 기성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는 일이 많다"고 진단했다.

주 단장은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된 데는 타블로의 경우에서처럼 기성 언론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를 양산한데 대한 거부감 차원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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