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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 개그 한다고 후배들이 왕따”

한화 이글스 스프링 캠프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렸다. 박찬호(오른쪽)가 후배 안승민을 인터뷰 장소로 데려와 함께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t.co.kr


한화 박찬호(39)는 인터뷰 자리에 공주고 후배이자 룸메이트인 안승민(21)과 함께 나타났다. 20분 동안 인터뷰에서 안승민에게 일부러 말도 시키고, 인터뷰 요령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오렌지색 한화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이게 2012년의 박찬호다. 18년 만에 한국 야구로 돌아온 그는 최고참인 동시에 한화에선 새내기다. 새로 적응할 게 많지만 무엇이든 혼자 하지는 않는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도 끝없이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대선배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박찬호는 26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세 번째 불펜피칭을 했다. 미국에서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른 페이스. 박찬호는 "팀 스케줄에 맞추고 있다.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잘 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세 번째 불펜피칭을 했다.

"12월부터 공을 던졌다. 새 팀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 공을 던져보니 괜찮다. 잘 되고 있다."

-18년 만에 한국 동료들과 합동 훈련을 하는데.

"2년 전 한화의 하와이 캠프 때 함께 했고, 두산 미야자키 훈련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똑같은 스케줄로 훈련하고, 함께 숙식하는 건 고교·대학 시절 이후 무척 오랜만이다. 이 과정에서 '팀'을 느낀다."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미국도 선후배간 역할은 분담돼 있지만 한국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선배를 '모신다'고 해야 하나? 학창 시절에 느꼈던 것들을 프로에서 다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아예 새로운 건 아니지 않은가. 원래 내가 알던 문화다. (선후배끼리 친밀한 분위기가) 즐겁고, 반갑고, 고맙다."

-후배들이 어려워 하지 않는가.

"(안승민을 보며) 내가 어렵나? 편하게 대하고 있다.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후배들에게 기분 나쁜 일 있으면 표현한다. 그래야 다음에 안 부딪히니까. 또 칭찬도 많이 해준다. 거리를 두는 거 싫어한다. 팀에 체계만 있으면 된다. 선후배 사이 위계는 있되, 팀원으로서는 모두 똑같아야 한다. 야구는 모두 똑같아야 한다. 이거 안 지킨다고 경찰 출동 안 합니다. 쇠고랑 안 차요."

한화 이글스 스프링 캠프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렸다. 박찬호가 전체 수비 훈련에서 동료중 한명이 어려운 볼을 잡자 환호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t.co.kr


-개그 콘서트의 '애정남'을 따라한 건가.

"썰렁한 개그 한다고 후배들이 날 왕따 시키는 것 같다. 얘 봐라. 웃지 않는다.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던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이 개그 욕심을 많이 내신다. 숙소에서도 개그 유행어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러 농담을 하는 것인가.

"웃을 때 서로 잘 뭉치지 않나. 난 그게 팀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사생활이 힘들 수 있고 컨디션이 나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상을 쓰고 있으면 동료들이 신경을 쓰게 된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서 동료들과 웃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

-후배들이 '찹(CHOP·박찬호의 별명)'이라고 부르던가.

"그러라고 했는데 선수들 중에서는 류현진만 '찹'이라고 부른다. 다른 선수들은 선배님 또는 형님이라고 한다."

-류현진에게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조언을 해줬나.

"2년 전 하와이 캠프 때부터 얘기했다. 당장 20승 한다고 메이저리그에 가는 것은 아니다. 가서 오래, 잘 던질 가능성이 있어야 스카우트될 수 있다. 미리 영어 공부를 하고, 각종 정보도 얻어둬야 가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10년을 버틸 생각으로 가야 한다. 준비하고 가면 박찬호보다 낫지 않겠나. 난 처음에 하이(Hi)만 할 줄 알았다. 영어를 듣지 못해서 예스(Yes)라는 답도 못했다."

-애리조나 캠프는 어떤가.

"메이저리그 팀의 훈련지이지만 특별한 감회는 없다. 이곳을 온 적이 있고, 영어가 되니까 휴일에 후배들을 슈퍼마켓이나 햄버거집에 데려가는 정도다."

-한화 팀 분위기는.

"다들 너무 열심이다. 솔직히 따라가기 바쁠 정도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한화를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다들 강한 것 같다. 나도 차근차근 배울 예정이다."

-한국 타자들에 대한 대비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긴 이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이고 정보 수집도 필요하다.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뛰어 봐야 타자들이 파악될 것이다.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건 분명히 알고 있다. 특히 파워가 수준급이다."

-박찬호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시즌이 시작되면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설렌다. 한화도 강해질 것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병현(넥센) 이승엽(삼성) 등 다른 해외파의 복귀도 이어졌다.

"김병현과 지난해 통화했을 때 '내년에 한국에서 뛸 수도 있는데, 너도 생각해 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한국 야구가 더 발전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새해 야구 인기가 더 높아질 것 같다. 

"팬들이 좋아할 야구다. 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때 구단을 비롯해 지자체·정부가 나서 (인프라 등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김식 기자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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