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아이폰4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SKT는 “아이폰4 도입을 계기로, 국내 고객도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출시 시기 등 아이폰 도입 관련 세부 사항은 준비가 마무리 되는대로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애플코리아도 “SK텔레콤과 함께 아이폰4 출시에 대한 동의를 마무리 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 아이패드에 대한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가 아이폰4 유통에 합의한 만큼 머지 않은 시간안에 SKT를 통해서도 아이패드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표로 KT와 SKT간 고객 유치와 유지 경쟁을 위한 ‘진검 승부’가 시작되겠지만 궁극적인 혜택은 개인과 기업 사용자들에게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개인 시장 방어를 위한 마케팅 비용 급증은 물론 기업 시장에서 KT에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해 왔다.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는 블로터닷넷과 통화에서 “통신사가 다양한 단말을 소싱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단말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권리도 충족케 된 윈윈 모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고객들은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던 상관없이 업무 생산성 향상과 신속한 의사소통과 의사 결정을 원한다. 그런데 SKT는 안드로이드 폰 위주로 접근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빠른 시간 내 잦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데 이런 상황은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다”라며 “이에 반해 KT는 아이폰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갤럭시K 등 고객이 원하는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담당자라면 누굴 선택하겠는가?  기업 입장에서 특정 디바이스에 종속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SKT의 아이폰 4 도입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T가 아이폰 4 도입을 하게끔 한 1등 공식은 당연히 KT다. SK텔레콤은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기 전까지 KT의 무선사업과 관련해서는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학생이 유치원 학생 쳐다보듯 했다. 신세기 통신을 인수하면서 획득한 황금주파수를 거머쥔 SK텔레콤에게 국내 경쟁자는 없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케팅 기법들이 항상 SK텔레콤을 통해서 나왔고, 소비자들은 이런 SK텔레콤의 서비스에 환호를 질렀다.

사진설명 : SK텔레콤이 아이폰4 도입을 결정했다. KT는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기업 이미지 마련과 변화에 성공했다. KT는 올해도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쌓은 명성은 KT의 아이폰 도입 이후 180도 바뀌었다. 고객의 만족과 행복은 뒷전이고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악덕 기업’ 이미지가 갑자기 쌓여갔다. 시장 방어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샴페인을 터뜨리던 1년 사이 고객들은 변해 있었다. 알파 라이징이라는 전혀 알 수 없는 광고는 ‘소비자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좀처럼 알파 라이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KT는 고리타분한 공기업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탈피했고, 패배감에 젖어 있었던 내부 구성원들도 “이거 해보면 되겠는데?”라는 자심감들을 가지게 됐다. “올레”라는 구호는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쟁 상대로 쳐다보지도 않던 기업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덕 키가 훌쩍 큰 어른이 됐다. 변화의 단초를 마련한 KT는 아이폰 도입 후 수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변해 왔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극성스러울 정도의 불만 표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KT는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해 소비자와 소통을 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에 몸을 맡긴 결과다. 트워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내 기업 중 KT는 빠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불러온 SNS의 급성장과 함께 KT도 새로운 물결에 몸을 자연스럽게 담근 것.

기업 시장에서도 KT는 SK텔레콤을 압도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기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이폰 유통이 SK텔레콤으로서도 이런 변화의 물결에 합류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쟁은 고스란히 외국 기업과 경쟁을 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상당히 유리하다. 통신사들이 해외 상황과 동일한 흐름을 가져갔을 때 국내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도 이번 결정은 많은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KT 서비스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뒤쳐져 있지만 말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이석채 KT 회장이 올해 고객서비스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만큼 변화를 기다려 보겠지만 과연 개인 사용자들도 기다려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결정이 SK텔레콤에게는 축복이 되겠지만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LG전자나 팬택과 같은 기업들은 ‘아이폰’과 ‘갤럭시S’의 양강 구도속에서 니치 마켓 플레이어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어느 정도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여전히 그 수준이 아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아이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나머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 틈바구니에서 더 어려워진 경쟁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하고 “하나의 제품에 제대로 투자를 해야지 일반폰, 피쳐폰을 출시하듯이 했다가는 OS 업그레이드 지원과 다양한 앱의 호환성 지원에 내부 리소스를 계속해서 투자해야 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방에서 완벽하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말을 했다.

물론 국내 제조사들이 해외 단말 업체들과 국내서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의 태도도 변화돼야 한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자신들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조사들에게 수용토록 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스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있었다. 해외 출시된 스마트폰의 OS 업그레이드가 손쉽게 진행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것은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플랫폼 개발 능력의 차이 못지 않게 이런 통신사 특화 서비스를 계속해서 지원해야 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되는 HTC의 폰 업그레이드가 국내 제조사들의 제품보다 빨리 진행되는 것도 이런 통신사들의 특화 서비스 탑재 요구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들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의 변화도 통신사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는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 국내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버라이즌이 애플과 협력해 아이폰 유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이 미국 시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 급성장한 1등 공식 중 하나는 버라이즌이다. AT&T가 애플 아이폰을 유통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버라이즌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올인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수정됐다. 이런 현상은 국내서도 마찬가지가 됐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수많은 업체들이 연합해 애플과 대응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일 뿐 각자는 치열한 경쟁자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1위에 오른다고 해도 애플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안드로이드에 올인했던 통신사들이 아이폰 유통에도 나서고 있다. 상당히 유리한 시장 여건이 갑자기 바뀌게 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글로벌 성적표 못지 않게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직접 국내서 목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도 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의미를 두고 싶은 부분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국내 개인 고객이나 기업 고객들이 갖게 되는 대목이다. 국내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 ‘올인’하면서 안드로이드의 한계나 고객 불편 사항들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 유실이나 앱의 호환성 결여 문제, 기업 고객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 등은 국내 기업의 선전이라는 구호 아래 묻혔다.

스마트폰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새로운 운영체제의 신속한 업그레이드와 기업 고객들이 응당 누려야 하는 OS 업그레이드 일정과 업그레이드로 인해 발생할 기업 내부용 개발 프로세스 등은 뒷전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이 있더라도 “안드로이드는 원래 그래요”라는 말들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제공자 입장이 강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LG전자의 서비스와 제품을 신뢰하고 제품을 선택했던 수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만이 연일 게시판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도 이제는 좀더 객관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iOS의 장단점과 안드로이드의 장단점, 새롭게 도전하려는 윈도우 폰 7의 장단점들이 모두 공개되고 자신들에게 맞는 혹은 기업 상황에 맞는 스마트폰이나 태브릿은 무엇인 지 논의해 볼 수 있는 장이 이제 마련된 듯해 반갑다.

끝으로 진짜 궁금한 건 ‘덜거덕 덜거덕 삐거덕 삐거덕’ 광고를 SK텔레콤이 아이폰 4 출시 후에도 계속할 지 여부다. SK텔레콤 말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서비스가 준비돼 있는 지 조금 있으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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