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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난골족 / 백석

2020년 05월 07일

여우난골족 /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봉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섭 밭마당에 달리고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와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데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 문창엣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꿀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여우난골족 #백석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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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년 05 월 07 일 (04:12)
    이 시는 정겨운 풍경을 소회하는 글이다. 마음 속에 어렸던 정겨운 풍경이었을 뿐인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배포가 작은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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