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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나는 아버지는 돈을 쉽게 버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나무 공장의 사장을 하면서 수입해온 커다란 원목을 팔고

공장에 쌓아놓은 많은 나무들을 팔아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80년대 건축이 한창 붐일 때 많은 나무들을 팔아서

우리 집에 많은 돈을 가져다주는 그런 아버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늘 문득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으신 아버지를 보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인데, 아직 가족들 모두 깨지 않은 아침 일찍인데

아버지는 포도송이를 드시면서 모자를 눌러쓴 채 아침 일을 하러 가는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 오늘 무슨 일이세요 라는 나의 물음에 아버지는 일하러 가지 라면서 아주 대단치 않은 일처럼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아침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일을 하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먹으려고 준비해뒀던 라면 한 봉지를 꺼내 라면을 끓여드릴까요 여쭤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끓여라면서 라면 한개 끓이면 다 못 먹을까봐 안 끓였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얼마나 내가 어리석었는지를 아버지를 통해 깨닫습니다.


내가 라면을 끓이자 아버지께서는 베란다에 나가 양파를 하나 씻어 라면에 썰어넣어주셨습니다.

같이 앉아서 아침을 먹기는 참 오랜만에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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