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유학자 서경덕(徐敬德)이 지은 시이다.
讀書當日志經綸(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세모환감안씨빈)
富貧有爭難下手(부빈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
採山釣水堪充腹(채산조수감충복)
詠月吟風足暢神(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그 때는 천하경륜에 뜻을 두었으나
세월 흐르니 오히려 안빈낙도가 달가워라.
부귀는 다툼이 있어 손 대기 어렵지만
자연은 금하는 게 없으니 몸이 편안하여라.
산나물 캐고 물고기 잡으면 배 채우기 충분하고
달과 바람을 노래하니 마음이 족히 펼쳐지노라.
학문에 의혹이 없어 시원스레 트임을 아나니
허망한 한 평생은 면하게 되었노라.
독서의 즐거움과 안빈낙도하는 삶을 노래한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경륜할 청운의 뜻을 품고 공부하였으나, 세월이 흘러 명리와 부귀의 허망함을 깨닫고 독서와 함께 안빈낙도하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안씨빈(顔氏貧)은 공자의 수제자로서 단사표음(簞食瓢飮)의 가난함 속에서도 학문을 즐기며 청빈하게 생활한 안회(顔回)의 삶을 가리키며, 자신도 그와 같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의혹이 없는 학문의 경지에 도달하여 허망한 삶은 면하게 되었노라는 구절에서는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진다.