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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이온디
2007년 11월 26일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고독을 노래한 김현승()의 시.
발표 1970년

김현승의 제4시집 《절대 고독》(1970)에 수록되어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족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평범한 삶의 진실을 일상적 시어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주된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서 인간본연의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인생관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7연으로 이루어진 자유시로 내재율을 지니고 있다. 시의 제재는 아버지이며, 주제는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의 마음과 인생에 대한 고독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백적·서정적 성격의 서정시로서, 비유적·상징적 심상이 주조를 이룬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평이한 시어를 통해 친근감을 느끼게 한 점과 반복법과 열거법을 사용해 아버지의 사랑과 외로움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점을 들 수 있다.

제1연에서는 집과도 같은 존재인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2연과 3연에서는 가족을 배려하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언급한다. 제4연에서는 가족의 앞날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낸다. 제5연에서는 고독한 아버지의 모습이 반추된다. 제6연과 7연에서는 가족에게서 위안받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제7연은 이 시의 핵심연으로 아버지의 노고와 깊은 고독은 오직 자식들의 순수하고 올곧은 성장으로 보상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시는 존재의 고독과 구원을 주로 노래한 김현승의 후기작품으로, '아버지의 고독'이라는 시제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작품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대상으로 삼아 절망적인 고독이 아닌, 인생을 재발견하기 위한 삶의 가치로서의 고독을 탐구함으로써, 시적 사유의 깊이를 잘 보여주는 지성적·철학적인 시로 평가된다. 주제와 제재면에서 이 시와 매우 유사한 작품으로 박목월(朴木月)의 시 《가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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