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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donga.com/Culture/more29/3/all/20130206/52847738/1


 “날씬한 알파벳 서체를 강요받는 한글에 제 옷을 입혀주고 싶었어요.”


한글디자이너 김태헌 글자연구소장(38)이 새로 만든 한글 서체 ‘공간’은 넙데데하다. 한국 자연 미인의 동그란 얼굴을 닮았다. 다음 달 대형 서체회사를 통해 판매되는 공간체는 자음과 모음이 정사각형의 공간 안에서 중력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철자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 알파벳, 중앙에 뼈가 존재하는 한자와 달리 한글은 짜임새가 빈약하고 헐렁해 보이는 문자예요.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결합되더라도 물리적으로 짱짱해 보이도록 글자를 설계했죠.”


4년간 고민 끝에 그가 생각해낸 것이 ‘중력’의 법칙이다. 자음과 모음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으려는 힘이 존재해야 균형 잡힌 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서 쓰는 조합형 문자입니다. 그래서 어디로 어떻게 모이느냐가 중요하죠. 글자 속에 중력이란 힘을 부여해 봤어요. 자음과 모음의 획들이 각각의 물리적인 성질이 있는데 이들이 정사각형이란 공간 안에서 중력이라는 힘만 부여되면 자연스레 모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글자의 질서이고, 질서가 가진 논리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새로운 서체의 이름을 ‘공간’이라고 지은 이유도 글자를 끌어당기는 힘이란 획이 아닌 획을 둘러싼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파벳 서체는 쓰는 사람이 많으니 돈도 되고 만들기도 쉽다. 26개 알파벳을 대문자와 소문자 합쳐 52개만 디자인하면 된다. 알파벳 서체 개발이 활발한 이유다. 하지만 한글은 시장이 좁은 데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야 하기 때문에 개발하기도 어렵다. 수학적으로는 1만 개가 넘고, 일반인들이 쓰는 글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350개의 글자를 일일이 디자인해야 한다.


이번에 김 소장이 만든 서체는 가장 굵은 ‘볼드’부터 가장 얇은 ‘울트라 라이트’까지 5개 종류의 두께로 이뤄진 ‘자족(字族)’ 전체다. 영문과 기호, 숫자를 빼고 한글만 계산하더라도 2350×5=1만1750자가 된다.


“한글이 불쌍했어요. 자기 나름의 개성이 있는데 옆집 아이(알파벳)가 입고 있는 맞지도 않는 옷을 강요당하는 듯해서요. 한글이라는 문자의 특성에 맞는 서체를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Culture/more29/3/all/20130206/52847738/1#csidx8a88e8310d76d49bd3532ddfe6407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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