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민영 기자]

대중가요는 사람들과 살을 부비는 음악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시의 삶을 담게 된다. 하지만 대중가요사에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담배가게 아가씨' '썸' 등 청춘의 사랑은 대중가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연인들은 사랑에 빠지면 목소리 하나, 1초의 만남에도 기뻐한다. 할 수 있다면 언제든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사랑의 필수품은 통신이다. 먼 옛날에는 서찰, 이후에는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해 사람들은 마음을 표현하고 연애를 해왔다. 그래서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가요의 흐름을 통해 통신기기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사랑을 속삭이다





2011년 KBS 1TV < TV 50년 쇼는 즐거워 > 에 출연한 펄 시스터즈

ⓒ KBS

"연인들끼리 사랑의 공중전화 빨갛게 타네, 첫사랑 빛깔처럼 무지개 꿈을 안고서 그 사람과 속삭이는 나직한 위로 전화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목소리" (남진 '사랑의 공중전화', 1960년대)

1960년대 빨간 공중전화 박스에 길게 줄을 서서 사랑하는 연인과 전화했던 시절의 노래다. 당시에는 언제 어디서나 연락할 수 있는 통신망이 없었다. TV가 있는 집이 동네에 한 집뿐이었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대다.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1968)에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연인과의 약속을 정하면 상대방이 기억하고 있는지, 어디쯤인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

DDD, 장거리 연애가 가능해진 시대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헤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난 몰래 그대를 부르네.(중략) 마지막 동전 하나 손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선 너무나 외로워" (김혜림 '디디디' 1989)

1980년대 이전, 시외전화는 교환원을 통해 수동으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 간 전화 연결에는 길게는 2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멀리 떨어져 버리는 순간에는 연락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1987년 12월 30일 처음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DDD(direct distance dialing)이었다. 기존의 전화부스와 모양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교환원 없이 직접 상대방과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획기적으로 편리했기 때문에 장거리 연애도 가능하게 했다.

486, 0024...숫자로 마음을 표현하던 삐삐세대





가수 이승환

ⓒ 권우성

기존에는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야만 했지만, 이때부터 급한 연락은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통신수단, 삐삐(무선호출기)가 탄생했다.1200('일이 빵빵', 일이 많아 바쁘다는 뜻), 100('돌아가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응용한 것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등 숫자로 마음을 표현하는 통신수단이 삐삐였다. 이러한 발전은 역시 대중가요의 가사로 녹아났다.

"하루하루 줄어들어 삐삐로 오는 이상한 숫자 어젯밤은 2였어. 누가 고백을 하려나 나쁜 일만은 아니길 바래 오늘 밤은 1이야. 자꾸만 궁금해지네 100부터 줄어든 숫자" (이승환 '백일동안', 1997)

"온종일 전화만 쳐다보지만 잠든 전화기 깨워도 깜깜무소식 아무일 없듯이 너무 말짱하던 삐삐 인사말 내가 먼저 전화하면 안돼, 참아내야 해" (젝스키스 '말괄량이 길들이기', 1997)

이승환의 '백일동안'은 백일동안 삐삐로 숫자 1부터 100까지 매일매일 보내오던 묘령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젝스키스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삐삐가 대중화되고 전화기도 각자의 집에 하나씩 놓일 정도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 응답하라 1994 > 에서도 삐삐는 단골손님이었다. 드라마 속 삐삐 인사말을 녹음하고, 응답 없는 상대방에게 하염없이 삐삐를 치던 모습이 이때의 일상이었다. 삐삐로 호출하고 전화로 통신하는 청년들이 신세대로 불리던 시기였다.

언제 어디서든 '너 어디야?'

"친구에게 급히 연락 왔어. 니가 다른 여자와 있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너의 전화번호 눌러봤어. 아무 말 말고 전화 받어. 내 번호 뜨니 왜 안 받어" (미나 '전화받어', 2002)

위의 두 곡은 2000년대 초반 통신기기의 변화를 드러낸다. 당시에는 문자와 전화가 되는 개인 휴대전화가 발달했다. 이전에는 삐삐와 집 전화, 급하다면 공중전화 부스에 줄을 서서 전화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급박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 폰 하나면 뭐든지 알수

있다





가수 박지윤

ⓒ 미스틱89

하지만 휴대전화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현재는 스마트폰 시대, LTE 시대라 불린다. 기존의 전화기는 인터넷을 쓸 때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 시대'다. 문자와 전화뿐만이 아니라 웹서핑과 SNS도 휴대전화 하나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2013년 발매된 박지윤의 '미스터리'에는 "너의 타임라인 속 모든 얘긴 외울 만큼 익숙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기서 타임라인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서 쓰이는 용어다. 스마트 폰의 버튼 하나로 손쉽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사다. 요즘 청춘은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기면 페이스북을 통해 생일, 나이, 학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통신의 압도적인 존재는 단연 휴대폰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방탄소년단의 '상남자'에는 "똑같은 프로필사진 왜 자꾸 확인할까" "메신저 확인해 놓고 누르지 않는 너의 행위, 1자리 없어짐과 동시에 속만 타지"라는 가사로 카카오톡의 특징을 드러낸다.

프로필 사진 기능이 있고, 인터넷을 이용한 메신저이기 때문에 몇십 개의 메시지를 보내도 비용 부담이 없다. 연인들은 언제든 실시간으로 서로를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방대해졌다. 아래는 오늘날 청춘의 연애, 연락 방법을 포함한 가사의 노래다.

"문자로 전화로 SNS 인터넷 모든 커넥션을 동원해서 손을 잡고 밤을 지샜는데 나는 너의 연인이 될 수 없는거야" (알리 '이기적이야', 2013)

===== 대중가요 속 사회, 어떻게 바뀌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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