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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는 날

2016년 07월 07일

엄마 오는 날

정낙훈

아침부터 분주하게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저녁에 맛있는 걸 해갈게

어제 저녁부터 변변찮은 요기로
오늘은 커피로 속을 달래는데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겠다

일곱시가 넘었는데 엄마는 소식이 없다
전화도 받지 않고 시무룩해 있다
이제 출발한다는 엄마의 전화가
그리 반갑지 않다

하루 종일 굶었는데 라면으로 떼우는게 훨씬 더 행복한데

- 2016년 7월 7일, 엄마가 오는 날

가까이 사시지도 않으면서 수박이며 밥이며 반찬이며 고기며 밭에서 키운 상추며 고추며 
그 더운 여름날에 땀냄새가 범벅이 되어 우리 집에 올라오신다.
그것도 서로 오고 가는 길이 엇갈려 마중도 못 나가고 혼자 기어이 집 안에까지 
관리실에 맡겨둔 농구공 택배상자까지 가지고 올라오셨다.

오면 맛있게 잘 먹는다지만 가고 나면 못 먹다 갑자기 먹어 배만 너무 부르다.
한참 맛있게 먹고 아빠 외제차 사주고 싶다는 말씀만 하시다
나는 배가 불러 잠이 스륵.

한참 자고 나면 엄마는 먹은 뒷정리에 오랜만에 와서 주방 벽에 찌든 때며 다 닦고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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