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어머니의 글 2000년10월23일(월요일) 20:42:51 1
2007.08.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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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이른 새벽 봄. 팔공산 남쪽 자락인 갓바위에 올랐다. 산정상에 바윗덩이가 갓을 쓰고 있는형상이라서 붙여진 이름인지 아니면 불상의 두상 위에 올려진 장식이 관면처럼 생겼다고 이르는 말인지 갓바위라 했다. 불상은 그옛날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명주올을 다듬듯 곱게곱게 다듬은 흔적이 지금도 은은한 미소와 아름다운 선율로 살아있었다. 기원하면소원이 성취된다고 했던가 많은 사람들은 엎어지듯 쉴세없이 절을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목화솜에 물을 빨아들이듯이 자연스레 두손곱게 모아 하늘을 떠받히며 너부죽히 정성스레 엎드려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돌아섰다. 백팔배 뒤에 어느덧 내 마음에 거울을살짝 보았더니 시골 길가 외딴집 담장 밑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접시꽃보다 더 환한 웃음을 머금고 마음에 위안을 얻고 있었다.신성과 인간과의 교감에서 얻어진 거룩한 평화의 자숙인지 모른다. 항상 타인에겐 부족하지만 큰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삶을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마음을 되세기며 잠시 사색에 잠겨 사방을 둘러보니 내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산등성이 뿐, 밀리는 파도가 그대로 정지한 듯 심한 굴곡을 이루며 끝없이 펼쳐지고 희뿌연 안개로 모두가 팔짱을 낀 채 한데어우러져 있고 희뿌연 실안개는 어머니의 고운 주름살 같은 계곡이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그것은 단절의 선이 아니라 행여나 떨어져나갈까 조심하여 한 아름 끌어잡은 단단한 끝이었다. 바윗돌을 방석 삼아 앉아 계곡을 내려보았더니 잠시후면 저 안개가 겉이고산등성이 너머엔 활홀한 하얀 구름 몇점 허공에 떠 하늘과 땅에서 인연을 이어주는 끈처럼 안개이다 구름이다 이름지어져 하늘과땅사이를 잡아끌며 수줍은듯 춤을 추고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있겠지 이렇듯 정선은 산수화를 그렸을 것이리라 생각하며 모르긴 해도이 마음으로 선율을 느끼며 그 옛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렸을 것이고 신라의 와공은 수막색의 미소를 빚어 오늘까지남긴 것이리라 생각해 보았다. 부처님의 자애로운 미소도, 한껏 멋을 부린 산천도 안고 오기엔 벅차 살며시 품에서 내려두고 발길은집으로 향했다. 이 때 뇌리를 스치는 아들의 학교 선정의 결정을 위해 부처님께 기원드린 그 간절한 마음으로 무학고등학교 교문을들어서려고 할 때 길이 마주하는 곳은 천주교 성모 마리아상이었다. 그때 내 마음은 그래 세상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구나 그성모마리아님 앞에서도 고개 숙여 의지하는 마음은 부처님이든 성모님이든 같은 마음이 생기는구나
 하늘과 땅이 하나이고, 산과강이 하나이고, 사람과 짐승이 하나이고. 바람과 꽃, 만남과 이별 모두가 하나이구나.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엉켜 구름을 낳고구름이 생명을 뿌리므로 산야는 생명을 잉태하고, 태어난 초봄은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또 다른 피조물을 살찌게 하는 것처럼말이다. 하늘과 땅이 하나이듯 어차피 신과 인간도 같은 맥으로 융해되어 모든 질서를 정해놓고 있는데 어떻게 기도를 안하고에 따라성취의 가부가 결정될 것인가 하는 뜻이리라. 천주교 마리아 상 앞을 지나 운동장에는 큰 교목이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시원한 그늘을 그리고 공기를 선물하고 가을엔 노오란 낙옆으로 떨어져 발길마다 서걱이며.. 아! 우리청소년 시기를 준비할 놀이터가 여기 무학인가 싶었다. 아직은 잎이 없어 모르지만 행여 은행잎이나 노오랗게 내려앉아 무학 학생,선생님 함께 둘러앉아 새모시 옥색 상보로 준비된 큰 차림의 상이 아니더라도 구문한장 깔아놓고 앉아 과자 한봉놓고 정담을 나누기좋은 아늑하고 포근한 학교였다. 균형있는 식단을 갖춘 숙사도 자상하신 선생님 두 분도 열성을 다해 근무하시고 계셨다. 청소년형성기에 적절한 곳이 이 곳이구나 고등학교 진학의 갈등을 해소하고 어느날 아들을 데리고 왔더니 기쁘게 무학에 입학을 원했다.서로 한마음이 되어서 기뼜다. 어느덧 한학년을 보내고 엽서에다 세상에 이끌려 가지 말고 내것으로 만들어보라고 그리고 전 문화부장관과 교수이시던 이어령의 글에서 보았던 글도 써보냈다.
"엄마 돼지는 깊은산 험한 산골에 아기돼지를 데리고 어느날 눈여겨보아 두었던 산딸기 밭을 찾아 숲속으로 갔지 아기 돼지가 잠시 엄마돼지를 잊고 열심히 산딸기를 따 먹는 동안 엄마 돼지는 아기돼지를 Ep어놓고 마음은 아프지만 아기 돼지를 험한 숲속에 두고 몰래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지 왜냐고, 엄마가 모르는 더 맛있는딸기를 많이 따 먹으라고 떼어놓고 왔단다.." 라고 했지.
 모든 아기돼지들은 크고 멋있게 작지만 아름답게 꿈을 먹고형형색색의 무지개 꽃을 피워 활짝 웃을수 있는 곳 무학교정의 만남을 소중히 기억하라고 말해보았지 난 이따금씩 갓바위 정상에오르곤 한다 여기 산골은 많은 위안과 편안한 생각을 얻어가기에 여기 팔공산의 낙옆도 눈비를 맞아 물과 거름으로 분해되어 내년봄에는 또 다른 잎으로 찬란히 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밟히는 낙엽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있고 풀벌레 울음소리 마져멈춘 이 깊은 계속도 비록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생명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분인가진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 내제해 있다는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오셨다 했다. 즉 흐르는 강물밖에서 물을 구하는 것처럼 많은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가려 생명으로 보이지 않고 빛이 빛으로 보이지 않아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세삼 이말이 절실히 떠오르는 까닭은 무학의 꽃봉오리들의 엷은 미소로 또는 씩씩한 모습으로 흡인하는 무학의 꽃망울들 때문이리라 생각하면서이 가을을 세기렵니다.
입학을 앞두고 기도하던 마음.
  • 2008.12.11 00:34
    베스트
    우리 엄마가 쓰신 게 맞나 싶다. 일부는 그냥 어디 글에 있는 것을 발췌한 것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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