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씨는 최근 중학생 아들의 스마트폰에서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아들을 혼낼까 고민하다 사춘기에 반발심만 키울까 우려돼 조용히 파일만 삭제했다. A씨는 앞으로도 아들의 스마트폰을 몰래몰래 검사해야 하나, 고민이고 걱정이다.
앞으로는 주부들의 이런 고민과 걱정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청소년 유해 음란물 차단에 발 벗고 나선 까닭이다. 정부는 전문가와 학부모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3월 ▲정보통신 매체별 차단대책 ▲사용자 보호대책 ▲관련 산업 지원 등 3대 분야 10대 과제로 구성된 ‘청소년 음란물 차단대책’을 확정하고 5월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정부가 음란물 차단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은 최근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음란물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65퍼센트가 중학교 1학년 이전에 음란물을 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6월까지 청소년에게 1백70만대 정도의 스마트폰이 보급되었는데, 이 중 20만대 이상에서 음란물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 대책은 인터넷, 스마트기기, PC, 케이블 TV 등 매체의 특성에 따라 첨단기술을 활용해 음란물의 유통과 소비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대책들에 비해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의 특징과 구체적인 내용을 맹형규 행안부 장관에게 들었다.
이번 ‘청소년 음란물 차단대책’이 기존 대책과 다른 점은 뭔가요.
“기존에는 행안부의 정보통신 윤리교육, 방통위의 인터넷 심의, 여가부의 청소년 보호 대책 등 부처별로 추진해 왔습니다. 또한 정책의 대상과 범위가 넓어 선택과 집중이 어려웠지요.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기로 유통되는 음란물을 차단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완코자 이번에는 행안부·방통위·여가부·교과부·경찰청 등 5개 정부 부처가 하나로 뭉쳐 종합대책을 마련했지요. 이번 대책은 음란물 차단 관련 첨단기술, 학부모와 청소년 대상의 음란물 대응교육, 경찰의 대규모 단속까지 망라한 범정부적인 대책이라는 점에서 기존과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현재 방통위가 그린아이넷(www.greeninet.or.kr)을 통해 인터넷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가 많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각 학교 가정통신문을 통해 차단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보호자에게 설치 확인까지 받는 방향으로 강화하려 합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통신사와 관련 협회가 공동으로 유해물 차단 앱을 개발해서 오는 6월부터 보급할 계획입니다. 청소년용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는 보호자에게 유해물 차단 앱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할 생각이죠. 또 케이블TV나 인터넷TV 가입자가 희망할 경우 성인물 결제 내역을 가입자 휴대전화에 전달하고 고지서에 상세한 청구내역이 표시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유통시키는 온라인 업체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업계 규제와 차단기술 개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온라인 음란물이 많이 유통되는 웹하드 업체들의 경우 음란물 차단 수단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이들 업체의 자정 노력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정부 합동으로 음란물이 유통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4월까지는 자정 기간을 준 후 청소년의달인 5월부터는 집중적인 온라인 음란물 단속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첨단 음란물 차단기술을 개발해 PC나 스마트폰의 음란물을 확실하게 차단하게 할 생각이에요.”
개발 중인 ‘첨단 음란물 차단기술’은 어떤 건가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이 거의 완료된 기술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동영상의 영상이나 소리를 분석해서 음란물로 판단되면 실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첨단기술입니다. 기존의 차단 프로그램에 이 기술을 결합하면 95퍼센트 정도의 음란물을 걸러 낼 수 있을 겁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오는 8월부터 성인인증 수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되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올해 2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오는 8월부터 인터넷 업체들이 주민번호를 원칙적으로 수집,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부모나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성인물에 접근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더 확실하게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성인들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인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신용카드, 아이핀(i-Pin), 공인인증서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서 성인임을 인증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불편을 최소화할 생각입니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요.
“대책을 아무리 잘 세웠다 해도 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와 어른들의 강한 의지 없이는 의도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학부모들께서는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설치해 주셨으면 하고, 온라인 업체들은 청소년들이 유해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부도 이번 대책의 성과를 꾸준히 점검하고, 향후 온라인에서 음란물 유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