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데일리픽 대표, 설립 8개월 만에 90억 받고 매각

지난 1월 소셜커머스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가 2위인 데일리픽을 인수했다고 발표했을 때 벤처업계에서 주목한 인물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아니라 이관우 데일리픽 대표(27 · 사진)였다. 대학생 신분으로 벤처회사를 설립한 뒤 8개월 만에 큰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자 주변에서는 "벤처업계의 신동이 또 하나 탄생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데일리픽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인사이트앤컨퍼니,윙버스 등 업계 정상급 벤처의 창업멤버로 활약했으며 대학 3학년 때 직접 웹 뉴스 콘텐츠 분석업체인 포스트윈을 설립해 안착시키는 등 '창업의 달인'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는 티켓몬스터에 회사를 팔았지만 데일리픽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모기업의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맡았다.

이 대표는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과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주효했다"며 "무엇보다 사업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가 발명에 눈을 뜬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이 대표는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닫히지 않도록 문을 지지해 주는 '도어 스토퍼'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버튼을 통해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1996년 발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일본의 한 도어 스토퍼 제작업체로부터 특허 매입 제안을 받았지만 사업가인 부친이 "어린 나이에 너무 큰돈을 만지면 안 된다"며 반대해 제품화를 접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의 재미를 알아버린 이 대표는 이후 각종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몰두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아이디어 노트가 10권으로 내용은 총 3000건이 넘는다. 이 중 10건은 특허로 출원됐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창업 동아리 선배였던 강율빈 전 인사이트앤컴퍼니 대표 등 동료들과 함께 모바일 쿠폰 솔루션 업체인 이토프를 창업했다. 지역기반 맛집 서비스로 유명한 윙버스의 창업에도 참여했다. 직접 경영에 뛰어든 것은 2008년 말 웹 뉴스 콘텐츠 분석업체인 포스트윈을 설립하면서다.

포스트윈은 텍스트와 동영상의 유사도를 분석해 개별 기업이나 개인 블로그 등에서 뉴스를 도용하는지를 파악해 해당 언론사에 그 결과를 제공한다. 한경닷컴과 한국일보,YTN,뉴시스 등 20여개 언론사와 거래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포스트윈의 최대주주다.

이후 소셜커머스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이 대표는 데일리픽을 창업했고 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업계 2위로 키워냈다. 군소업체들의 난립 속에서 사업지역을 서울 일부로 제한하고 100% 환불제도를 도입하는 등 품질경영으로 차별화한 덕택이었다. 데일리픽은 지난해 말 소셜커머스 세계 1위인 그루폰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국내 선두업체들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티켓몬스터와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를 그림에 비유했다.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며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나간다는 데 대한 기쁨이 남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큰 조직을 이끄는 관리자로서 요구되는 능력들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더 넓어진 캔버스와 한층 다양해진 미술 도구가 갖춰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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