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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 중의 하나는 성(性)산업이다. 성산업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인터넷은 모든 산업과 결합해 더욱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출판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미 전자책의 절반 이상은 에로티카다. 국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9금 만화와 장르소설을 주로 서비스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순수문학과 본격문학의 덫에 걸린 문학시장은 주목할 만한 작품을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산업과 결합해 최고의 성가를 보여준 소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다. 27세의 그레이는 청소년 시절에 엄마 같은 여자와의 섹스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는 시간당 10만 달러나 버는 억만장자인 데다가 조각 같은 몸매와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의 애인인 21세의 아나스타샤 스틸은 인턴사원에 불과하지만 누구나 반할만한 미모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이 SM을 매개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SM은 단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장치에 불과하다.

2012년 3월, 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인 빈티지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3개월 만에 4000만 부나 팔렸으며, 1억 부를 넘기는 데는 2년이면 충분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전자책으로 팔렸다. 한국어판은 55만 부(전자책 18만 부 포함)가 팔렸는데 올해 2월 출고량은 전월 대비 6배가 늘어났고 전자책만으로도 2만 부를 벌써 넘겼다.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지난 25일 개봉됐다. 영화의 반응과 함께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다듬어 출간된 성애소설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데미지’(조세핀 하트), ‘크래시’(제임스 발라드), ‘나인 하프 위크’(엘리자베스 맥닐) 등이 포함된 ‘에디션D' 시리즈(그책), 사드 사후 200주기인 작년 12월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사드 전집’(워크룸프레스), 20여 년 전에 젊은 여성들의 가슴에 상흔을 남긴 고딕 로맨스 소설 ‘다락방 시리즈’를 원제로 바꾸어 출간한 ‘돌런갱어 시리즈’(V.C. 앤드류스, 폴라북스) 등이 그렇다.

“포르노그래피는 가장 옥죄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인간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이용하고 착취하는지를 다룬 가장 정치적 형태의 소설”이라고 말하는 제임스 발라드는 ‘크래시’의 궁극적 역할이 “테크놀로지가 판치는 풍토의 언저리에서 인간에게 마냥 그럴싸하게 손짓하며 잔인하고도 에로틱하고 눈부신 세상에 대한 훈계이자 경고”라고 말했다.

포르노그래피는 대체로 영화화된다. 그러니 그의 경고는 이 글에 소개된 모든 소설에도 해당될 것이다. 이런 경고를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일본은 포르노산업이 세계 최고로 발달했다. 우리는 ‘그레이…’에 19금의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성매매와 성폭력이 세계 1위다. 이제 우리도 이런 소설에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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