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제작 1011 필름)이 23일 개봉을 앞두고 10일 광주에서 시사회를 연다.필앤플랜 제공
“어? 동네 살던 청년 사진이 걸려 있네!”
광주광역시에 사는 주옥(60)씨는 2015년 5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개관식에 갔다가 뜻밖의 사진을 발견하고 툭 한 마디를 던졌다. 1980년 5·18 때 이웃들과 주먹밥을 만들던 양은 대야를 기록관에 기증했던 그는 기록관 벽 속의 흑백 사진 한 장을 보고 반가웠다. 그래서 혼잣말로 “김군이네”라고 말했다. 2014년 광주 기록 작업 중 주씨를 만나 이날 동행했던 강상우(36) 감독은 5·18 무장 시민군인 ‘김군’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빛 바랜 사진 속 시민군은 군복을 입은 채 강렬한 시선으로 측면에서 정면을 응시한다. 강 감독은 이 시민군의 모습이 찍힌 사진의 날짜와 장소부터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강 감독은 “사진 속에 나오는 거북표 싱크 대리점 등을 찾는 방식으로 단서들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 사진을 <중앙일보> 이창성 기자가 80년 5월 22~23일 찍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김군은 하루 이틀 전인 5월21일 계엄군이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해 수십명이 죽은 뒤 총을 들고 무장했던 시민군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제작 1011 필름)이 23일 개봉을 앞두고 만든 홍보물.필앤플랜 제공
하지만 김군은 보수논객 지만원씨에 의해 5·18 때 광주에 온 북한 특수군을 지칭하는 ‘광수 1호’로 지목됐다. 강 감독은 김군의 행방을 쫓기 위해 시민군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시민군이 탔던 군용 트럭에 흰색 페인트로 번호를 적었던 시민군도 만났다. 시민군들뿐 아니라 김군을 기억하던 이들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영상에 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김군의 생사를 걱정했다. 영화는 김군이 광주 학동 8거리 지역 옆 원지교 아래 살았던 넝마주이였다는 사실과 생존 여부를 확인한다.
강 감독의 영화 <김군>(제작 1011 필름)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이 작품은 지난 해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5·18 시민군의 행방을 따라간 다큐멘터리 추적극은 “살육의 현장에 존재했던 수많은 ‘김군’들을 개별 클로즈업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새로운 시각과 다른 방식으로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김군>의 프리미엄 시사회가 10일 저녁 7시30분 씨지브이(
CGV) 광주상무점에서 열린다. 공식 시사회는 13일 서울에서 진행된다.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차량을 타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차명숙씨 제공
서울 출신의 강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 광주를 전혀 몰랐다. 그에게 5·18은 “박제된 민주화 운동”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앞선 세대들의 울분에 찬 5·18 서사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강 감독은 7일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러한 생각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시민군 ‘선생님’들 중엔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광주 밖에선 여전히 폭도로 낙인찍는 시선이 있지 않나? 시민군들의 목소리를 빌려서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이 5·18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고 싶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