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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샘물?

제품명이 아닙니다.

지하수나 용천수와 같은 샘물을 물리적 처리 등을 거쳐 마시는 용도로 제조한 물, 즉 '생수'를 의미합니다.

정부에서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한 뒤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법률용어이기도 하죠.

이 먹는샘물에서 듣기에도 생소한 물질 '브롬산염'이 검출됐습니다.

그럼 브롬산염은 또 뭘까요?

국제적으로 '잠재적 발암물질', 혹은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된 위험한 녀석입니다.

쉽게 말해, '너 이거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수도 있어!'라는 경고 메시지 꼬리표가 붙은 물질입니다.

하지만 '잠재적 발암물질'이라는 개념이 동물에선 암이 유발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사람의 몸에서는 암 유발 사례가 없단 뜻이기도 하니 위험성 정도의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어쨌든,

하루에 2리터는 마셔줘야 몸에 건강하다고 하여, 혹자는 빛나는 피부를 가진 연예인들은 생수를 달고 다닌다는 말에, '가장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먹는샘물을 사랑해왔습니다.

하지만 업체들도 너무 깨끗한 물을 만드려고 하다보니, 지하수에 오존(O3)을 너무 쬐여줬습니다.

자칫 장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원수(지하수 등)의 미생물을 없애주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업체들의 이 선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지하수나 지표수, 심층수 등 먹는샘물을 만드는 원수에는 브롬이온(Br-)이란 녀석이 가끔 들어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미네랄 워터'에도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광물질이 함유된 것처럼 말입니다.

이 브롬이온이 먹는샘물 제조과정에서 살균소독을 위해 '오존 처리'과정을 거치면서 오존이온과 만나게 되면, 짜잔! '브롬산염'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니깐 제조업체에서 일부러 발암물질을 넣은 게 아니라 미생물을 없애려고 애쓰다가 과도하게 오존 처리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럼 이제 오존처리는 전혀 안한 미생물이 살아 숨쉬는 물을 그냥 마시고 배탈이 나야 할까요?

다행히 우리에겐 오존대신 '자외선'이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자외선이란 녀석도 살균소독의 대명사 중 하나죠.

그럼 왜 진작 자외선을 사용하지 않았냐고요?

자외선 살균은 이리저리, 구석구석 물과 병을 쬐여주는 방법으로 소독해야 하지만, 오존은 물에 간단히 섞어만 주는 방법으로도 살균기능을 발휘합니다.

즉, 오존처리가 자외선 소독보다 더 간편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환경부에서 검사한 전체 79개 생수 제품 가운데 7개 제품에서만 브롬산염이 국제기준(0.01mg/L) 보다 더 많이 검출된 거죠.

브롬이온이 있는 원수를 사용했고, 오존처리를 한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제품!

이번 사건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한 건  아마 업체와 제품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보도가 나가고 난 뒤, 저한테 7개가 어떤 제품이냐고 묻는 전화가 쇄도했으니깐요.

그러나 슬픈 사실은 저도 어느 제품이 그 7개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환경부에서 발암가능물질 브롬산염이 일부 먹는샘물 제품에서 발견됐다는 자료만 내고,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법을 위반한 사항이 아니란 거죠.

엥, 이렇게 중요한 일이 법을 어긴 게 아니라고?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관련 법 규정이나, 브롬산염에 대한 수질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번 경우도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국제기준 0.01ppm을 놓고 검사한 것이니깐요.

환경부에서 악악대고 업체명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봐도 "법을 위반한 사항이 아니니 우리도 말해줄 수가 없다"는 소심한 해명만 들려옵니다.

일부에서는 "업체 소송이 두려워 국민 건강권을 외면하기냐!"라는 비난도 들립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정말 믿고 먹고 마실 수 있는 게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 속 미생물은 펄펄 끓여서 없앨 수 있지만, 브롬산염은 펄펄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 개인적으로 처음 써보는 취재파일이네요. 아직 많이 부족한 좌충우돌 새내기 기자지만, 앞으로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살아있는 취재 뒷 이야기들을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D

  [편집자주] 사회 1부에서 환경과 보건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안서현 기자는 2008년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사건기자로서 수련 과정을 거치고 신선하고 당찬 시각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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