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훈1. 시(詩)
2. 인간, 전쟁 그리고 평화
3. 홀로 피는 외달빛
4. 태양 아래 목매임
5. 하루살이 사슴
6. 자조(紫鳥)
7. 사막에서 고뇌하는 그 어느 은둔자 - 사막에서의 고뇌
8. 엄마야
9. 우리 한 민족 우리 함께 이어가리.
10. 오십년 묻어둔 말 한마디, 오마니 사랑하오
11. 시간이 옵니다
12. 살아간다
13. 하직을 말자
14. 교실안에서
15. 참새
1. 시(詩)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게 더 이상 존재해 있지 않은 수많은 순수처럼
시간 속에 존재하며 무의미한 시간처럼
시는 그렇게 生의 한 가운데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물적 일상에 길들여버린 시는 그렇게 차츰
말이 없는 이상주의자로 길들여져 갔다
내게 동경과 희망, 기대로 흐르던 시는
그렇게 차츰 피곤, 허망이라는 깊은
골짜기에서 말 없이 사라져 갔다.
붉은 피의 심상을 드러내던 시는
더 이상 순수를 토해내지 않았다
전설 감춘 모래밭에 흩날리듯
시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 너머 저 아우르기 동산을 지나
내게로 멀리 차츰 사라져 갔다
그토록 열망하던 내 순수의 노래는
내 슬픈 마음속의 눈물이 되어 날아갔다.
메아리조차 들려주지 않는 심사의 적빛은
그렇게 차츰 사라져갔다
들리지도 보이지는 않는 귀촉의 울음은
천상의 노래가 되어
그렇게 차츰 사라져 갔다
2000.12.13
2. 인간, 전쟁 그리고 평화
끊어진 태극기에
두 마리의 비두루기 새가
날아와
한 태극기
바알간 동그라미 파란 동그라미 모여
오오색색 태극무늬 되누나
어서 너는 오리라 해방의 아들들아
유월의 아침에 우리는 무엇했던고
무엇했던고
빛이 오리리라
나는 전후의 후예로 남아 참회합니다.
3. 홀로 피는 외달빛
금호강 홀로 핀 나루엔/ 청초한 한줄기 외달빛
아무것 그리운 것 없이/ 덧없이 혼자 우네.
낯익은 풍경에/ 홀로 남은 저 소나무
떠나간 아해는/ 돌아올 기약 없네
텅빈 나룻배는 이제/ 어디로 흐를고
가지 못하는 강물은/ 뒷짐만 지고
( - 아이야 놀던 때라 동무들 어데갔노. )
해서운 강가에 노닐던/ 내 옛 동무들
(이제) 아득한 그림 속에/ 피어나구나.
2001.4.9
4. 태양 아래 목매임
내가 애타게 부르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느냐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한채
내 생애 단면을 긁어먹고 있다
좀먹는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우리의 이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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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불러봤자
우리에게 강요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완강한 그들의 짓눌림에
우리는 몸부림 치고
끝내는 추락한다
썩은 나뭇잎 가지 하나 우리를 가려주지 못하고
황량한 칠흙의 모래밭에서
단 한줌의 양분도 받지 못한채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햇볕을 마신다
그들이 의해 썩어버린 우리의 목매임은
더 이상 그들이 세계가 아니다
차라리 나는 신새벽 바람의 소리가 좋아라
압살 당해버린 이 쪽 세상의 목매임은
그들에겐 무용지물.
허나(또는 그러나 아직 - ) 우리에겐 뿌리가 있다.
아직 뿌리가 남아 있다
내 황홀한 염원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겐 작은 나무 뿌리
숨직이며 자라고
그들은 자라나 하늘을 찌를 것이네( -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여
그대는 노여워하라
이제 우리는 우리의 핏줄로
그대를 벌하노니
그대는 노여워하여라.
5. 하루살이 사슴
신선한 밤의 향기에
목매인 나는 한 마리 사슴.
한때 살고 죽을
나는 하루살이 사슴.
고롭다 고롭다
견디지 못해 고롭다 하노라면
나는 한때 살고 죽는
영원한 생명의 하루살이 사슴.
고통의 쳇바퀴에 몸을 실은
나는 한때 하루살이.
이 고통과 번뇌는
나를 영원불멸의 하루살이로 만든다.
6. 자조(滋鳥)
악 속에 피어나는
붉은 매화향기
향에 취해 시에 취해
너는 한송이 여읜 꽃.
아무런 장식도 없는
휘이- 휘- 돌아가는 바람의 새 소리.
너는 데려가라 너는 데려가라.
고요한 너는 이제 집 떠난 한 딸기 자조 로구나.
7. 사막에서 고뇌하는 그 어느 은둔자 - 사막에서의 고뇌
뜨거운 너의 눈빛은
고뇌의 사막에서
한 인간의 백골을 드러내누나
넓은 사막 저 편에는
비틀린 수도꼭지의
썩은 물 한 방울에
나의 혀를 적신다.
선인장의 껍질(피부)같은
나의 혀는
내 손안의 각골을
저울질 하누나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
이미 타버린 뜨거운
나의 각골은/ 이제
한 줌 흙에 묻혀 바리는구나
아아 나는 이제 무엇을 얻으리오.
그 형체도 드러내지 않는
고뇌의 덩굴은
나를 더욱더
아득하게만 바라우네
8. 엄마야
엄마야 엄마야 어데갔노
내 엄마야 찾고 싶데이
울 어매 어디갔노
한 없이 불러보아도
한 맺힌 메아리만 들려올 뿐,
당신의 고운 음성은 들리지 않습니다
저 기어가는 개미는 당신의 발자취를
알 수 있을까요
당신의 고운 옷내음 이라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저는 뒷동산에 올라가 그 예전 나뭇잎에 파묻혔던
우리의 작은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합니다.
9. 우리 한 민족 우리 함께 이어가리.
내 가슴의 붉은 피
우리 한민족이오
근원의 샘으로부터 이어온
우리의 숨결은
새 천년 우리 함께 이어가리오.
우리 얼한 백성들이여
이제 모두 우리 함께 이어가리(오).
새 천년 형제되어 자매되어
우리 한 민족 발전하세
천년 만년 이어가세.
10. 오십년 묻어둔 말 한마디, 오마니 사랑하오
오십년 묻어둔 말 한마디
한 맺힌 울음소리로 불러봅니다
그을은 그대 손길
이제 다시 재가 되어 나립니다
나 아직 그대로 이거늘
- 오마니 어데갔소
한 백년 살다갈 운명인데
- 오마니 어데갔소
우리 세월 오십년에
한 백년 울고 한 백년 웃어봅시다
엷은 이별에 우리 다시 만날 것을
오십년 못다한 말한마디...
한없는 오십년에 한없이 불러봅니다
오마니 사랑하오
오마니 사랑하오.
2000.9.1
11. 시간이 옵니다
시간이 옵니다
가만히 가만히 시간이 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가슴을/ 치여우고
가만히 가만히 시간이 옵니다
잎사귀 옆은 이슬은/ 시간을 숨죽이며 들어우고
고요히 시간의 띄워 놓습니다
바라우는 시간은 그렇게 가이고
낙화처럼 이슬은
소르른/ 안개에 추락합니다.
이슬과 함께는 빛이지마는
시간과 함께는 은막의 달빛입니다
그 속에 감추이며
그 안에 되뇌이며
아모도 모를 듣지 못할
시간의 소리는
바람의 그 길로 내게 옵니다
12. 살아간다
인간은 살아간다
인생은 외롭지 않으나
내 삶의 고단한 저녁의 외로움은
이제 더 무엇을 말하리오.
천지병천에 뜨는 달밤에
한탄할 그 무엇이 서러워 우는가
달이 가나 별이 가나
바람이 가는가
그대는 세상에 태어나
오고를 겪으며 살아가나니
이제 무엇이 부럽고
이제 무얼 더 외로워 하느냐
쳇바퀴 굴레처럼 통속하며
내 술 한잔에 울음을 그치며
아직 남은 겨울바람 소리를 귀로 들으며
인간은 그렇게 살아간다
2001.2.22
13.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행여나 울까봐 하직을 말자...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도
하직을 말자
고결한 빗물은 찬 이슬이 되어
내방 창문을 도도네.
떠난 이별 괴로와하며
파아란 눈동자에 기대어 본다.
내 삶은 종말을 보았을 때
광명은 그렇게 울었소.
-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괴로와 할 줄 알며
슬픔에 노여워 할 줄 알며
진리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고 말이오
제 아무리 노력해도
고결한 이슬의 눈망울을 본받을 수 없고
외눈박이 삶만을 살 것이라고
아이야. 형제야 , 내 형제야.
순고한 난의 삶을 본받아라
내 비록 무엇을 알지 못하는
행복한 빗방울이나
떨어지는 나뭇잎의 알갱이를 밟으며
물결치는 달무리의 밤을 알고
외롭지 않은 아이를 알고 있소
나 운명을 떠나는 갈매기를 아오.
- 고통을 아는 자, 그 갈매기로구나
한 많은 자의 고뇌의 노래를
아는 자는 그 누구랴
체통의 속박에서 그대는
무엇을 배웠는가
해설피 우는 이슬의 잔인함과
난의 초연한 삶의 태도를 배웠느냐
그 무엇을 알랴.
눈을 감아도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며 나는
광명의 빛으로 뛰어간다.
창을 눌러 쓴 채 나 그렇게 가리다.
불놀이하는 나그네
이제 나른한 오후의 입맞춤을
하고 싶소
침묵하는 나그네의
그들의 인연 속에서
우리는
생존의 윤회를 알아왔다고.
위대한 하얀 짐승아,
너는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2000. 7. 1
14. 교실안에서
봄날 끝에 매달린 나비.
- 를 보았다.
풀잎 사이 노닐던 나비.
- 를 보았다.
바람이 분다.
가녀린 내 흰나비는
숲속에서 길을 해맨다.
지쳐 숲에 사라진다.
자유로운 새
- 가 보인다.
교실 창틀에 앉는다.
교실을 향해 뛰어든다.
부딪혀 사라진다.
제비
- 가 보인다.
빠른 제비는
높은 교실 건물을 오른다.
그 후로 -
사라진다.
내가 남은 이곳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잡초만이 남는다. 그 무엇이 다시 찾아올까.
나는 시답지 않은 시를 쓴다.
내 안의 안과 밖의 동떨어진, 지옥과 천국같이 동떨어진, 이곳의 소리와 저곳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말하지 마라. 아모것도 들리지 않듯 시끄럽다.
2000. 6. 1
15. 참새
한마리의 새가 날아온다. 지저귄다.
- 맑고 고운 순수한 영혼이다.
두번째 새가 날아앉는다. 지저귄다.
- 신록의 아름다움이 그를 비춰준다.
세번째 새가 날아앉는다. 지저귄다.
- 밝은 태양빛이 그윽하다.
네 번째 새가 날아앉는다. 지저귄다.
- 고이 잠든 달을 깨운다.
다섯번째 새가 날아앉는다. 지저귄다.
-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그를 지켜본다.
여섯번째 새가 날아 앉는다. 지저귄다.
- 미지의 공간 속에 자리 잡는다.
일곱번째 새가 날아 앉는다.
- 하얀 햇살이 그들을 노랗게 비춰준다.
여덟번째 새가 날아 앉는다.
- 저녁 노을에 선이 그어진다.
아홉번째 새가 날아 앉는다.
- 밤과 낮은 구별되어진다.
열번째 새가 날아 앉는다.
- 밤과 어둠이 차단된다.
열번째 앉은 새는 힘이 없어 보인다.
열번째 앉은 새는 빛을 향해 오른다. 떨어진다. 하늘은 막혀있다.
아홉번째 앉은 새는 빛을 향해 오른다. 떨어진다. 비틀거린다. 창을 내어라.
여덟번째 앉은 새는 빛을 향해 오른다. 떨어진다. 비틀거린다. 죽는다. 달은 바라본다.
일곱마리 남은 새는 달처럼 조용하다. 달은 무기력한 그들을 바라본다.
한마리의 새가 그들 속으로 들어간다.
두마리의 새가 들어간다.
세마리의 새가 들어간다.
열마리의 새는 찬란함이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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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세상은 이러지 않았을까.
2000.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