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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승무 / 조지훈

2003년 12월 15일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뿌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뺨에 고운뺨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합장인양하고
이밤사 귀똘이도 울어새는 심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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