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대가 만약... / 이외수
2007.09.0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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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만약...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소설가 이외수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조화와 희생에 대한 단상.

사랑은
사랑을 달콤하다 표현하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대가 만약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신을 100미터 선수에 비유하지말고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라. 마라톤의 골인지점은 아주 멀리에 위치해 있다. 그러무로 초반부터 사력을 다해 달리는 어리석음을삼기 하라. 그건 100미터 선수에 해당하는 제비족들이나 즐겨 쓰는 수법이다. 그러나 그대가 아무리 적절한 힘의 안배를유지하면서 달려도 골인 지점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고통이 증대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따라서 계속적으로 증대되는 고통을감내하지 모한다면 아직은 선수로서의 기본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수준임을 명심하라. 진정한 마라톤 선수는 달리는 도중에 절망하지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절교선언이나 배신행위에 개의치 말라. 사랑은 그대 자신이 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라톤 선수는 발부리에음료수 컵 따위가 채이거나 눈앞에 오르막 따위가 보인다고 기권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대도 완주하라. 그러나 마라톤에서의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만 사랑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평생을 달려도 골인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있다. 그렇다. 사랑은 그대의 한평생을 아무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면 역시진정한 사랑을 탐내기에는 자격 미달이다. 차라리 사랑을 탐내지 말고 사탕을 탐내도록 하라.

사랑의 자판기를 드릴까요
하나의 이름은 하나의 아픔이다. 꽃이라는 이름은 꽃이라는 이름의 아픔이요 강물이라는 이름은 강물이라는 이름의 아픔이다.신체부위도 마찬가지다. 눈이라는 이름은 눈이라는 이름의 아픔이요 입술이라는 이름은 입술이라는 이름의 아픔이다. 극단적으로생각하면 인간의 육신도 전체가 아픔의 공장이다. 태어날 때부터 숙명적으로 물려받은 오장육부, 사대육신, 이목구비들은 모조리아픔을 만들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육체적인 아픔뿐만이 아니다.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정신의 아픔을 피할 수 없고 영혼을가지고 있으니 영혼의 아픔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일찍이 인생은 한 마디로 고(苦)라고 설파하셨다. 인생은 못 먹어도고요 먹어도 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아픔은 내 마음의 부조화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내 마음이 오장육부, 사대육신,이목구비들과 조화하지 못할 때 아픔이 드러난다. 내 마음이 꽃이라는 이름과 조화할 수 없을 때 꽃은 꽃이라는 이름의 아픔이 되고내 마음이 강물과 조화할 수 없을 때 강물은 강물이라는 이름의 아픔이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사랑과 조화할 수없을 때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픔이 된다.
그대가 만약 한 사람을 소유하고 싶다면 그 사람과 마음으로 조화하는 방법부터 터득하라. 그대가 만약 만천하를 소유하고 싶다면만천하와 마음으로 조화하는 방법부터 터득하라. 그리고 희생이 조화의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기꺼이 희생을 꿈꾸는 인간이 되라.

HAUTE 오뜨(03년2월) - ESSAY 그대가 만약.../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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