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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 남짓의 시청률로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고 있는 MBC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은 참가자들의 훌륭한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그건 오디션 리얼리티의 가장 ‘기본적인 장점’이자 거칠게 말하면 ‘날로 먹을 수 있는’ 셀링 포인트에 가까운 것이다. 포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인사는 이 험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며, 멘토(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거르는 이상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도 일정 수준 이상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탄생>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기본기에 충실할 뿐, “공영방송이 그래도 되냐”는 방송 초기 논란을 잠재울 만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지는 못하다. 고작해야 조금 다른 <슈퍼스타K2>의 아류작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심사위원이 다르고 출연자가 다르고 형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개인사를 전시하고, 실수를 통해 이입을 선사하며 합격/탈락 기로를 통해 긴장감을 선사하는 구성은 별로 다르지 않다.

멘토가 이끌어낼 출연자 성장에 관심, 그 중심에 있는 '음악인' 김태원

<위대한 탄생>이 그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슈퍼스타K2>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은 바로 멘토(심사위원)와 멘티(참가자)들의 ‘관계’다. <위대한 탄생>이 프로그램 런칭 시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던 멘토 시스템은 단순히 당락을 결정하고 “제 점수는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가수로서 보컬리스트, 가수가 가져야할 덕목과 자세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멘토링’ 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의 이입을 쉽게 만들고 그들의 성장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든다.

   
MBC '위대한 탄생'의 지난 18일 방송에서 김태원이 손진영을 멘티로 선택하는 모습.
 
현재 그 멘토링 시스템의 중심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룹 ‘부활’의 리더이자 예능인으로 활동 중인 김태원이다.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다. 적재적소에 그것을 ‘선택’해서 조합하는 것이 연출이며, 거기에는 캐릭터와 구성 등이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김태원이라는 변수가 지금과 같은 효과를 얻을지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을 <슈퍼스타K2>의 아류작에서 벗어나게 해줌과 동시에 프로와 아마추어, 뜨거움과 차가움, 현실성과 가능성이라는 경계가 모호한 기준을 넘나들며 프로그램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파란만장한 개인사의 영향 혹은 이승철과 함께 부활을 했을 당시 리더였으나 조력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김태원이 갖고 있는 이미지 중 가장 큰 것은 마이너한 아웃사이더 이미지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릴 정도의 실력과 록을 기반으로 한 감수성있는 음악들을 작사/작곡하는 감수성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를 마이너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 출연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시장에서 그가 가져갈 수 있는 포지션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며 주인공의 이미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늦게 예능에 들어온 음악인 출신 윤종신이 방송할 때 만큼은 음악이라는 외투를 살짝 벗는 반면, 김태원은 그 아이덴티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남자의 자격> 밴드결성 에피소드에서 김태원의 카리스마는 그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할머니’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그의 이런 활동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일수 있으나 자신의 그런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과 끼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의 활동은 ‘음악인’이라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치명적 단점의 멘티 선택이 주는 감동 '신뢰가 만들어 낼 가능성'

   
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중인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그것이 가지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다채로운 변신을 요구받는/하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장인’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단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변신’과는 다른 형태이다. 김태원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지난 18일 방송된 12회였다. 김태원은 단지 가능성만 존재할 뿐(이라고 다른 멘토들이 생각한)인 이태권, 백청강, 양정모, 손진영을 자신의 멘티로 삼았다. 그 참가자들은 각각 험상궂거나 고치기 힘든 버릇이 있거나, 뚱뚱하거나 감정처리가 미숙한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멘티 선택이 중복될 경우, 멘토들이 거꾸로 멘티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시스템 상, 그리고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멘티들이 선택받는 현실에서 김태원의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개인사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것은 김태원이 자신을 소모하길 원하는 TV 중심의 대중문화계에서 자신의 갈 길을 강고히 지켜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다른 멘토들의 선택이 안타깝지만 현실적이고 진실한 선택이고, 김태원의 선택의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원의 선택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오디션 기간 내에 보여주었던, 그리고 <위대한 탄생>만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멘토’, ‘관계’의 핵심인 ‘믿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멘토링은 신뢰를 바탕으로 ‘숨겨졌던 것’을 밖으로 표출시키는 작업이다. 김태원의 아낌없는 신뢰가 보여주는 힘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합리적인 선택’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갖는다. 보여지는 가능성은 신뢰를 준다, 하지만 신뢰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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