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모바일 디자이너로 보낸 3년간의 이야기 #3
두 번째는 탭이다.
쿠팡에서는 이렇게 생긴 탭만이 탭으로 인정된다. 세그먼트 컨트롤(Segment Control)은 탭의 변형된 UI인데도 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2013년쯤, 작은 개편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볼록한 버튼들에 손을 댔다. 아무래도 그라데이션 떡칠한 앱의 낡은 느낌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평평하게 디자인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납작한 입체 버튼이다. 1mm만 남기고 납작하게 잘라낸 형태의 버튼. Navigation Bar와 Tab Bar에서 그라데이션을 제거했다. 그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 못 챈 것 같았다.
그렇게 몰래몰래 바꿔가다 결국 눈치를 챘나 보다. 홈 Tab bar가 왜 탭처럼 생기지 않았는지에 대한 지적이 내려왔다. 구체적으로 그라데이션을 넣어서 바꾸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추가로 검색창은 펼쳐 놓으라는 얘기도 함께. 앱 업데이트 마감을 위해서 정신없었던 때라 급하게 대안 마련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다. 그래서 그렇게 업데이트됐다.
그 후 몇 번의 업데이트를 통해 탭 형태의 디자인은 사라졌지만 온 몸에 힘이 빠지며 부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던 사건이었다. 이 정도면 쿠팡 디자인이 왜 엉망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내 부족함에 대한 변명은 아니다. 나도 부족했다. 모바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생기기 전까지 삽질도 많이 했고 그 결과들이 최근까지 남아있었다. 그런 요소들이 다 합쳐서 디자인 품질의 낙후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쿠팡에 가서 디자인을 확 바꿔주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입사를 하려고 한다면 말리고 싶다. 이건 회사 철학과 시스템의 문제라 개인이 바꾸기엔 쉽지 않다. 언젠간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으로 버텨봤지만 끝내 포기하게 됐다.
모바일 디자인 원칙을 수립하고 프로토타입을 디자인하면서 생각했다. '이 프로토타입은 쿠팡에서 절대 반영시킬 수 없겠구나.' 쿠팡을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이 스티브 크룩의 규칙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스티브 크룩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꽤 큰 컴플렉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