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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온디
2004년 04월 27일
시(詩)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게 더 이상 존재해 있지 않은 수많은 순수처럼
시간 속에 존재하며 무의미한 시간처럼
시는 그렇게 生의 한 가운데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물적 일상에 길들여버린 시는 그렇게 차츰
말이 없는 이상주의자로 길들여져 갔다
내게 동경과 희망, 기대로 흐르던 시는
그렇게 차츰 피곤, 허망이라는 깊은
골짜기에서 말 없이 사라져 갔다.

붉은 피의 심상을 드러내던 시는
더 이상 순수를 토해내지 않았다
전설 감춘 모래밭에 흩날리듯
시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 너머 저 아우르기 동산을 지나
내게로 멀리 차츰 사라져 갔다

그토록 열망하던 내 순수의 노래는
내 슬픈 마음속의 눈물이 되어 날아갔다.
메아리조차 들려주지 않는 심사의 적빛은
그렇게 차츰 사라져갔다
들리지도 보이지는 않는 귀촉의 울음은
천상의 노래가 되어
그렇게 차츰 사라져 갔다

20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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