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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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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民官) 소통과 정책커뮤니티의 필요성 (아산칼럼, 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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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saninst.org/contents/%EB%AF%BC%EA%B4%80%E6%B0%91%E5%AE%98-%EC%86%8C%ED%86%B5%EA%B3%BC-%EC%A0%95%EC%B1%85%EC%BB%A4%EB%AE%A4%EB%8B%88%ED%8B%B0%EC%9D%98-%ED%95%84%EC%9A%94%EC%84%B1/

 

며칠 전 한 일간지에 ‘정상(頂上)의 한미관계를 유지하려면’이라는 제목의 시론을 썼다. 한국의 최대 전략자산인 한미관계의 현 주소를 평가하고 이를 앞으로 발전·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 등을 지적한 글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국자들의 반응이 필자를 실망시킨다.

비판적인 글과 관련된 당국자들의 태도에는 크게 네 유형이 있다. 먼저 글이 나오기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저자나 신문사에 연락해 수위 조절이나 내용 수정을 요청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글이 나온 뒤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반박문을 내거나 기고를 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부분적으론 인정하지만 전체 맥락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넘어가는 유형이다. 숲이 아닌 나무만 보고, 작은 사실로 전체를 과장한다며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네 번째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면서 완전 무시하고 넘긴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니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국자들이 억울해 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 못하지 않는다. 때로는 동정심마저 생긴다. 그럼에도 비판적인 글에 대한 당국자들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학자나 전문가들의 비판이나 문제 제기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 알려주고 대비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부 업무는 대개 현안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장기적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 간 대화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개 듣기 좋은 말로 채워진다. 고위급 대화일수록 더욱 그렇다. 짧은 만남에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위기를 해칠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럽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국자들이 지나치는 점을 지적하거나,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학자와 전문가들의 임무다.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악역이다. 그러자면 불이익이 따르지만 그래도 학자와 전문가들이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포기했다면 비판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때로는 의견을 달리하고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만 당국자와 학자·전문가들은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에 있어야 한다. 정책 당국자들은 필요한 정보와 현황을 학자, 전문가와 공유하고, 이들의 의견을 들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현황을 잘 파악해, 현업에 갇혀 있는 관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 알려주어야 한다.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인 대안이 아닌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며 발전하는 상생의 관계, ‘정책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에도 정책커뮤니티가 있는 것 같다. 부처별로 자문위원이 있고, 필요할 경우 다양한 형태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연구용역을 통해 외부 의견을 수렴한다. 과거에 비해 자문위원 활용이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미흡하고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 자문회의는 자문을 위한 회의보다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홍보의 장이 되기 일쑤다. 수십 명 혹은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자문위원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에서 의미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자문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자문회의를 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행사에 불과하다. 대규모 행사성 자문회의를 지양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소규모 회의 개최 빈도를 높여 정책 대안을 같이 찾아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학자나 전문가들의 오류를 방지하고 상황과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가 필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부에게 이를 기대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기 보다 어렵다. 정부 어느 부서도 학자나 전문가들에게 정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연구용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연구자들이 알아서 자료를 찾아 연구해야 한다. 그 결과 자료를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민감한 정보의 유출을 우려해서 공유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필자도 학자와 전문가를 통해 비밀 정보가 누설돼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여럿 봤는데 그런 사정들이 정부가 정보 제공에 미온적이게끔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책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정보 공유는 필수적인 요소다. 외국의 경우, 특히 미국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정보 공유가 잘 이루어지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으며, 정책 대안 개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주요 계기 때마다 정부 당국자가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현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보안 서약을 전제로 비밀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다. 그러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의 상호 이해가 깊어지고, 민간이 제시하는 정책 대안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것이 된다.

정보 공유가 원활히 되려면 우리 정부가 좀 더 과감하고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정부가 자문을 구하거나 용역을 의뢰할 때 성향을 보는 것도 정책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장애가 된다. 정부가 입장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거나 용역을 의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구색 맞추기로 끼어 넣기도 하지만 그런 이들의 말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면도 있다. “외교안보정책을 초당적으로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는 말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태다. 정부는 성향과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거부하지 말고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해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 자체만으로도 신뢰가 쌓이고 건전한 정책커뮤니티의 형성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책커뮤니티를 만들려면 민-관 인사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여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연대감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높여야 한다. 한국 사회엔 특이하게도 관료와 학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고, 서로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벽을 허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자들이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일부 직위를 ‘개방직’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열기는 하나 대부분 제한적이고 핵심 업무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학교나 학계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문호를 더 개방해 활발한 인적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위직보다는 중간 관리자나 중견학자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많이 부여되어야 한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정책 실무 과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얻게 될 것이며, 관료들은 경험을 이론에 접목함으로써 전문성을 보완하고 현안을 넘는 큰 틀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건전하고 활동적인 정책커뮤니티는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내고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여 정책 추진을 원활하게 한다. 학자와 전문가 그리고 관료들이 함께 고민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소통과 통합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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