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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사람들은 이제 다시 외로움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매시간 언제든지, 하루 24시간 동안이든 한 주 동안이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마술처럼 친구들을 불러낼 수 있다. 저 온라인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언제나 명령만 내리면 그 즉시 누구라도 불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중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수가 3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스마트'한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 문자, DMB, 인터넷, 영화, MP3, 카메라, 게임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사용자가 외우지 못할 정도의 기능이 가득하다.

나는 어느 순간 지하철을 타면 두려웠다. 의자에 앉아서 같은 자세로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다. 저 사람들한테 이익이 되든, 해가 되든 나는 그런 광경 보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나도 저런 모습일까' 상상이 됐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생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년 7개월 정도 됐고, 최근에 신제품으로 바꿨다. 덕분에 나는 하루 종일 SNS에 정신이 빠져 있곤 했다(물론 스마트폰을 구입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버스, 지하철,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SNS를 했으니 나름 '반 중독'이었다고 생각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모두 읽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씩 외출 시 스마트폰을 깜빡하고 집에 놔두고 오면 아무리 바빠도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올라가서 '꼭' 가져오곤 했다.

그래서 한 가지 재미있는 체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해보는 것이다. 더 확실한 체험을 위해 전화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편하다면 무엇이 편한지, 불편하다면 무엇이 불편한지, 예전에 폰 자체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봤다.

체험하라! 스마트폰 없는 5일

체험 전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었다.

- 체험기간은 9월 3일 0:00 AM부터 7일 11:59 PM까지.
- 스마트폰을 가족에게 맡겨 나에게서 차단시킬 것.
- 시계, MP3, DMB 기능이 있는 어떤 기기도 들고 다니지 않은 것.
- 비상시를 대비해 중요한 연락처 3군데만 수첩에 따로 적을 것.
- 컴퓨터로 SNS 하는 것은 허용.

스마트폰 사용중단 체험 30분 전, 체험을 알리는 글을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겼다. 17개의 '좋아요'가 찍혔다. 평소에는 찍히지도 않던 '좋아요' 이었는데, 나의 스마트폰 사용 중단이 반가웠던 것일까, 아님 이들 역시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대신 나를 응원한 것일까. 나는 후자라고 믿는다.

'좋아요'가 이렇게 많이 찍힌 건 처음이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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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밤 11시 58분, 스마트폰을 껐다. 바로 월요일 새벽을 맞이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빨리 잠에 들 수 있었다. 이전에는 잠을 자려고 누운 후, 약 40분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 페이스북을 했고 심지어 야구 하이라이트도 봤다. 이러니까 매일 아침 피곤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9월 3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뭔가 허전했다.

'아! 스마트폰 오늘부터 안 쓰기로 했지!'

나는 매일 아침 식사 중에 간밤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꼼꼼하게 읽어보곤 했다. 그건 나름 식사 중의 즐거움이었다. 그것은 새벽에 타임라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 일종의 '욕구' 이자, 아침식사를 혼자하기 때문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트위터를 못하니 대체재가 필요했다. 그것은 라디오였다. 모처럼 여유 있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면서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평소에 학교에 가기 위해서 광역버스를 탄다. 평소에 버스 관련 어플을 이용해 버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면서 출발하고는 했다. 이날부터 방식을 바꿨다. 그냥 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버스 위치 안내 단말기를 의존하기로 했다.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시간을 모르는 불편함도 없었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주로 버스와 지하철 안에 설치된 시계 혹은 광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시간 알림을 통해 확인했다.

나는 평소에 시간을 모르면 심적으로 불안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자주 쳐다보는 이유 중에 하나다. '혹여나 예정시간보다 늦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모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시계를 보면 뭔가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그것으로부터 마치 해방된 느낌이었다.

스마트폰 사용 중단 최고의 효과를 맛본 곳은 학교 수업시간이다. 보통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꺼내놓곤 하는데, 수업에 약간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괜히 수업은 언제 끝나는지 시간을 확인하거나, 실시간으로 문자 및 SNS를 확인하곤 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이날부터 편안하게 수업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방해가 될 요소가 제거된 탓이다.

그러나 영어 말하기 수업시간에는 사전기능을 이용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대신 나는 머리를 쥐어짜내어 간신히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쥐어짜고 나니 한번 말한 것이 잊히지 않았다. 결론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역시 첫 날이라 SNS에 대한 갈망을 떨쳐내기에는 쉽지 않았다. 나는 대학 학보사 소속이라 학보사실에서 컴퓨터를 하곤 했다. 모든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4시, 나는 바로 학보사실로 향했다. 컴퓨터가 보이자 손이 살짝 떨렸다. 스마트폰을 끈 지 16시간 만에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치 페이스북을 처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쉬는 시간과 집에서 학교 오가는 시간에는 시사 잡지를 읽었다. 평소에는 SNS와 병행하느라, 잡지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나였다. 일주일에 한 권을 겨우 읽곤 했는데, 이날은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모든 자투리 시간을 잡지 읽는 데만 쏟은 결과였다. 신기했다.

자기 자신과 이야기해본 적 있니?

[9월 4일]

쉬는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는 수업이 더 많았다. 평소면 SNS에 열을 올렸을 나지만, 대신 끊임없이 '종이책' 을 읽고 또 읽고 읽었다. 결국은 SNS 사용시간과 맞바꾼 셈이다. 마음의 양식은 이렇게 쌓여갔다.

이날은 처음으로 긴급한 일이 발생했다. 친구에게 과제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시간 후에 제출하는 거라 급히 연락을 취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뿔싸,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간신히 페이스북에서 연락이 닿아 물어봤지만, 그는 "바쁘니까 이따가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기엔 '뻘쭘'해서 그냥 내가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다. 덕분에 40분 동안 스스로 해결했다. 스스로 해결했다는 것에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마저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핸드폰을 이용해 하루에 100개 이상의 문자를 보낸 한 소녀를 언급하며 "그는 10분 이상 이상은 계속 누군가와 이야기한 셈이고, 이는 그가 혼자서만 지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고독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고독을 느껴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있을 때는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와 언제든지 대화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직접' 만나야만 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던 중, 문득 내 자신과 대화를 해봤는지 의문이 들었다. 순간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나는 세상 수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으나(심지어 트위터에서 만나본 적 없는 팔로워들까지) 정작 나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 사용 중단 이틀 만의 큰 수확이었다.

[9월 5일]

어느 덧, 체험 3일째를 맞이했다. 물론 평소에 바쁜 생활 탓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애착도 생각도 점점 무덤덤해지기 시작했다. '그 까짓 거 뭐 없으면 어때!'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중요한 약속을 잡아야 하는 날이었다. 타 학교 신문사와의 교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편집장한테 전화를 해야 되는데, 번호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간신히 번호를 다시 알아냈다. 그리고 우리 대학 학보사 편집실에 있는 전화기를 이용해 연락을 취했다.

"네, 그쪽에서 시간 확정되면 연락을 주세요. 제 연락처는 010-xxxx-xxxx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끊자마자 깨달았다. 내 핸드폰은 지금 우리 집 어딘가 서랍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편집장한테 미안했다. 앞으로 이틀 동안이나 꺼져 있었을 스마트폰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미안하다. 지금은 곤란하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저녁에는 토익 학원에 갔다. 끝내지 못한 숙제를 마저 하고 채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답은 인터넷 카페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채점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채점은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뭐 하러 이런 체험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서 고생한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듯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신문을 꺼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어플을 이용해 읽었을 신문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종이 냄새를 맡으며,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각종 기능이 가능한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면 "여유가 있는 삶"이 가능할 줄 알았다. '정보의 홍수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바빴다. SNS을 하지 않더라도, DMB로 야구를 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시간에 과제, 책, 신문을 읽어야만 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고독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9월 6일]

원래 스마트폰이 없었던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싹 지워졌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생활할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적응했다.

다만 이날은 학보사 편집실에서 전화를 많이 사용했다. 학교 전화를 이용해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전화를 하려면 중간에 교환원을 통해 번호를 말해야 가능하다. 이날만 20번 이상 전화했으니 교환원한테도 미안했다. 전화를 걸 때마다 말투를 바꿔서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스마트폰 사용 중단은 교환원에게는 일을 더 준 셈이 돼버렸다.

SNS 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페이스북 사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업데이트가 느린 편이다. 그래서 컴퓨터만으로도 충분히 놓치는 것 없이 꼼꼼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페이스북보다 빨리 업데이트가 되는 트위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위터의 생명은 '실시간 확인'인데,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결국 이날을 포함해 5일 내내 트위터는 방치됐다. '팔로어 수가 줄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9월 7일]

홍익대 근처에서 지인을 만날 일이 있었다. 약속시간과 장소는 페이스북을 이용해 사전에 정했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연락처를 따로 종이에 써놨는데, 깜빡하고 들고 오지를 않았다. 무방비 상태다. '혹여나 못 만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잠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것에 적응한 탓이리라.

하지만 카메라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지인과 함께 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찍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그냥 눈으로 감상하고 입으로 만족했다.

체험 마지막 날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오랜만에 주변 풍경들에 집중해봤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책, 잡지는 이미 충분히 읽었다. 내가 보고 싶은 야구는 볼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은 우리 고개를 자동으로 아래로 숙이게 만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고개를 들고 바깥풍경을 감상했다. 서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스마트폰 없어도 겁내지 마세요

기다리던 8일이 마침내 찾아왔다. 120시간 만에 스마트폰에 불이 들어왔다. 달라진 건 없다. 트위터 팔로어는 줄지 않았다. SNS에 나의 스마트폰 컴백을 알리니 '띠리리' 멘션이 날아온다. '컴백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멘션이다. 5일 동안 트위터를 못했지만 이렇게 반가워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했다.

5일 동안 나에게 온 메시지는 몇 건 되지 않았다. 간간히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들이 보낸 것과 카드 사용 내역 정도였다. 전혀 없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겁내지 말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없어도 바뀌는 것은 크게 없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새롭게 찾는 무언가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일 아침에는 스마트폰을 책상 서랍에 넣고 나가보기를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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