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西遊記)
오승은(吳承恩)/우현민 옮김
어느 것이 진짠가
두 마음이 온 천지를 어지럽히니
한 몸이 깨달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관음보살과 작별을 한 손오공과 사화상은 구름에 오르자 두 줄기의 상광(祥光)을 뒤로 남기며 남해를 떠났다.
원래 손오공의 근두운( 斗雲)은 매우 빠르고 사화상의 선운(仙雲)은 매우 느렸다. 그래서 아무리 같이 가려고 해도 손오공이 훨씬 앞서게 되었다.
사화상은 그를 붙잡고 늘어지며 이렇게 말했다.
"큰형님, 이렇게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내놓고 먼저 가서 이럭저럭 해 버리려고 할 까닭 없지 않아. 나와 같이 가자구."
손오공은 양심상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으나, 사화상은 이런 식으로 그를 의심하는 것이었다.
손오공은 매우 못마땅하기는 하나 어쩔 수 없이 구름을 나란히 하고 사화상과 같이 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얼마 안 가자 어느새 화과산(花果山)이 보였다.
두 사람은 구름을 내려 수렴동 가까이 가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또 하나의 손오공이 돌대(臺) 위에 높직이 도사리고 앉아 여러 원숭이들과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 모습은 이쪽 손오공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이쪽이 황발금고(黃髮金 )면 저쪽도 황발금고이고, 이쪽이 금정화안(錦睛火眼)이면 저쪽도 금정화안이다. 의복도 마찬가지로 이쪽이 금포직철(錦布直 )을 입었는가 하면 저쪽도 금포직철을 입었다. 허리에 호피군(虎皮裙)을 질끈 동여맨 것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쥔 여의봉도 똑같고 궤피화( 皮靴)를 신은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뿐인가, 털이 부연 얼굴이나, 뇌공(雷公)을 닮은 입과 턱 근처나, 그 어느 곳이고 이쪽 손오공과 저쪽 손오공은 조금도 틀린 것이 없었다. 말하자면 두 손오공의 차이점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손오공은 이렇듯 교만한 자기의 약탈자를 보자 격분하여 사화상의 손을 뿌리치며 여의봉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달려나가서 우선 호통부터 쳤다.
"이 돼 먹지 않은 자식! 네가 대체 어디의 무슨 요사(妖邪)이기로 감히 이렇듯 내 상모로 변하여 우리 아이들을 강점하고, 내 선동(仙洞)에 함부로 기어들어 당치 않은 위복(威福)을 누리려 든단 말인가!"
그러자 저쪽 손오공도 대답 대신 여의봉을 휘두르며 달려 들었다.
두 손오공은 이렇게 해서 전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지 못하는 중에 참으로 무섭게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도무지 진짜가 어떤 것이고 가짜가 어떤 것인가 옆에서는 전혀 분별할 수가 없었다.
두 손오공은 운광(雲光)을 밟고 올라서서 구소(九宵)의 구름 끝까지 맹렬하게 싸우며 올라갔다. 이쯤 되고 보면 싸움에서 지는 자만이 가짜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조차 도무지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사화상은 옆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쪽을 도와야 할 것인지 저쪽을 도와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가 어느 것일까. 까딱하면 그 진짜를 해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오래도록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려고 공연한 헛노력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산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그리하여 보장(寶杖)을 휘두르며 수렴동으로 달려 들어가 원숭이들을 모두 쫓아버리고, 푸른 전(氈)의 보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혀 어디에 두었는지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원래 이 수렴동이란 곳은 한 줄기 폭포가 동문(洞門)을 가리며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것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가닥의 하얀 백포(白布)를 걸어 둔 것 같고, 가까이서 보면 한 줄기의 물줄기가 흘러 내리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름하여 수렴동(水簾洞)이라 하는 것이었으나, 사화상이 이런 이치를 알 도리가 없었다.
그는 이러한 수렴동의 마력에 걸려 진짜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아내지를 못했다. 따라서 그 중요한 보따리도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화상은 할 수 없이 다시 구름을 타고 구소의 구름 속으로 더듬어 올라갔다. 그리하여 보장을 휘두르며 손을 써 보려고 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것을 본 손오공,
"사화상, 너 나를 돕지 못하면 우선 돌아가서 사부님한테 이렇다는 사실을 여쭤 라. 이 손오공은 이 요괴놈과 함께 싸우면서 남해 낙가산(洛伽山)까지 가서 관음 보살님께 진짜와 가짜를 분별해 달라고 할 테니까 말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른 한쪽에서도 똑같은 음성으로 똑같이 되씹어 말했다.
이쯤 되고 보니 사화상은 더 더구나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들었던 보장을 아래로 내리며 그 말을 듣기로 했다. 들었다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 것이었다. 사화상은 할 수 없이 즉시 현장에게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손오공은 그들이 이미 가짜건 진짜건 사화상에게 선언한대로 둘이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아가며 무섭게 싸우면서 남해로 향해 갔다. 싸우는 것도 두 사람은 똑같아서, 마치 한 사람을 둘로 공평하게 갈라 놓은 것처럼 그 어느 한쪽이 없어도 완전을 잃을 것 같고, 영원한 무승부를 의미해 주는 듯했다.
말하자면 서로는 어떠한 변화가 없는 한 결코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들은 싸우면서도 남해의 낙가산에 순식간에 이르렀다. 여의봉을 휘둘러대는 소리, 쇠와 쇠가 맞부딪는 소리, 욕지거리, 호통 소리, 고함 소리, 이런 것이 마구 한데 엉켜 회오리바람처럼 일제히 낙가산으로 휘몰아 들어갔다. 이 때문에 놀란 호법제천(護法諸天)들이 재빨리 조음동(潮音洞)으로 달려 들어가 관음보살에게 알렸다.
"보살님, 두 사람의 손오공이 서로 싸우면서 왔나이다."
보살은 혜안행자와 선재동자(善才童子), 그리고 용녀(龍女) 등을 이끌고 연대(蓮臺)에서 내려 문을 나서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거 나쁜 얼축(孼畜)놈 어딜 가는고!"
그러자, 두 사람의 손오공은 서로 상대방을 붙들고 일러 바쳤다.
"보살, 이 자식이 제자의 모습을 닮지 않았나이까. 그래서 수렴동에서 치기 시작 했는데, 아무리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나이다. 사오정이 도우려고 해도 그의 육안 (肉眼)으로는 누가 누군지를 알아보지 못하와 그 사람은 스승에게 돌려 보내고, 나는 이 자를 붙들어 치면서 보산(寶山)으로 끌고 왔나이다. 보살! 제발 보살의 혜안으로 이 자가 가짜임을 가리시고, 옳고 그름을 밝혀 주소서."
그러면 또 한쪽에서도 똑같은 말을 똑같이 힘을 주어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손오공이 서로 자기를, 그것도 똑같이 주장하기 때문에, 관음보살은 여러 제천(諸天)과 함께 두 사람을 분간해 보려고 오래도록 조심스럽게 관찰해 보았으나 역시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보살은 마침내 이렇게 명령했다.
"손을 놓고 양쪽에 떨어져 서 보려무나. 내가 또 한번 잘 살펴볼 테니까."
두 사람은 손을 놓고 양쪽으로 갈라섰다. 그리고 한쪽에서,
"제가 진짜올시다."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 놈은 가짜올시다."
하고 응수하는 것이었다.
보살은 혜안행자와 선재동자를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분부했다.
너희 둘이서 하나씩 꼭 붙잡고 있거라. 내가 슬며시 긴고아주(緊 兒呪)를 외어 볼 테니까. 그래서 어느 쪽이든 아파하면 그 쪽이 진짜가 되는 셈이다.
혜안행자와 선재동자는 이 말대로 각각 하나씩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붙잡았다.
보살은 입속으로 진언(眞言)을 외었다. 그러자 어찌 된 일인가. 양쪽 손오공이 똑같이 아프다고 소리치며, 두 손으로 머리를 싸잡고 땅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것이 아닌가.
"그만, 그만, 그만 외십쇼!"
같은 장치를 해 놓은 기계처럼 양쪽의 입에서 똑같이 그렇게 슬픈 비명을 울리는 것이었다.
보살은 주어(呪語)를 그만두었다.
그러자 두 손오공은 또다시 달려들어 서로 붙잡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보살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토록 곤란한 일을 당해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여러 제천이나 혜안행자에게 명하여 진짜를 돕고 가짜를 멸망시키도록 했으나, 그것도 실패하고 말았다.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진짜가 해를 볼 염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살은 할 수 없이 최후로 손오공을 불렀다.
"손오공!"
두 사람의 손오공은 똑같이 대답했다.
"그대가 옛날 필마온(弼馬溫)의 벼슬을 배(拜)하고 천궁을 크게 시끄럽게 했을 때, 신장(神將)들은 모두 그대를 알았으니까, 그들은 지금 아직도 그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상계에 올라가서 누가 누구라는 것을 분명하게 판정 을 받고 오도록 하라."
두 사람의 손오공은 또 똑같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꾸뻑꾸뻑 절을 하자, 서로 놓치지 않으려고 힘껏 붙잡고 욕지거리를 해대며그 곳을 떠났다. 두 사람은 남천문(南天門)에 이르기까지 이런 식으로 아옹다옹 싸우면서 갔다. <후략>
작품 분석
어느 것이 진짠가
두 마음(가짜 손오공과 진짜 손오공)이 온 천지를 어지럽히니
한 몸이 깨달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구나.(두 손오공의 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진 것을 암시)
<앞으로 전개될 사건과 주제 암시>
관음보살과 작별을 한 손오공과 사화상은 구름에 오르자 두 줄기의 상광(상서로운 빛)을 뒤로 남기며 남해를 떠났다.
원해 손오공의 근두운은 매우 빠르고 사화상의 선운(仙雲)은 매우 느렸다. 그래서 아무리 같이 가려고 해도 손오공이 훨씬 앞서게 되었다.
사화상은 그를 붙잡고 늘어지면 이렇게 말했다.
"큰형님, 이렇게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내놓고 먼저 가서 이럭저럭 해 버리려고 할 까닭 없지 않아. 나와 함께 가자구."
손오공은 양심상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으나, 사화상은 이런 식으로 그를 의심하는 것이었다. 손오공은 매우 못마땅하기는 하나 어쩔 수 없이 구름을 나란히 하고 사화상과 같이 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얼마 안 가자 어느새 화과산(花果山)이 보였다.< 화과산으로 가는 도중에 손오공을 의심하는 사오정>
두 사람은 구름을 내려 수렴동 가까이 가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또 하나의 손오공이 돌대 위에 높직이 도사리고 앉아 여러 원숭이들과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 모습은 이쪽 손오공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이쪽이 황발금고면 저쪽도 황발금고이고, 이쪽이 금정화안이면 저쪽도 금정화안이다. 의복도 마찬가지로 이쪽이 금포직철을 입었는가 하면 저쪽도 금포직철을 입었다. 허리에 호피군을 질끈 동여맨 것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쥔 여의봉도 똑같고 궤피화를 신은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뿐인가, 털이 부연 얼굴이나, 뇌공을 닮은 입과. 턱 근처나, 그 어느 곳이고 이쪽 손오공과 저쪽 손오공은 조금도 틀린 것이 없었다. 말하자면 두 손오공의 차이점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손오공은 이렇듯 교만한 자기의 약탈자를 보자 격분하여 사화상의 손을 뿌리치며 여의봉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달려나가서 우선 호통부터 쳤다.
"이 돼 먹지 않은 자식! 네가 대체 어디의 무슨 요사이기로 감히 이렇듯 내 상모로 변하여 우리 아이들을 강점하고, 내 선동(仙洞)에 함부로 기어들어 당치않은 위복(威福)을 누리려 든단 말인가!"
그러자 저쪽 손오공도 대답 대신 여의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두 손오공은 이렇게 해서 전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지 못하는 중에 참으로 무섭게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마음 속의 번뇌가 심해짐) 도무지 진짜가 어떤 것이고 가짜가 어떤 것인가 옆에서는 전혀 분별할 수가 없었다.
두 손오공은 운광을 밟고 올라서서 구소의 구름 끝까지 맹렬하게 싸우며 올라갔다.(낭만주의적 요소) 이쯤 되고 보면 싸움에서 지는 자만이 가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싸움조차 도무지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진짜와 가짜 손오공의 결말 없는 격전>
사화상은 옆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속수무책)이쪽을 도와야 할 것인지 저쪽을 도와야 할 것인지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진짜가 어느 것일까. 까딱하면 그 진짜를 해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오래도록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려고 공연한 헛 노력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산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그리하여 보장을 휘두르며 수렴동으로 달려들어가 원숭이들을 모두 쫓아 버리고, 푸른 전의 보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혀 어디에 두었는지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두 손오공 사이에서 속수무책 방관하는 사오정>
이것을 본 손오공,
"사화상, 너 나를 돕지 못하면 우선 돌아가서 사부님한테 이렇다는 사실을 여쭤라. 이 손오공은 이 요괴놈과 함께 싸우면서 남해 낙가산까지 가서 관음보살님께 진자와 가짜를 분변해 달라고 할 테니까 말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른 한쪽에서도 똑같은 음성으로 똑같이 되씹어 말했다.
이쯤 되고 보니 사화상은 더 더구나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들었던 보장을 아래로 내리며 그 말을 듣기고 했다. 들었다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 것이었다. 사화상은 할 수 없이 즉시 현장에게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손오공은 그들이 이미 가짜건 진짜건 사화상에게 선언한 대로 둘이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아가며 무섭게 싸우면서 남해로 향해 갔다. 싸우는 것도 두 사람은 똑같아서, 마치 한 사람을 둘로 공평하게 갈라 놋은 것처럼 그 어느 한쪽이 없어도 완전을 잃을 것 같고, 영원한 무승부를 의미해 주는 듯했다.
말하자면 서로는 어떠한 변화가 없는 한 결코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스승에게 알리러 가는 사오정과 계속 싸우는 두 손오공>
그들은 싸우면서도 남해의 낙가산에 순식간에 이르렀다. 여의봉을 휘둘러 대는 소리, 쇠와 쇠가 맞부딪는 소리, 욕지거리, 호통 소리, 고함 소리, 이런 것이 마구 한데 엉켜 회오리바람처럼 일제히 낙가산으로 휘몰아 들어갔다. 이 때문에 놀란 호법제천(護法諸天)들이 재빨리 조음동(潮音洞)으로 달려들어가 관음보살에게 알렸다.
"보살님, 두 사람의 손오공이 서로 싸우면서 왔나이다."
보살은 혜안행자와 선재동자(善才童子), 그리고 용녀(龍女)등을 이끌고 연대(蓮臺)에서 내려 문을 나서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거 나쁜 얼축(孼畜 : 요괴)놈 어딜 가는고!"
그러자, 두 사람의 손오공은 서로 상대방을 붙들고 일러 바쳤다.
"보살, 이 자식이 제자의 모습을 닮지 않았나이까. 그래서 수렴동에서 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나이다. 사오정이 도우려고 해도 그의 육안(肉眼)으로는 누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하와 그 사람은 스승에게 돌려보내고, 나는 이 자를 붙들어 치면서 보산(寶山)으로 끌고 왔나이다. 보살! 제발 보살의 혜안으로 이 자가 가짜임을 가리시고, 옳고 그름을 밝혀 주소서."
그러면 또 한쪽에서도 똑같은 말을 똑같이 힘을 주어 되풀이하는 것이었다.<낙가산에 이르러 관음보살에게 판정을 호소하는 두 손오공>
보살은 혜안행자와 선재동자를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분부했다.
"너희 둘이서 하나씩 꼭 붙잡고 있거라. 내가 슬며시 긴고아주(緊 兒呪)를 외워 볼 테니까. 그래서 어느 쪽이든 아파하면 그 쪽이 진짜가 되는 셈이다."
혜안행자와 선재동자는 이 말대로 각각 하나씩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붙잡았다.
보살은 입속으로 진언(眞言)을 외었다. 그러자 어찌 된 일인가. 양쪽 손오공이 똑같이 아프다고 소리치며, 두 손으로 머리를 싸잡고 땅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것이 아닌가.
"그만, 그만, 그만 외십쇼!"
같은 장치를 해 놓은 기계처럼 양쪽의 입에서 똑같이 그렇게 슬픔 비명을 울리는 것이었다.<진짜와 가짜 손오공의 분간에 실패하는 관음보살>
보살은 할 수 없이 최후로 손오공을 불렀다.
"손오공!"
두 사람의 손오공은 똑같이 대답했다.
"그대가 옛날 필마온(弼馬溫)의 벼슬을 배(拜)하고 천궁을 크게 시끄럽게 했을 때, 신장(神 將)들은 모두 그대를 알았으니까, 그들은 지금 아직도 그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러니 상계에 올라가서 누가 누구라는 것을 분명하게 판정을 받고 오도록 하라."
두 사람의 손오공은 똑같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꾸뻑꾸뻑 절을 하자, 서로 놓치지 않으려고 힘껏 붙잡고 욕지거리를 해대며 그 곳을 떠났다. 두 사람은 남천문(南天門)에 이르기까지 이런 식으로 아옹다옹 싸우면서 갔다.
< 판정을 포기한 채 두 손오공을 천궁으로 보내는 관음보살>
줄거리
화과산(花果山)의 미후(彌 )왕이 영생 불멸의 도를 얻고자 수보리 조사(須菩提祖師)를 만나 손오공이란 법명을 얻는다. 수보리에게 근두운( 斗雲) 법, 신외신 법 등을 배우고 동해 용왕에게서 여의금고봉(如意金 棒)을 얻는다. 뒤에 천상에서 반도원(蟠桃園)을 관리하다가 선도(仙桃), 선주(仙酒) 등을 훔쳐 먹고 소란을 피워서는 석가여래에게 붙잡혀 오행산(五行山)에 갇힌다. 500년 후 서역으로 불경을 가지러 가게 된 삼장법사가 오행산에서 손오공을 만나 제자로 삼는다. 여행 도중에 저팔계와 사오정이 각각 삼장법사의 둘째, 셋째 제자가 된다. 손오공은 삼장법사를 모시고 가다 삼장법사에게 쫓겨나기도 하고 도적이나 요괴 등을 만나 싸우는 등 모두 80번의 재난(災難)을 겪고 108,000리를 걸어 서천에 도착하여 설법을 듣고 진경(眞經)을 얻는다. 당나라로 돌아오던 중 통천하에서 자라가 석가여래에게 자기 수명을 알아오지 않았다고 삼장 일행을 물에 처넣어 끝내 81난(難)을 채우게 된다. 마침내 삼장 일행은 당 태종에게 불경을 바치고 삼장은 전단공덕불, 손오공은 투전승불, 저팔계는 정단사자, 사오정은 금신나한, 백마는 팔부천룡이 된다. 본문에 수록된 부분은 제58회(回)의 한 부분이다.
요점 정리
작자 : 오승은
갈래 : 장편 소설, 연의 소설, 모험 소설
성격 : 환상적, 낭만적, 전기적
특징 : 신마(神魔) 소설의 걸작이고, 적층문학이며, 구비 문학이 정착된 작품이다.
구성 : 「서유기」는 구성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인 1회부터 7회까지는 손오공의 출신과 그가 천궁(天宮)을 부순 이야기이다. 그리고 제2부는 8회에서 12회까지인데, 당나라의 삼장법사와 그가 서천으로 불경을 가지러 가게된 인연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제3부는 13회부터 끝까지로 불경을 얻어오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그 극복 과정을 주로 서술하였다. 그들은 모두 81번의 고난을 극복하는데, 그 대부분은 각종 요괴와 싸운 것이고 9개의 인간 국가를 거쳐간 이야기도 함께 들어있다. 한편 8회부터 12회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손오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중심 인물은 손오공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 : 삼장법사 일행이 서천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도중에 겪은 81번의 고난과 그 극복 과정
출전 : 서유기(16세기 명나라)
어휘 풀이
손오공이 쓰고 다니는 띠를 뭐라고 하게 : 금고아
손오공을 괴롭히는 주문은 뭐게 : 긴고아주(고아를 조인다는 뜻의 주문)
관음 보살 : 관세음 보살의 준말. 괴로울 때 그의 이름을 정성으로 외우면 구제하여 준다고 함
사화상 : 사오정
근두운 :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구름
선운 : 사오정이 타고 다니는 구름
황발금고 : 노란털에 금테를 두름
금포직철 : 비단 옷감을 바로 기운 옷
호피군 :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속옷
궤피화 : 노루 가죽으로 만든 신발
뇌공 :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신
상모 : 얼굴 생김새
선동 : 신선이 사는 골짜기, 여기는 화과산 수렴동
위복 : 위력으로 억압하기도 하고 복록을 베풀어 달래기도 함
구소 : 하늘
보장 : 사오정의 무기
전 : 짐승의 털을 가공하여 베처럼 만든 물건
낙가산 : 관음보살이 있는 곳
호법제천(護法諸天) :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여러 신들
조음동(潮音洞) : 관음보살이 거처한다는 파도 소리 들리는 동굴
선재동자(善才童子) : 구도(求道)의 보살 이름
얼축(孼畜) : 요괴
보산(寶山) : 낙가산
긴고아주(緊 兒呪) : 정심진언(定心眞言).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하는 주문
필마온(弼馬溫) : 천궁(天宮)의 말단으로 말을 돌보는 관직
이해와 감상
인용된 부분은 전체 100회 가운데 제 58회의 발단에 해당하는 그러므로 81번의 고난 가운데하나가 시작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해 낙가산에서 관음보살과 작별한 손오공과 사오정은 화과산 수렴동에 이르러 원숭이들과 유흥을 즐기고 있는 가짜 손오공을 발견하게 되는 데, 이 가짜 원숭이를 물리치는 과정이 제 58회 중심 내용이다. '두 마음이 온 천지를 어지럽히니'라는 서두의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진짜와 가짜 손오공은 사람의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 몸이 깨달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라는 구절은 앞으로 가짜 원숭이와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복선의 역할과 동시에 마음 속의 온갖 번뇌, 즉 가짜 마음을 물리치고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이 이장의 주제라는 것을 암시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진짜 손오공과 가짜 손오공의 싸움이 드디어 시작되어 점차 격렬해지는 대목이다. 손오공과 함께 동행했던 사화상은 속수무책으로 둘의 싸움을 보고만 있다가 진짜 손오공의 충고에 따라 스승인 현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떠나세 된다. 여기서 두 손오공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마음속의 번뇌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그 번뇌는 한 인산의 의식 내에서 벌어지는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 사이의 갈등이기 때문에 사화상과 같은 외부적 힘으로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던 진짜 손오공과 가짜 손오공은 마침내 관음보살이 있는 낙간산까지 이르렀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 관음보살마저도 진짜와 가짜를 분간하는 데 실패한다. 그들이 관음보살을 찾아 왔던 것은 원래 관음보살의 임무가 자신의 이름을 정성껏 외는 괴로운 구도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 구도자를 구제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 묘사된 번뇌는 그러한 능력을 지닌 관음보살마저도 구제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극심한 것이었다. 결국 번뇌로부터의 탈출에 실패하자, 두 손오공은 관음보살의 말을 좇아 천궁(天宮)으로 다시 떠나가게 된다. 이후 옥황상제, 삼장법사, 염라대왕 등이 가짜 손오공의 분간을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석가여래가 나타나 가짜를 찾아 내는 것으로 이 장은 끝을 맺는다. 물론 최후에 진짜와 가짜 손오공이 분간되는 것은 마음이 일심으로 통일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 자료
삼국지연의, 수호전, 금병매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로 꼽히는 서유기는 몇 백 년 동안 민간에 전해오던 불경 구해 오는 이야기를 명나라 중엽에 오승은이 연의 소설로 완성한 것이다. 모두 100회로 구성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주인공과 요괴들이 하늘과 땅을 오가면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낭만주의적 소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중심 인물들이 인간의 동물과 신의 특성을 조화시킨 형상을 갖추고 있는 점, 용왕이나 옥황상제의 권위에 도전하고 자연력과 사회악의 상징인 요마를 물리치는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평민들의 저항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점, 낙관주의적 정신을 지닌 손오공의 유혹에 쉽게 이끌리는 저팔계의 성격을 통해 독자에게 풍자와 해학을 선사하고 있는 점, 주인공일행이 겪는 81번의 고난을 통해 불교적 고행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는 점, 민간의 언어를 받아 들이고 산문과 운문을 적절히 섞어 쓴 점들도 주목되는 특징이다.
작품의 성립 과정
서유기는 당 태종 때 현장법사가 천축에 가서 불경을 구해 온 이야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장의 제자 변기가 현장의 구술을 바탕으로 대당서역기를 쓴 이후, 불경을 얻는 이야기는 수백 년 동안 민간에 전승되어 드디어 남송 시대에 대당삼장취경시화라는 이야기책으로 출판되기에 이르며, 원나라를 거치면서 소설과 희곡으로도 창작된다. 이처럼 불경을 구하는 민간의 전설, 전가, 설화, 잡극 등에 사상성과 예술성을 한층 가미하여 소설로 완성한 것이 바로 서유기이다.
서유기의 낭만주의적 특징
중국의 4대 기서 가운데 가장 낭만주의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 바로 서유기이다. 작가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내용에다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여 손오공 일행을 인산의 개성과 동물의 특징과 초자연적인 신성함이 융화된 형상으로 창조하였다. 또한 공간적 배경 역시 천국, 용궁 등의 신화적 세계로 설정하고 있으며, 손오공의 상대역도 파초선 등의 신기한 무기를 지닌 요마나 신선으로 글 내었다. 이처럼 이 작품은 환상적인 인물들이 황홀한 싸움을 벌이는 전형적인 낭만주의 소설이다.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국의 연의(蓮義) 소설은 장(章)과 회(回)로 나누어져 있어 장회 소설로도 불리는데, 그 가운데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의 네 작품을 4대 기서로 손꼽는다. 이 작품들은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를 거쳐 청나라 초기에 걸치는 기간 동안 소설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이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성립된 것들이다. 또한 「금병매」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잡극 등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명나라 이후 많은 장편 연의 소설들이 씌어졌지만, 작품의 내용면뿐만 아니라 인기면에서도 4대 기서를 능가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이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西遊記
중국 명(明)나라 때 완성된 장편의 구어체(口語體) 장회소설(章回小說).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수호전(水滸傳)》 《금병매(金甁梅)》과 함께 이른바 <사대기서(四大奇書)> 중의 하나이다.
〔성립〕
당(唐)나라 태종 때 현장삼장이 국금(國禁)을 어기고 출국, 고난을 극복하고 인도로 취경여행(取經旅行)을 한 사실(史實)은, 당나라 때에 이미 전설화되었다. 남송(南宋) 때가 되자, 야담(野談)의 대본으로 보이는 짧고 소박한 이야기 성격을 지닌 《대당삼장취경시화(大唐三藏取經詩話)》가 나타나며, 손오공(孫悟空)이 후행자(候行者)로, 사오정(沙悟淨)이 심사신(深沙神)으로서 등장한다. 그 밖에, 벽화·시(詩)·희곡 등에 전승된 단편적인 설화가 원(元)나라 말기에 거의 골격이 갖추어진 《서유기》가 되었다. 한국에 전해진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명나라의 백과전서 《영락대전(永樂大典)》 등에는 그 무렵의 단편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와 분량에 가깝게 된 것은 명나라 중엽에 완성된 《서유석니(액)전(西遊釋尼(厄)傳)》에 의해서이다. 종래의 이야기를 집대성하고 대폭적으로 살을 붙였다고 하는 《석니전(釋尼傳)》자체는 현존하고 있지 않고 편집자도 분명하지 않지만, 개요는 1592년 금릉(金陵)의 세덕당(世德堂)이 간행한 《서유기》 등에 전해졌으며, 여기서 《서유기》는 일단 완성을 보였다. 그 뒤 청(淸)나라 때인 1662∼1722년에는 진사빈(陳士斌)이 논평한 《서유진전(西遊眞詮, 1696)》도 간행되었다. 저자가 명나라의 문인 오승은(吳承恩)이라고 하는 통설이 있는 것은, 《회안부지(淮安府志)》의 기술 등에 근거한 것이지만 성립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이 어느 시기에 다 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 것이다.
〔내용〕
크게 나누어서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① 손오공의 성장(제1∼8회):화과산(花果山)선석(仙石)에서 태어난 오공은 변신하는 기술을 몸에 지니고, 근두운(근斗雲; 1번 공중제비를 돌면 1만 8000리를 난다)을타고, 여의봉(如意棒;일격에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있다)을 무기삼아 천지를 어지럽힌다. 일단 천제(天帝)에게 붙잡힐 뻔했지만,반도(蟠桃)를 걸신들린 듯이 먹고는 또다시 천궁(天宮)을 어지럽히고, 천제쪽 신들과 싸움을 되풀이한다. 최후에는 여래(如來)의다섯 손가락 밑에 눌리고 만다. ② 현장의 성장(제9회) ③ 당태종(唐太宗)의 지옥순방(地獄巡訪, 제10∼12회) ④ 인도로의취경여행(제13∼99회):현장은 오행산(五行山) 밑에 있는 오공을 구출해 내고 여행길에 나선다. 도중에 백마가 된 용을 타고전진하며, 인간의 집에 사위로 들어가 있던 돼지의 괴물인 저팔계(猪八戒)를 종자(從者)로 삼는다. 다음에 유사하(流沙河)에서강물에 잠기는 사오정을 구해내 종자로 삼는다. 이리하여 일행은 구구팔십일난(九九八十一難)을 만나, 가지각색의 요괴와 싸운다.금각(金角)·은각(銀角)을 표주박 속으로 빨아들이고, 나찰녀(羅刹女)·우마왕(牛魔王)으로부터 파초선(芭蕉扇)을 훔쳐내어화염산(火焰山)의 불을 끄고, 무사히 서방(西方)의 낙토(樂土)에 당도한다. 그리고 경문을 가지고 돌아온 일행은 훌륭하게성불(成佛)한다(제100회).
〔평가·영향〕
《서유기》의 매력 중 하나는, 삼장법사와 세 종자를 절묘하게 취합시켰다는 점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하고 난폭한 손오공, 둔중(鈍重)하고 음식물과 여자에 눈이 먼 저팔계, 무뚝뚝한 사오정, 명색뿐이고 무능한 삼장법사 등 각자의 성격을 선명하게 가려서 묘사해낸 점은, 정채(精彩) 있는 묘사임과 동시에 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유머와 풍자를 섞어가면서 요괴에까지 인간성을 가미한 《서유기》는 명나라 이후 다른 신마소설(神魔小說)의 추종을 불허한다. 결국 천궁에 반항한 요마(妖魔)와 싸우는 손오공의 활약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경극(京劇)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소설은 또한 중국민간설화의 보고라고 하는데, 그러한 의미에서도 귀중한 존재이다. 중국에서는 《서유기》의 속작(續作)으로 명나라 말기의 《서유보(西遊補)》, 청(淸)나라 초기의 《후서유기(後西遊記)》 등이 편찬되었다. 그 중에서도 《서유보》는 꿈 속에서 헤매는 오공을 통해서 명나라 말기의 세태를 풍자한 뛰어난 작품이다. 엄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