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개교한 이 시골학교가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일을 냈다. 280명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그것도 대도시 학교도 보내기 어렵다는 서울대에 4명이나 합격했다. 서울대를 포함해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5명이다.
이 학교는 시험제가 아니라 지원제로 입학한다. 중학교 때 반에서 내신이 중간성적이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입학한 보통 학생들이 3년이 지나 파란을 일으킨 셈이다. 성공 비결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춤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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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 ‘애인이자 엄마’로 통하는 이유정(40) 교사가 개설한 언어영역 4개 강좌가 최대 인기다. 박경현(46)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평가 받아야 하는 교사들에게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폐강되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더 연구하고,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벌인다. 이 제도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지는 전폭적이다. 3학년 김상헌군은 “부족하거나 좋아하는 것만 선택할 수 있어 더 깊이 공부하게 된다”고 했다.
정규 수업이라고 다를 게 없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 3학년은 전체 8학급 중 2개 학급이 우수 학생을 위한 심화반이다. 저녁 7시부터 희망 학생에 한해 진행되는 자율학습도 소수의 최상위 학생을 위한 형설반을 비롯해 심화반, 보통반으로 나뉜다. 형설반 김형욱군은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학교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서교육이다. 반마다 학급문고를 설치하고, 과목별 필독서를 선정해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매년 다독(多讀)상도 시상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1박2일간 단막극, 게임, 편지쓰기로 대화의 시간을 나누는 부자(父子)캠프도 해마다 열린다. 방학 중 열리는 해외어학 연수는 해가 갈수록 참여 학생 수가 늘고 있다. 해외연수 중에도 국·영·수 교사가 현지에서 별도 교과지도를 해준다.
이렇게 학교가 돌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들이다. 이농(離農)으로 무너져가는 지역을 살리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학교를 세운 이 학교 설립자 이임춘 신부(1994년 작고)의 영향도 크다. 교사들은 토·일요일에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을 위해 출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교 경영이 투명하다 보니 교장과 교사 간 신뢰가 두텁고, 소속 교원단체가 달라도 교사들은 한마음으로 뭉쳐 있다. 권오선 교장은 “학원에 가지 않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보겠다는 교사들의 열정이 최대의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헌신적인 교사들이 없었더라면 전교생 4년제 대학합격이라는 ‘신화(神話)’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교사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사도장학금 2000만원을 운영하고 있다. 3학년 정대현군은 “선생님들이 더 가르치려고 안달할 정도”라며 “우리학교엔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신분의 벽’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