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슈베르트의 마왕 이야기
2007.09.0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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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마왕(Erlkonig)" D 328

:: 마왕 가사 ::

이렇게 늦게 어둠 속의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는 자는 누구일까?
그것은 아이를 따뜻하게 품에 안고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이다.

아가, 너는 무엇이 그리 무서워서 얼굴을 가리느냐?

아버지, 아버지는 마왕이 보이지 않습니까?
관을 쓰고 긴 옷을 늘어뜨린 마왕이...

귀여운 아가, 이리 오너라.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
저 곳에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 있고 또 너의 어머니는 많은 금으로 된 옷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아버지는 들리지 않습니까?
마왕이 귀여운 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이...

가만히 있거라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이다.

귀여운 아가. 나와 같이 가자.
소녀들이 너를 즐겁게 해 주리라. 밤에 춤추는 데 가서 즐겁게 해 줄테니...

아버지, 아버지, 저 어두운 곳에 마왕의 소녀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아가. 아가.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것은 잿빛의 오래 된 버드나무란다.

나는 네가 제일 좋다. 자, 오라.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버지, 아버지, 지금 마왕이 나를 잡아요.
마왕이 나를 심하게 해요.

아버지는 무서워서 급히 말을 달린다.
팔에는 떨면서 신음하는 아이를 안고서...
지쳐 집에 도착했을 땐 사랑하는 아들은 품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 마왕 해설 ::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은 그가 18세때 시성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걸작으로서 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락이 반복되는 부분이 없이 작곡된 통절형식의 가곡이다.
즉흥적으로 단숨에 썼다는 이 곡은 그의 재능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g단조 4/4박자 비바체인 이 노래는 3잇단음표의 피아노 반주로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말이 질주하는 정경을 그린 음산한 세잇단음의 전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이야기하는 사람, 공포에 떠는 아이, 그 아이를 안고 말을 달리는 아버지, 아이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는 마왕 이렇게 4 명의 목소리로 나뉘어 극적으로 노래된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은 소리로, 아들은 높은 소리로, 마왕은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노래한다.

슈베르트는 이 곡에 불협화음을 사용하여 묘사에 효과를 냈으며, 시와 노래와 피아노 반주가 긴밀하게 연관된 예술 가곡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괴테가 자신의 여러 시에 곡을 붙인 무명의 작곡가 슈베르트가 보낸 악보들 중 맨 처음 호감을 보였다는 이 작품은 괴테가 표현한민요풍의 소박함과 단순함을 환상적인 멜로디와 함께 천둥, 폭풍우, 번개같은 낭만적인 혼돈으로 묘사했다.
피아노 반주가 단순히 성악의 부수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당시의 통념을 깼고, 가곡을 성악과 피아노의 2중주 차원으로 승화시킨 곡이라는 점에서 이 곡의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훗날 리스트가 편곡하고 연주해서 더욱 유명해진 이 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어려운 곡으로도 유명하다.

<연주시간 : 약 4분>

(아래에 나오는 용어 설명)

'슈파운'은 콘빅트에서 만난 9살 위의 선배로서 한 평생 슈베르트를 매우 아낀 사람이며,
'콘빅트'는 궁정에 부속된 관비 학교로서, 일반 학과와 합창훈련을 받고 궁정예배당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곳으로 지금의 빈 소년합창단 전신이 된다.

슈파운의 증언에 의하면,

"어느 날의 오후 나는 마일호퍼와 함께 슈베르트를 만나러 갔다.
슈베르트는 그 무렵 힘멜폴트그룬트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가자 슈베르트는 열에 들뜬 사람처럼 괴테의 <마왕>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그는 펜을 손에 든 채 몇 번이고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책상 앞에 앉아 그 기막힌 노래를 순식간에 종이 위에 적었다.
우리는 콘빅트에 달려갔는데, 슈베르트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거기서 그날 밤으로 노래 불려진 <마왕>은 우뢰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
그 뒤 궁정 오르가니스트인 노(老) 찌츠카는 노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없이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쳐보았다.
그는 곡의 구성에 참으로 감탄했던 모양이다.
두세 사람이 어떤 종류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의 반복을 꼬집자 찌츠카는 그것을 피아노로 쳐 보이며, 그 불협화음은 원시(原詩)의뜻에 참으로 잘 맞고 있다는 것, 그러기에 보다 아름답고 대단히 적절한 해결 방법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문제의 불협화음이란 것은 어린이의 말, 참으로 비통한 악센트인

"아버지, 아버지는 들리지 않습니까"

라는 말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이 <마왕>은 솟아 오르는 영감에 따라 5선지 위에 갈겨 쓴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나중에 고쳐 썼지만 최초의 이 영감에 의한 데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마왕에는 네 종류의 것이 있는데, 그 중 셋은 대동소이하다.
넷째의 주요한 상이점은 반주부의 오른손의 삼연음부(三連音符) 가 두 개씩으로 된 팔분음부의 그룹으로 바꿔져 있는 점이다.
슈베르트는 이와 같이 얼마간 끈기 있게 다루어야 할 점을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인지 간혹 간략화하고 있다.
어느 날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하느냐고 가수인 '요제프 바르트'가 묻자 슈베르트는 대답했다.

"삼연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버리지 뭐, 내겐 좀 힘들어."

그는 이렇게 사람을 어리벙벙하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바람을 찢는 어두운 밤.
말을 달리는 아버지와 아들.

바람은 울고, 비바람은 신음하고, 말은 미친 듯이 달린다.
음악은 환영 속에 우리를 폭풍과 공포의 세계로 끌어넣는다.
우리의 목을 조르고 물어뜯는다.
그것은 소절(小節)의 고민에 찬 이야기의 마디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 아이는 이미 죽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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