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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예술이 된 건축] '그림 같은 집' 주인장이 딴죽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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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을 '짓는다'고 하지 '만든다'고 하지는 않는다. '짓는다'는 표현을 쓸 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밥을 짓는다, 약을 짓는다, 옷을 짓는다. 이런 표현도 있다. 죄를 짓는다, 표정을 짓는다, 짝을 짓는다. 의식주와 밀접하게 관련되거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행동을 할 때 예전부터 '짓다'라는 동사로 에둘러 표현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집' 하면 부동산 투자, 전세금 폭등, 아파트 분양 등을 먼저 떠올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집의 본질은 뭐니 뭐니 해도 나와 내 가족이 사는 공간이다. 전쟁으로 치면 최후의 보루 같은 곳. 밖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돌아와 피 묻은 전투화를 벗으며 그래도 잠깐이나마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 피곤한 가장이 주말에 속옷 바람으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TV 리모컨을 돌리는 호사를 잠시라도 누릴 수 있는 곳. 고기라도 한 근 사와 고추장, 된장, 참기름을 1대1대1 비율로 섞은 특제 쌈장과 함께 가족과 저녁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곳. 남자들에겐 그런 곳이 집이다. 

그래서 집을 짓는 건 남자들에게 일종의 로망과 같다. 복제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아파트 말고 내 의견과 취향과 고집으로 빚은 나만의 집을 가지고 싶은 마음. 

건축업체 '나무와 좋은집' 대표인 이영주 씨(45)는 자기가 사는 집을 직접 지었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일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택지 분양으로 나온 대지 346㎡(105평) 땅을 매입해 건평 198㎡(60평) 2층 단독주택을 지어 2007년부터 살고 있다. 

↑ <김호영 기자>

원래 이 집은 '나무와 좋은집' 샘플하우스 격이었다. 처음부터 이 대표가 이 집에 살고자 한 건 아니었다. 

샘플하우스로 쓰기 위해 단독주택 용지 치고 아주 넓지 않은 땅에 당시 유행하던 건축 기법을 총동원해 지었다. 집을 홍보관 삼아 건축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건축비도 단독주택 치고 비싼 편인 3.3㎡당 600만원을 넘게 들였다. 땅값을 빼고 순수 집을 올리는 데만 조경비용을 합쳐 4억원 가까이 들어간 셈이다. 

그 덕에 영화나 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집이 소개되곤 했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 로드매니저가 이 집을 섭외했다가 막판에 촬영 앵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된 적도 있다. 

이 대표가 이 집을 지은 스토리를 뜯어보면 내 집을 직접 지어 올리고 싶은 남자들의 궁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6년 넘게 이 집에 살고 있는 이 대표의 속내를 바탕으로 실속 있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잔디가 깔린 작은 마당을 지나 이 대표 집에 들어가면 일단 5m에 달하는 높은 층고가 일품인 거실을 만날 수 있다. 거실 바닥을 주방보다 더 낮게 밑으로 파낸 구조라 가뜩이나 높은 층고가 더 넓게 보인다. 거실 외관을 샹들리에, 조각상 등으로 그럴싸하게 장식하고 바닥에는 대리석을 깔았다. 나무를 때서 난방하는 벽난로도 달았다. 유럽의 호화 대저택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본 결과 실속을 따지는 가장이라면 뺄 부분도 많다는 게 이 대표 의견이다. 일단 층고가 너무 높으면 난방에 불리하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려는 속성이 있어 집 전체를 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실 효용성도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여성 파워가 세지면서 과거 거실로 대표되던 집의 중심이 점차 다이닝룸(부엌)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이다. 요새는 아예 거실을 설계에서 빼달라는 극단적인 건축주 요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싸해 보이는 벽난로도 사실 효용성 측면에서는 떨어진다. 난로에 나무를 넣고 불을 땐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불 때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재를 치우기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거실 옆, 안방에 들어가 방 뒤편 드레스룸을 지나면 바로 안방용 욕실을 만날 수 있다. 여느 고급 주택 못지않게 호화로운 느낌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욕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원형 모양 대형 욕조다.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회장이 뿌연 수증기 사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미래를 고뇌하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욕조를 꼭 크고 호화롭게 만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고2, 중2인 아들딸이 어릴 때만 하더라도 네 식구가 함께 큰 욕조에 들어가 목욕도 같이 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다 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욕조에 물 채우느라 시간만 많이 걸려 불만이라는 것이다. 

계단을 거쳐 2층에 올라가면 한쪽에 마련된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여유롭게 펼쳐진 주변 단독주택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대표도 이사 온 초기에는 테라스에 나가 가족과 고기도 구워먹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은 공간이 되더라는 게 이 대표 경험이다. 집 밖에 나가면 바로 정원이 있는데 굳이 2층 테라스로 가지 않는다는 것. 다만 정원이 없는 아파트는 테라스 공간이 유용할 것 같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효용이 떨어지는 공간을 쳐내면 이 대표가 들였던 3.3㎡ 600만원대의 건축비는 3.3㎡당 300만원대 후반까지 낮출 수 있다. 요새 집 짓기의 대세는 3.3㎡당 400만원 건축비를 들여 집을 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외관 등 디자인에 대해 특별한 선호도가 없으면 콘크리트보다는 목조 구조로 단독주택을 올리는 게 낫다고 평가한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목조주택을 지으면 비용이 콘크리트로 지을 때보다 배 이상 드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레미콘 시세와 철근 가격이 오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콘크리트로 짓는 쪽이 목조 공법보다 비용이 10% 정도 더 많이 든다. 외벽을 목조 공법으로 올리면 단열에도 유리하고 집이 자체적으로 습기를 조절하는 능력도 갖추는 이점이 있다. 

집을 꾸밀 때 콘크리트 대비 여러 가지 혁신적인 디자인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목조주택의 장점이다. 다만 너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 건축비가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개인의 철학이다. 어디에 주안점을 둔 집인지 콘셉트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에 맞춰 틀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것저것 좋다고 들은 풍월을 전부 시도하면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집이 된다. 

직접 설계부터 시공까지 혼자 하겠다고 끙끙대기보다는 경험 많은 전문 업체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사실 이게 돈도 덜 든다. 설계에서 허가 과정을 거쳐 기초바탕공사, 콘크리트 등 전문 하도급업체 고집을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애초 생각했던 집 짓기 철학은 저만큼 사라지고 밀려오는 스트레스에 공사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건축업체를 선택할 때는 경험이 많고 감각 있는 업체인지를 알아보는 게 필수다. 건축업체는 집을 짓는 회사라기보다는 하도급업체를 조율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다. 

하지만 같은 하도급업체가 참여해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건축업체 고유의 DNA는 무시할 수 없다. 실적이 없는 몇몇 영세 업체는 선급금만 받고 잠적하거나 공사 역량이 없어 시공 기간만 턱없이 늘어지는 사례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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