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장레이성(張雷生·26)씨. 국내 한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주말 이뤄진 그와의 저녁 식사 자리. “유학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답한다.
“중국 유학생 6만 명입니다. 그들을 친한(親韓)파는 아니더라도 우호적인 지한(知韓)파 정도로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반대입니다. 반한(反韓)감정을 갖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작심한 듯 한마디 덧붙인다. “미국·일본 등에서 유학 생활을 한 학생들은 그들이 공부했던 대학이나 나라를 좋아하는데 유독 한국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중 교육정책 비교’라는 주제의 논문을 쓰기 위해 양국 유학생 관리 실태를
연구하고 있단다.
‘뭐가 문제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분명했다. 유학생을 ‘돈’으로 보는 게 문제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많은 대학이 재정 확보 차원에서 중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학생들을 무리하게 입학시킵니다. 적절한
보충 학습 커리큘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숙사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요. 그러니 유학생들이 겉돌고, 혐한(嫌韓)의식이 싹트는
겁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중국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게 2000년대 초다. 특히 일부
지방대학은 신입생 수 감소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중국으로 달려갔다. ‘중국 유학생 덕택에 학교가 운영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당국은 유학생을 정원 외로 뽑도록 해놓고는 수수방관이다. 유학생이 많아질수록 한국 이미지는 더 나빠지는 구조다.
대학만을 탓할 수도 없다. 공부보다는 돈벌이에 시간을 쏟고, 중국에서 어려우니 한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온 일부 학생에게도 문제는 많다. 이 같은 지적에 ‘예비 박사’ 장레이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엄격한 학사관리입니다. 불량 유학생을 솎아내야지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충 해도 성적
줍니다. 그러니 유학생 수준이 떨어지고, 중국 유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을 보는 중국 유학생들의
시각도 뒤틀릴 수밖에요. 악순환의 고리, 대학이 먼저 끊어야 합니다.”
그는 “중국 대학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 유학생 관리에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국 교육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충분히 공감 가는 얘기다. 약 13만 명에 달하는 양측 유학생들은 졸업 후 학계·관계·업계 등으로 흩어져 양국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대국을 무시하고, 깔본다면 미래 한·중 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유학생 관리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냐?”는 물음에 그는 “작은 배려가 시작”이라고 답한다.
“대부분 대학에서 유학생을 위한 쉼터 공간이 없습니다. PC와 소파 등이 마련된 작은 공간 하나가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