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는 가운데 난민 행렬이 누구에게는 난민이 골치 아픈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절호의 사업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작은 상점 주인부터 미국 최대 연금펀드까지 난민 사태를 활용해 어떤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초부터 백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연합(EU)에 망명을 신청했다.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이 나서고 EU가 난민을 할당하자 더 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받을 수 없다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고, 문을 개방한 독일조차 너무 많은 난민이 들어오자 국경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럽 소비자의 미래에서 잠재력을 찾고 있고 한편에서는 정부 대신 난민을 보살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뛰어들고 있다.
독일 에어베를린은 지난해 35만달러를 벌었다. 망명신청을 한 난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댓가로 정부로부터 받은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난민 출신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위해 언어 분석 기관에 작년에 90달러를 지출했다.
난민이 몰려든 아테네의 웨스턴유니온 지점은 이민자들에게 하루 2만유로가량 지급하는 창구로 쓰이면서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모하메드 자파 웨스턴유니온 지점장은 “작년에 비해 수입이 두배로 늘었다”며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이 정도 수입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대륙으로 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그리스 섬에서는 난민을 대상으로 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난민의 70%가 시리아인인데 대부분 고국에서는 중산층이었던 이들이어서 돈을 쓸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던 미칼리스 미칼라켈리스는 수백명의 난민이 도착하자 그들이 어떤 물품을 사고 싶어하는지 조사했다. 답은 빵, 고기캔, 콩이었다. 그는 아테네에 있는 공급업체에 이 제품을 주문해 팔았다. 그는 “매일 200명의 난민이 찾아와 무언가를 사간다”며 “돈이 상당히 된다”고 말했다.
텐트와 침낭에 대한 수요도 늘었고, 호텔은 관광객 대신 난민이 채우고 있다. 항구 근처에 위치한 3층짜리 레스비온 호텔은 그리스 본토 행 승낙을 기다리는 시리아인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숙박비는 물론이고 아침 식사 등 추가적인 비용지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리셉션에서 일하는 지아니스 베르베리스는 “난민들이 깎아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할인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난민에게 유럽 심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민을 도울 브로커에게 전화하려는 난민들의 수요가 상당하다.
지난달 그리스 통신사인 코스모트는 항구에 판매원을 배치해 12유로짜리 난민용 심카드 판매에 나섰다. 그러자 하루 뒤 영국 보다폰그룹이 이보다 싼 10유로짜리 심카드를 팔기 시작했다. 심카드를 사면 아테네행 페리티켓을 50% 깎아주는 할인권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영업하는 엑스트라방카는 최근 난민 지원자를 대상으로 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 장기 고객 확보 차원이다.
난민을 대상으로 접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ORS서비스는 끊임 없는 유럽 정부 수요에 신났다. 1990년대 초 설립돼 2005년 설립자인 윌리 코치가 사모펀드에 매각한 이후 세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매번 몸값은 높아졌다. 지난 2013년 ORS서비스를 인수한 이퀴스톤 파트너스 유럽은 미국 공적연금 펀드인 캘리포니아주 사학연금과 메릴린드주 은퇴연금, 사우디아라비아 사회보험청(GOSI)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사모펀드다. 유럽 정부는 난민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고 그들의 정착을 위한 통역과 심리치료 등을 제공하기 위해 이같은 업체와 계속 계약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