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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찔레꽃 - 송찬호

조회 수 287 추천 수 0
작가 송찬호 
관련 URL http://blog.naver.com/hhs1201/220374176689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중에서

# 낭독
http://www.munjang.or.kr/file_multi/djhfile_app/mp4/200768-14526_poem20070514.mp4
https://youtu.be/wghDv8kCQGU

#1


송찬호. 1959년 생. 충북 보은 출생.
20년 동안 세권의 시집을 내셨군요.

새엄마가 데리고 온 의붓 여동생을 좋아했나봅니다.
사기 사발을 살림 삼아 찔레꽃을 밥으로 찔레줄기를 반찬으로, 엄마아빠 놀이를 하면서 정말 엄마 아빠가 되고싶다는 꿈을 꾸었을지도요.
신부가 흘린 눈물은 어쩌면 정말 기쁜 눈물일지도 모르겠어요.
의붓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해방되었을테니요.
여동생을 좋아한 원죄에서 벗어나려 타관을 떠돌다 20년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하얀 사기사발 처럼 옛추억이 되살아났을지도요.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니.
내가 연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이 시를 읽으며 소설 '젊은 느티나무'가 연상되네요.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남녀의 애틋한 마음이 잃혀져요.

#2
여자는 결혼식날 찔레나무 밑 하얀 사기사발 속에 마지막 편지를 남겨놓았습니다. 남자는 그 편지를 차마 다 읽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지요. 그렇게 이십 년 넘게 타지를 떠돌다 어느 날 남자는 그때 그 찔레나무 밑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벙어리처럼 하얀 찔레꽃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는 하얀 찔레꽃 아래 울고 있는 오월의 뱀에게 마음을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시인 최형심
[출처] 찔레꽃 / 송찬호 (::문학동네::) |작성자 라디비나

#3
찔레꽃 꽃말 : 고독, 신중한 사랑이란 뜻을 지녔다네요

#4
송찬호(1959~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된 <문학과 지성>에서 무크지로 간행한 <우리 시대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여 등단 했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2008년 미당문학상, 그리고 2010년 이상시문학상 수상. 네 권의 시집 중 ‘찔레꽃’은 최근 시집<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에 실려 있지만 2007년 소월시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고향 보은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업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계절 중의 계절 오월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에 미풍은 살랑거리고 한껏 푸르름을 안은 신록이 생명의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대는 계절이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도 이 오월에 있지만 군사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같은 역사의 아픈 상처로 얼룩진 달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저항시 민중시를 소개하기에 알맞은 달이지만 숙고 끝에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시를 소개하기로 하였다. 어둡고 아픈 과거를 되짚기에는 계절이 너무 곱고 눈부시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오월쯤에 이런 사연 하나씩은 있음직 하다. 나도 사춘기 무렵, 그 시절을 알싸하게 일깨우는 풋사랑 하나가 있다.그래서인지 송찬호님의 ‘찔레꽃’은 읽을 때마다 내 가슴에 흰 빛 그리움의 꽃으로 돋아 난다.
   까까머리의 소년은 그 해 오월의 막바지, 먼 친척의 집에서 벌어진 혼례 잔치에 다녀 오는 길이었다. 기차역을 향해 좁다란 논둑길을 걸어가는데 저만치서 한 소녀아이가 나풀나풀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하늘 꽃잎같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먼발치서부터 공연히 가슴이 뛰었다. 소녀는 폭죽처럼 터지는 봄의 정취에 정신이 팔렸던 것일까.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모르고  그저 봄나비처럼 팔랑팔랑 춤을 추듯 다가왔다. 아, 그런데 소녀의 머리 위에 해사한 한 무더기 찔레꽃! 그 만만찮은 가시를 어떡하고 저리 화관을 만들었을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도 잠시 난 소녀의 눈부심에 눈이라도 멀어버린듯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픈듯 안타깝고 서툴지만 간절한 그러나 행복한 짝사랑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녀석이 머뭇대며 어렵게 부탁을 해왔다. 어떤 여학생을 사모하는데 내게 편지를 좀 써 달라는 것이었다. 벅찬 짝사랑의 심정을 쏟을 데가 없던 차에 흔쾌히 그러마고 했다. 난 마치 짝사랑의 그 소녀라도 되는 양 절절한 내 심경을 송두리째 담아 대필 연애에 열을 올렸다. 밤새우며 편지를 쓰는 그 행복감이라니!  그런데 하루는 그 친구가 그 여학생을 같이 만나러 가자 했다. 절친을 소개해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어색할 것만 같아 망설이다 친구는 어떻게 데이트를 할까 싶어 따라 나섰다. 잘 배워뒀다 나도 실전에 써먹을 양이었다. 아! 그런데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친구가 좋아한다는 그 여학생은 내가 한시도 잊지 못하던 바로 그 소녀였던 것이다. 아, 내 가슴에서 높은 산 하나가 무너져 내리고 커다란 댐 하나가 붕괴되던 그 때의 그 심정. 그러나 ‘그 편지를 쓴 사람은 바로 나다. 그 편지는 너를 향한 나의 간절한 마음이다’ 이따위 고백을 하기엔 난 너무 어리숙하고 쑥맥이었다. 그저 찔레꽃 가시에 찔리기라도 한듯 싸나이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남몰래 훔칠 수밖에!
  친구에게도 소녀에게도 끝내 아무 말 못하고  앓았던 그 긴긴 상사병. 그 이듬해 찔레꽃이 다시 살풋살풋 그 향을 마른 가슴에 찔러넣을 무렵에야 간신히 그 아픈 찔레꽃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모든 시인이 반드시 자신의 경험으로만 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이 시 ‘찔레꽃’도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슬프도록 하얀 찔레꽃을 찬찬히 들여다 보라. 오월같은 풋풋한 사랑 그리고 시린 이별 한 자락이 묻어나올 것만 같지 않은가. 누구나의 가슴 속에 한 그루쯤 살아 꽃필 찔레나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그 풋사랑은 비록 그 꽃이 수수해도 저리도록 짙은 추억의 향을 남긴다.  위대한 시인일수록 그의 눈은 매처럼 밝히 보며 여지없이 그 속성을 낚아챈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 속에 이렇듯 꿈틀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던져놓는다. 그래서 이 시는 시로 쓴 한 편의 소설이며 우리는 이런 류의 시를 이야기 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 어릴 때 어머닌 깨진 사발이나 이빠진 사기 그릇들을 꼭 찔레나무 덤불 아래 버리셨다. 왜 그러셨는지 어떤 속설에 의해 그러셨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사랑의 순정함과 이별의 아픔. 그 매개가 하필이면 하얀 찔레꽃 덤불아래 마치 타임캡슐이라도 되는양 엎어놓은 하얀 사발 속의 편지라니! 그 시대의 사랑법은 이 시대의 디지털화한 연인들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운치가 있었다.

뉴스코리아 2012년 5월
[출처] 오월의 풋사랑이 울고 있다 (달라스한인문학회) |작성자 건하

#5
한때 타임캡슐이 유행했다. 그것에 역사적 자료를 담아 보관하는 공적인 행사도 많았지만, 모름지기 타임캡슐이란 개인의 추억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 저마다의 인생에서 타임캡슐을 묻는 시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송찬호(49) 시인이 불러낸 타임캡슐은 머언 먼 찔레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 아릿해라. 여자애가 딴 사람에게 시집을 가며 남자애에게 하얀 사기 사발 타임캡슐을 남긴다.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지만 훗날 가보라는 것인지 당장 가보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아득한 마음이 불을 지펴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지 못할 무엇인가 사기 사발 속으로 흘러 들어갔으니, 그것은 먼 후일 시인이 된 남자애가 기어코 시로 다시 불러내게 될 타임캡슐 속의 편지.

하필이면 하얀 찔레꽃 덤불 아래라니! 찔레꽃의 숨소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달밤의 곡절은 아릿하게 가슴을 찌른다. 누군들 한번은 저런 순간을 가진 적 없겠는가. 엎어놓은 흰 사발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하곤 했던가. 잊히지도 않고 잊을 수도 없는 찔레나무가 한 그루씩은 가슴 한가운데 있었기에.

하지만 조심할 것. 이 시를 읽는 이들은 시인의 실제 경험을 상상하기 쉬울 테지만, 비밀은 아무도 모른다. 송찬호 시인은 소걸음처럼 느리고 정밀하게 시를 세공하는 시의 장인. 봄이면 흔히 만나는 찔레꽃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다가 이런 청춘남녀를 그의 시에 불러와 세공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그늘이 나의 그늘이 되고, 나의 그늘이 시의 앞면이 되는 생생함에서 그의 연금술은 절정을 이룬다.

송찬호 시인은 고향 충북 보은에서 평생을 사는 농부 시인이다. 농사일이 바빠서인지 도시의 속도에 익숙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인지, 아무튼 심한 과작이다. 과작인 만큼 그가 세상에 내보내는 시들은 태작이 거의 없다. 송찬호 '쩨(製)'는 거개가 명품들이다. 1989년 나온 첫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를 읽던 그때 나는 대학 2학년이었고, 세상은 지금이나 그때나 여전히 아팠다. 아픈 세상에 위로가 되는 단단한 비극을 그의 시편에서 읽던 기억이 새롭다.

거의 20년이 흐르는 동안 그가 세상에 내놓은 시집은 통틀어 세 권. 농부와 시인을 잘 일치시키지 못 하거나 소박한 농촌일기를 쓸 거라고 생각하는 우리네 감각에 죽비를 치며 그는 이 시대 가장 세련된 미학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다. 속리산과 구병산 줄기가 만나는 보은군 마로면, 자연이 주는 온갖 것들에서 고품격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며 사는 그가 부럽다.<김선우 시인>
[출처]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8] 찔레꽃 송찬호 (글빛동인) |작성자 수선화

#6 http://munjang.or.kr/archives/140764
다 제쳐두고 이 시의 두 번째 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슬픈 노래도 행복한 귀로 들을 수 있듯이 당신도 저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깊은 절망을 통과한 뒤에 가까스로 얻게 되는 행복입니다.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온몸을 저리게 만드는 절창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썹과 초승달의 비유는 일찍이 미당이 선점한 것이지만 시인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비경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문학집배원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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