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나와서 국민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분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소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17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는 이들이 모여 송년회가 열렸다.

노무현재단 송년회에는 주요 정당 지도부, 참여정부 핵심 인사, 평범한 시민들이 어우러져 발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 시작(오후 7시) 전부터 마포구청 대강당 1층과 2층 좌석은 모두 채워졌고, 복도에 앉거나 서 있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행사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참혹한 기억을 공유했던 이들이지만 이날은 우울함보다는 ‘희망’ 키워드가 더 도드라졌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때로는 웃음과 위트가 오가기도 했다. 이병완 전 실장이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에 나와도 될만한 대통령이라고 얘기하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한나라당 의원이) 강기정 의원 때렸다고 격려해주시는 대통령과 다르네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이 전 실장은 올해에 대한 회상과 다짐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모질고 집요하고 잔인했던 한해이다. 하지만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당선을 이끌어내는 등 야4당과 시민단체가 연합해 희망을 만들었다. 가능성과 희망을 만든 한해”라고 평가했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언론이 조사한 우리시대의 영웅 1위에 뽑혔다. 참여정부 정책과 비전, 사람사는 세상의 국정내용 등은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언론에 두들겨 맞아서 빛이 나지 않았지만, 지금 하시는 분이 너무 잘해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반어법이 담긴 평가를 이어갔다.

이해찬 전 총리는 “망년회에 많이 가봤지만 구청 강당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지난 6월2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지역 대부분의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노무현재단 행사도 구청에서 열릴 수 있었다. 오는 19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콘서트가 금천구청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이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는 자리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의 폭넓은 인사들이 참여했다. 참여정부 쪽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해 유인태 조기숙 전해철 황인성 윤승용 이백만 김창호씨 등이 참석했다. 이치범 장하진 김만복 등 참여정부 장관 출신과 국정원장 출신 인사도 참여했다.

민주당에서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 장영달 전 의원, 김진애 의원, 백원우 의원, 서갑원 의원 등이 참석했고, 국민참여당 쪽에서는 이재정 대표와 천호선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도 참석했고, 이광재 강원지사는 지역에 급한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와 김은경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의 공동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맞아 야권연대의 중요성과 필요성, 절박성을 공유하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야권이) 연합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튼튼그루터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인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야권 단일정당을 촉구하는 ‘민란’ 운동에 나서고 있는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편지 형식의 연설을 통해 야권의 각성과 실천을 당부했다. 문성근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 마지막에 ‘집 가까운데 비석하나 세워라. 오랜 생각이다’라고 말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의미를 찾는데 1년이나 걸렸다. 그 의미는 죽어서도 지역대결구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성근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전하면서 지난 지방선거 승리는 “두 분의 목숨값이었다. 민주진보세력이 전국정당 고루 지지를 받는 정당을 만들어 다시 민주진영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 운동을 위해)내일도 모래도 길거리에 서 있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전망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반드시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역사적 필연의 시기이다. 필사적으로 하면 반드시 탈환한다. 나를 버리고 최선을 다해 양보하면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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